[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호재는 보이지 않고 악재만 가득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호남이라는 정치적 기반과 친문진영의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순항할 것이라는 차기 대선의 전략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내우외환의 악재로 그동안 쌓아뒀던 점수마저 까먹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차기 전략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올 정도다. 이 대표는 지난 421대 총선 압승에 이어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승리로 정치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때까지였다. 한때 40%대 초반에 육박했던 차기 지지율은 먼 과거가 돼버렸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센 추격 속에 여권 차기구도가 어느새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친문 적자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2심에서 유죄를 받아 한숨을 돌렸지만 제2, 3의 친문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또 호남으로 지지기반이 겹치는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내년초 대권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이 대표의 처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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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대표 취임 후 진퇴양난 연속 엄중낙연이미지 부담
- 지지율 반토목에 이재명·윤석열 급부상에 정세균 도전

민주당 외곽으로 눈을 돌려도 난제가 적지 않다. 우선 국회 상황이 만만치 않다. 도처가 지뢰밭이다. 고위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공정경제 3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논란은 물론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이반도 심각한 수준이다. 또 기존 당헌을 180도 뒤집고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공천을 확정지은 것도 부담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약 36개월 가량 거의 유일무이했던 차기 주자로서의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과거 대세론을 누리다가 중도하차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까지 떠돌고 있다. 이낙연 대표의 홀로서기와 정치적 난국 돌파가 가능할지 짚어봤다.

이재명 부상 지지율 반토막친문·정세균 도전 상존

현 정부 출범 이후 이 대표는 차기 레이스를 독주해왔다. 국정농단과 탄핵사태의 여파로 야당에서는 사실상 적수가 없었다. 여권 내부에서도 라이벌 정치인 없이 탄탄대로를 이어왔다. 사이다 국무총리라는 격찬 속에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웠다. 차기 대선 1차관문이었던 21대 총선에서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국민의힘 전신)를 여유있게 눌렀다.

이후 거칠 게 없었다. 부족한 당내 기반 마련을 위해 나섰던 민주당 전대는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만큼 이낙연 대세론이 득세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 대표는 손쉽게 당 대표의 자리에 올랐다. 역설적인 건 당 대표 취임 이후 진퇴양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지사의 부상에 지지율은 40%대 초반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버렸다. 일부 여론조사에는 이재명 지사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0%대 후반으로 지지율로 급상승하면서 차기 대권구도가 이낙연 vs 이재명양강구도에서 윤 총장이 가세한 여야 3파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게 이 대표 측의 기본 입장이지만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재명 지사의 상승세 속에서 추가로 여권 차기주자들의 도전이 이어지는 것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특히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지사의 급부상 여부다. 2심 재판에서 실형을 받았지만 법정구속을 피한 김 지사가 향후 사법족쇄를 풀고 대권도전을 공식화할 경우 친문진영이 이 대표보다는 김 지사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최종 유죄를 받을 경우라도 김두관, 유시민 등 친문 후보의 등장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호남 지지기반이 겹치는 정세균 총리의 향후 움직임은 이 대표의 향후 대권가도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 총리는 현직 총리라는 점에서 정치적 현안에 대한 언급을 일절 회피하고 있지만 큰 꿈을 위해 늦어도 내년 4월 재보선을 전후로 여의도 정치무대 복귀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수처·경제3법 여야갈등 장기화리더십 증명 난제

