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터뜨리고 흉기 살해까지···이대로 괜찮은가

스토킹 범죄. [그래픽=뉴시스]
스토킹 범죄.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검거 건수‧처벌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스토킹 범죄는 갈수록 교묘하고 집요해지는 형국이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례를 보면 더 이상 가벼운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스토킹 범죄는 정신적 스트레스만 주는 범죄가 아니다. 다양한 유형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피해자는 물론 주변인에도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범죄다. 정서적 폭력부터 신체적‧경제적‧성적 폭력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형국이다.

폭언, 협박, 감시, 공포감 조성 등은 많이 알려진 스토킹 범죄 피해 유형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해도 실제 상해를 당하지 않으면 사건을 접수하는 것조차 반려당하기 일쑤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해자의 범죄는 더욱 대담하고, 교묘해진다. 스토킹 범죄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50대 식당 여주인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덜미를 잡혔다. 이 남성은 지난 5월4일 오전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초 우발적 범행으로 알려졌는데, 알고 보니 10년 전부터 따라다닌 남성의 스토킹 범죄였다. 조사 결과, 남성은 피해 여성에게 100여 통의 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남성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징역 20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식당 여주인에게 호감을 갖고 다가섰지만 거절당하자 질투심, 혐오감에 사로잡혀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해 그 죄가 무겁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지난 지난해 4월 사회에 충격을 안겼던 ‘진주 방화‧살인 사건’에서도 스토킹 범죄가 얽혀 있었다. 안인득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10대 여고생이 안인득의 스토킹에 시달리다 못해 집 앞에 CCTV를 설치했던 내용이 밝혀진 것. 안인득은 위층에 사는 여고생과 가족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다. 안인득은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 당했으나, 경찰은 별다른 조치 없이 안인득을 풀어 줬다. 결국 안인득은 여고생을 비롯해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했다.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9단을 지속적으로 스토킹한 남성이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조 씨가 운영하는 바둑학원 1층 출입문 건물 외벽에 조 씨를 비난하는 내용의 낙서를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조 씨가 경찰에 자신을 신고하자 보복 목적으로 찾아가 협박한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은 조 씨가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조 씨는 청원 글에서 “(남성이) 1년 전부터 저의 사업장에 나타나 갖은 욕설과 고함을 치고 있다”면서 “교습소에는 초등학생도 다수인데 스토커를 보고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등의 내용을 밝혔다.

지난 10월 교제를 거부한 여성이 사는 아파트에 찾아가 사제폭탄을 터뜨린 남성도 있었다. 20대 남성 A씨는 범행 1주일 전 피해 여성의 집 근처에 원룸을 구하고 취직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며칠 전 중학교 동창이었던 피해 여성의 아버지에게 “딸과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범행 전날에는 피해 여성에게 “나와 사귀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범행 당일인 지난달 17일에는 피해 여성의 집을 찾아갔다가 여성의 아버지가 “(여성이) 집에 없다”고 말하자 아파트 계단에 올라가 손에 들고 있던 사제 폭탄 심지에 불을 붙였다.

경찰은 A씨가 피해 여성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만남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폭탄을 제조하고 여성을 찾아간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폭탄이 터지면서 왼손을 크게 다쳤으며 얼굴에도 화상을 입었다. A씨가 피해 여성에 대한 스토킹 범죄로 경찰로부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적이 있던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처럼 공권력의 개입이 있었음에도 추가 범행을 막기 어려웠다는 점 때문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법을 고치고, 예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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