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론 끝 재산세 인하 6억 원·공시가 현실화율 90%… 시장 혼란 우려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정부가 지난 3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및 재산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해당 발표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주택시장 안정 효과”라는 입장과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또한 야당의 경제 전문가 출신 의원들은 재산세 6억 원 이하와 공시가 현실화율 90%에 대해 ‘갈라치기’, ‘꼼수 증세’라며 일침을 가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 ‘서민 증세’라는 비판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정이 격론 끝에 재산세를 6억 원 이하로 결정함에 따라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서민 증세’·일관성 없는 조세 체계… 비판 목소리

재산세 혜택은 6억 원 이하 주택에만… 1주택자 보유세 폭탄 우려

같은 날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재산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를 하고 산정해 공시하는 가격을 말한다. 지금까지 적정가격보다 낮게 공시하는 관행이 지속돼 현실화가 미흡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그간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평균 현실화율은 유형별로 50~7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범위가 커 현실화율 또한 넓게 분포돼 공시가격의 편차가 커지면서 국민이 지는 부담에 대한 형평성도 저해됐다. 이에 정부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시가 현실화 계획 로드맵을 수립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부가 발표한 ‘부동산 유형별 현실화 방안’에 따르면 ▲공동주택은 2020년 현실화율 69.0%를 10년에 걸쳐 90%로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실화 편차가 큰 9억 원 미만은 3년간 편차 균형을 조정하고 나머지 7년간을 걸쳐 90%에 맞춘다.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은 5~7년간 연 약 3%p씩 높여 나갈 계획이다. ▲단독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53.6%로 낮은 가운데 이를 15년에 걸쳐 90%로 높이고, 9억 원 미만은 공동주택과 동일하게 3년간 ‘선균형 확보’ 후 12년간 제고한다. 시세 9억 원 이상은 7~10년간 연 3~4%p씩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토지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 65.5% 현실화율에서 8년에 걸쳐 9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를 두고 “주택시장에 안정적 효과”라는 입장과 “세입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입장이 팽팽하다.

월세 선호 가속화 우려
다주택자 제지 효과 기대

부동산 전문가 일부는 내년부터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계획과 더불어 앞서 정부가 발표한 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인해 월세 선호 경향이 가속화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하는 분위기인데, 공시가격마저 상승하면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조세 전가를 위한 월세 전환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아지는 현상도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직방 관계자는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이고, 내년 규제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매를 제지하는 효과는 기대할만하다”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아파트일수록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가 빨라 강남권 중심의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클 듯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도 공시가격 현실화 90% 계획 발표로 떠들썩했다. 기획재정부 1차관,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던 국민의힘 소속 추경호, 윤창현 의원 등 경제 전문가 출신 의원들은 “조세 체계 일관성이 없다”며 논의 자체를 당장 유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부는 556조 ‘슈퍼 예산’으로 경기 부양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앞에서는 경기 부양을 말하지만 뒤로는 경제 억제에 골몰하고 있는 등 엇박자 행보를 보인다고 직격했다. 또한 선심성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 포장 잘 된 ‘갈라치기’ 증세 정책을 펼친다고 비판했다.

행안부는 서민 주거안정과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재세율을 내년부터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도 0.05%p 인하했다. 공시가격 1억 원 이하는 최대 3만 원, 1~2.5억 원 이하는 3~7.5만 원, 2.5~5억 원 이하는 7.5~15만 원, 5~6억 원 이하는 15~18만 원이 감면된다. 감면율은 최대 50%에서 최소 22.2%로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주택은 50%의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초과 누진과세 특성상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감면율은 낮아진다. 행정안전부는 “1주택 보유자 상당 부분이 이번 세율 인하를 통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적으로는 연간 4785억 원의 세제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野 “해외 모범사례는 거짓”
행안부 ‘진화 작업’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이번 로드맵이 현실과 동떨어진 ‘서민 증세’라고 입을 모았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모범사례로 예를 든 대만의 경우 실제로는 현실화율이 20%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문재인 정부는 고용지표, 양극화지표 등 국내 통계 왜곡을 일삼더니 이제 해외 사례까지 거짓으로 발표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역시 “국민에게 대놓고 세금을 더 징수하겠다는 발상으로 부채가 쌓인다고 지적하니 이를 통해 만회하려는 ‘꼼수’ 증세”라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은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증세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 역시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1주택자의 세 부담이 대폭 커진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재정 확보를 위한 세수 확대 전략인 것으로 결국 정책 역효과만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과 관련해 “2030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 90%까지 간다는 계획에서 약간 완화하는 정책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일각에서는 부동산 민심을 의식해 발표 이틀 만에 당정 협의를 거친 내용에 대해 수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진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완화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도 했었다”며 “2030년까지 90%까지 간다는 계획에서 약간 완화하는 그런 정책을 할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기는 그렇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진영 장관의 발언 후 행정안전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행안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해 계획대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진 장관의 발언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협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다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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