이 대표는 7개월 시한부 대표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 탓에 20223월 차기 대선 1년 전까지는 당 대표 자리를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한부 대표 논란에도 당권도전에 나선 건 대선후보 경선 통과를 위한 당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민주당 최대 주주인 문 대통령의 신임이 굳건하긴 하지만 동교동계 비문 출신 정치인으로서의 한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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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월 시한부 대표라는 점은 전임 대표와도 극명하게 비교된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이해찬 전 대표는 2년 임기를 누리면서 대선, 지방선거,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었다. 반면 이 대표가 민주당 수장으로 활동한 2개월여 시간은 전임 추미애·이해찬 대표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특히 21대 국회 이후 여야의 극단적 대립이 일상화됐지만 당 일각에서는 당 대표로서 정치적 성과로 보여준 게 뭐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야당의 반발과 지지층 만족이라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최대한 입법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중도층으로 외연확대가 수월한 합리적 이미지의 이 대표가 여야갈등의 최전선에 나서야 한다. 여야간 주요 이슈에 대해 엄중 낙연이라는 별칭이 붙은 점은 이 대표가 처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특히 공수처 출범, 공정경제 3법 처리는 강성 친문들이 조속한 처리를 희망하는 이슈다. 이 대표로서는 친문진영의 완전한 신임을 얻기 위해서도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다. 이 대표가 검찰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의혹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 “다수 검사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일부 정치검사의 이런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검찰은 위험하고 무모한 폭주를 당장 멈춰주길 바란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면충돌을 이어가는 가운데 야당의 극렬한 반발 속에서 공수처 출범 문제를 매듭짓기는 쉽지 않다. 민주당에서 여차하면 법 개정을 통해 야당의 반발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지만 후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재계의 반발이 거센 공정경제 3법 처리도 부담이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 주요 경제정책이 실패한 마당에 재계의 경영활동까지 옥죌 수 있다는 우려다. 여권이 수적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일 경우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겠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내외적인 경제환경이 불투명한 가운데 재계를 지나치게 몰아세울 수도 있다.

최대 아킬레스건 부동산 진두지휘…'승부수' 띄워

이 대표가 최근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부동산 문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난맥상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던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특히 21대 총선 이후 민주당이 수적우위를 바탕으로 밀어붙였던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셋값 폭등과 매물 부족 사태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민심은 악화일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서울지역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지지율이 뒤진다는 경고등마저 커졌다.

이 대표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중장기 주택정책을 모색하기 위해 당 미래주거추진단을 발족시킨 것이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 정국에서 부동산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되면서 사전 대비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부동산시장의 부작용에 따른 민심이반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 발족식에서 주택지역개발부 신설 등 사실상의 대선공약도 발표했다. 이 대표는 부처별로 산재한 주택 관련 정책 조직을 일원화하고, 관련 정보와 통계를 통합해 효율적인 주택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정부조직에 주택 및 지역 개발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1인가구의 급증 등 주거 양식의 변화를 반영한 중장기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표가 부동산 민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의 최대 이슈가 이른바 박원순 사건이 아니라 부동산 민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수도권 전세난에 고개를 숙이며 당내 다주택 의원들을 향해 투기성 주택 보유가 확인되거나 당의 권고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향후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불이익을 주는 등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이다.

내년 4월 재보선 말뒤집기 논란승리로 증명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도 부담이다. 특히 서울시장 보선이 차기대선의 전초적으로 격상된 만큼 이 대표의 입장에서 패배는 치명상을 입지만 반대로 승리할 경우에는 차기대권 탄탄대로를 이어갈 수 있다. 이 대표로서는 선거승리를 통해 정치적 존재감과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다만 박원순·오거돈 전임 시장의 성추문 여파로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만큼 민주당 기존 당헌으로는 후보 공천이 불가능하다.

좌고우면하던 이 대표는 10월말 전당원투표를 통해 후보공천을 확정했다. 이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 피해 여성에게도 거듭 사과드린다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해 드리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당 안팎의 비판여론에도 전당원투표라는 속전속결로 난제를 처리한 셈이다.

이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포기하고 대권도전은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부산시장의 경우 승리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서울시장의 경우 야권의 인물난 탓에 내심 해볼만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후보군이 자천타천으로 10명 안팎에 달할 정도지만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적임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또는 러브콜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여권 사정에 정통한 한 고위관계자는 이낙연 대표가 현재 정치적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여권에서 여전히 가장 유력한 차기주자라면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친문진영의 적대감, 김경수 경남지사는 대중적 인지도 미미, 정세균 총리는 현직 총리라는 제약 등의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차기 대선은 14개월 가량 남은 장기 레이스라는 점에서 미 대선 이후 북미대화 또는 남북정상회담 재개 여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논란 등 여야는 물론 나라안팎을 뒤흔들 메가톤급 이슈들이 적지 않다“4선 의원, 전남지사, 최장수 국무총리, 당 대표라는 화려한 스펙과 정치적 경륜을 갖춘 이낙연 대표가 위기국면에서 본인의 정치적 내공을 확실하게 보여준다면 재도약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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