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총출동, 역대 최대 1600여 개 기업 참여...‘제 역할 하나’ 의구심 속출

2020코리아세일페스타가 개막한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펼침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코세페 추진위원회]
2020코리아세일페스타가 개막한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펼침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대한민국의 쇼핑채널이 한 자리에 모이는 2020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막을 올렸다. 오는 15일까지 진행되는 코세페는 2015년 메르스 사태 극복 방안의 일환으로 시작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통한다. 소비 진작과 국내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진행돼 온 만큼 전통시장부터 동네 슈퍼마켓, 편의점, 프랜차이즈, 면세점,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쇼핑까지 한자리에 모이는 최대 규모의 쇼핑 주간 행사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내수경기가 어려워진 만큼 유통업계는 코세페 활성화를 위한 기획에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열을 올리는 유통업계와 달리 일부 소비자들과 자영업자의 반응은 어쩐지 뜨뜻미지근하다. 코세페가 과연 제 기능을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별칭을 달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2020코리아세일페스타가 개막한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펼침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코세페 추진위원회]
[코세페 추진위원회]

- 업계‧정부 “소비‧내수 회복을 통한 경기 반등 불씨로” 총력 
- “블랙프라이데이 따라가기 멀었다”...소비자‧자영업자 ‘한숨’



온라인 구매‧해외 직구족의 증가 등 소비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미국의 대규모 쇼핑주간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관심도 부상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국내에서 구매할 수 없는 수출용 제품, 해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기간 내 구매 비율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했다.

도리어 국내 유통채널을 통해 구매하는 비용보다 저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수출용으로 생산한 국내 기업 제품을 ‘역직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도 적잖이 언급됐다. 이런 가운데 2015년 정부가 추진하고 나선 코세페, 이른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변화를 거듭하며 지난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추진 체계가 변환되는 등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업계, 코세페 기획 총력
정부 “반등 불씨 되도록”


코세페 준비에 나서는 유통 협‧단체는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마트, 편의점, 프랜차이즈, 전통시장, 온라인쇼핑, 슈퍼마켓 등 총 9곳이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소비자 단체까지 동참에 나섰다. 이를 통해 민간 주도 쇼핑 행사를 넘어 유통‧제조‧서비스 기업의 세일 행사에서 ‘대한민국 쇼핑주간’으로 거듭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는 다양한 상품을 비교‧선택할 수 있는 기회로, 참가 기업들은 매출을 높일 수 있는 판매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만큼 유통가에서도 코세페에 거는 기대가 큰 모양새다. 올해 참가를 신청한 기업이 1600여 곳이 넘는 등 역대 최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04개 기업과 비교하면 약 50%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기업들은 코세페 행사와 관련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대대적인 홍보와 차별화된 기획을 위해 고심하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번 코세페 행사를 두고 소비쿠폰 재개, 소득공제 한도 상향, 자동차 개소세 인하, 유통업계의 판촉비용 분담의무 완화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코세페를 소비‧내수 회복을 통한 경기 반등의 불씨로 살려갈 수 있도록 업계와 함께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기 할인’까지 언급
자영업자 “효과는 글쎄”


업계와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는 상황이다. 코세페 주간을 맞아 소비에 관심 갖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특수성에 대해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이번 코세페 시즌 내 구매 후기를 공유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코세페 주간을 맞아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 대형 온라인 유통 기업들이 자체 기획한 할인전이 코세페 주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코세페 주간 내 가구 구매 후기를 작성한 A씨는 “유명 가구 브랜드의 책상을 구매하려고 하니 54만 원짜리 제품을 44만 원에 판매하고 있어 저렴하다는 생각에 구매를 결심했다”며 “하지만 이내 알고 보니 다른 구매자가 지난 8월, 9월에도 43만 원 정도로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부터 가격을 더 높이 책정해 놓은 것이 ‘사기 세일’ 아니냐”며 “노트북이나 가전가격을 보고 직감했지만, 이를 고발하는 기사들도 넘쳐 나는걸 보면 실망만 남았다”고 밝혔다.

UHD 텔레비전을 구매하려던 B씨도 같은 맥락의 후기를 공유했다. 대형 가전 판매 기업이 자사몰에 코세페 맞이 행사가를 올렸는데, 코세페 전과 가격이 같다는 것이다. B씨는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듯 대대적으로 광고하지만, 코세페 주간 전과 가격이 같은 것을 보고 불쾌했다”며 “심지어 동일한 시리얼넘버 제품을 최저가로 검색하니 오픈 마켓에서는 20만 원이 더 저렴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윤만 추구하고, 손해는 절대 보지 않으려는 대기업의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함만 남았다”고 남기자, 이내 또다른 네티즌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닌 해외직구족을 잡으려고 하는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고 동의를 표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간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소비 트렌드 등의 변화로 적잖은 오프라인 매장들은 매출 부진을 겪어왔다. 그만큼 다수의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코세페가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아진 분위기였다. 광진구에 위치한 한 남성복 브랜드 가맹점주는 “본사 지침에 따라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해도 아웃렛이나 최저가 검색을 통한 온라인몰의 가격이 더 저렴한 게 사실인 만큼 코세페의 덕을 봤다고는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특히 본사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맹점주로서는 본사의 판매가 제한선과 원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할인의 범위에 한계가 따르니 착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업계와 정부 지자체는 올해 코세페가 무엇보다도 안전한 행사로 추진될 수 있도록 철저한 방역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업계와 정부, 지자체가 서로 긴밀히 협력해 방역과 경제가 조화되는 모범적인 사례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과연 올해 코세페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쟁력을 넘어, 경기 반등의 불씨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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