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수의계약 ‘혜택’인가...젬백스지오 파크원 인테리어 공사 계약

포스코건설이 파크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건설이 파크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포스코건설 수의계약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삼성물산이 진행하다 발주처인 Y22프로젝트금융투자 등의 내부 문제에서부터 불거진 5년간의 장기 소송전으로 중단됐던 여의도 파크원 공사. 포스코건설은 2016년 3월 호기롭게 이 공사를 이어받기로 결정했으나 업계와 여론은 포스코건설이 수렁에 빠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의 이런 상황이 송도사옥 매각으로부터 우연인 듯 이어지면서 자체적으로 계획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파크원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에 대한 수의계약으로 특정 기업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이어졌다. 

최정우 회장 뭐하고 있었나…손실만 키워가는 포스코건설
파크원 시공과 함께 떠안은 채무 인수부터 책임 분양까지

A건설사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당시 입찰에서 공사를 얻어내기 위해 포스코건설이 내민 조건을 세세히 알 수는 없으나 지금 외부로 공개된 상황만으로 파악해 보면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파크원 시공을 맡으면서 책임임대 3년을 조건으로 받아들였는데 기업들이 입주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라는 지적이다. 

기업을 옮기기 위해서는 이주비용도 크지만, 각각의 콘셉트에 맞게 내부 인테리어 공사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고생을 하고 들어가서 단 3년만 있을 기업은 찾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당장 할인율(현재 포스코건설이 진행 중)이 높아서 들어가더라도 3년 후에 Y22측이 여의도 주변 여건을 이유로 임대비용을 올리면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거나 요구하는 비용이 터무니없어도 지불해야 한다.

송도사옥 매각, 서울 진출 포석이었나

일각에서는 이런 알 수 없는 시공사 선정 조건을 받아들인 것은 부영에 매각됐던 송도사옥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동사업자와의 소송전에 고소‧고발이 이어지던 송도사옥은 끝내 4000억 원 이상을 제시한 국내외 입찰자들을 뒤로한 채 3000억 원을 제시한 부영에 넘어갔고, 그 조건으로 명시된 포스코건설과 계열사 등의 임대 기간이 딱 지금의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당시 포스코건설 측은 매입을 위해 더 높은 비용을 제시했던 한화투자증권이나 코람코자산운용 등 8곳의 입찰 내용을 뒤로하고 이후 단독으로 선(先)제안을 했다던 부영을 선택하게 된 이유로 “인수금액 만의 문제가 아니라 임대기간과 임대료, 재매입 등의 요구 조건을 평가해 최고점을 부여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부영은 매매계약 체결 당시 송도 사옥을 포스코건설이 5년간 책임 임차하는 조건을 붙였다. 이에 대해 A건설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은 사옥을 들어갈 때 10년 정도로 임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부영과 매매계약 이전에 입찰에 응한 타사들이 대부분 10년을 임차 조건으로 내건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이번 파크원 시공권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앞서 중단된 공사로 피해를 입은 삼성물산의 손실액 2000억 원과 Y22의 손실액 5000억 원을 떠 안았다. 이에 포스코건설은 총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켰다.

파크원 사업 입찰 당시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체제에 있었다. 그는 이듬해 재임이 확정되고나서 포스코건설의 적자 탈출을 위한 개혁이 요구된다는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정우 현 포스코 회장 역시 같은 시기 포스코의 CFO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치며 포스코건설의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   

중단됐던 파크원 사업의 인수를 위한 책임 임대 등 전제조건 앞에 사업성 분석을 통해 손실 확대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승인하고 묵인했다면 이들의 책임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도사옥 임차 만료되면 포스코건설 어디로?

송도사옥에서 부영과의 임차를 약속한 5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송도사옥에 있는 포스코건설 계열사들은 3년 임차 조건이었으므로 곧 언제라도 옮길 수 있는 자유로운 몸이 된다. 포스코건설이 책임임차에 애를 먹고 있는 여의도 파크원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포스코건설은 송도사옥 임차기간이 2년 넘게 남았지만 일부 부서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것을 예측해 볼 수도 있다.

다만 업계에는 포스코건설이 송도사옥으로 이주하면서 수많은 직원들이 거주지를 인천으로 옮겼고, 이미 10년간 터를 잡아왔으므로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 다시 서울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공실이 현재 상태로 이어지면 포스코는 막대한 손실을 끌어안게 되는데 그런 방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0년을 전후해 15년 이상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과의 수의계약 특혜를 누려온 젬백스지오(당시 지오인터내셔널)가 또다시 수의계약 특혜를 누리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오인터내셔널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포스코 또는 포스코건설 등과 적게는 수백~수천만 원에서 6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까지 수의계약 등의 방식으로 공사를 맡았다. 

이후 언론 등에서 수의계약 의혹이 제기되자 지오인터내셔널 대표 박모씨는 2016년 2월 한 언론의 보도를 기해 당시 “포스코 등과의 거래가 끊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의도 파크원 공사에서 지오인터내셔널의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6월 파크원 개발사업 인테리어공사라는 이름의 사업을 맡았다. 이후 젬백스지오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공사가 승계됐다. 

지오인터내셔널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포스코건설 47억9000만 원의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젬백스지오로 승계되면서 금액은 45억9000만 원으로 줄어들었으나, 올해 7월31일 파크원 준공이 마무리 된 후 확인된 최종 금액은 약 58억2000만 원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지오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6월2일 포스코건설과 47억 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한 이틀 뒤, 박 대표는 지오인터내셔널의 지분 100%를 에너전트에 149억 원에 넘긴다고 공시했다. 이후 에너전트는 젬백스지오로 상호를 변경하고 지난해 8월 박모씨를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다만 수의계약 특혜 의혹에 대해 포스코건설 측은 "발주처에서 공급사를 지정해 요청했기 때문에 수의계약한 것"이라며 “계약 금액 규모 면에서도 젬백스지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3.2%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젬백스지오 2016년 이후 단 4건 뿐

포스코건설과 잼벡스지오 등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양측이 이어 온 수의계약 건은 총 4건으로 가장 큰 규모가 파크원이며, 부산 파라다이스시티가 14억 원 규모일 뿐 모두 1~2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아울러 파크원 공사 기준으로는 총 수의계약 금액 대비 9.3%에 머물렀다. 

포스코건설의 기준에서 젬백스지오의 비중은 크지 않다고 주장하나, 젬백스지오의 매출 규모를 감안할 때 58억 원이 넘는 파크원 인테리어 공사 수주는 결코 적지 않다는 지적을 재우기는 힘들 것을 보인다.

젬백스지오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자체적으로 철저한 계획과 공사 관련 계획을 통한 예측 금액을 제시해 계약을 얻어냈으므로 특혜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공사가 진행된 만큼 수주 금액 비중은 전년과 올해로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종 계약은 지난달 31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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