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최종 개표는 끝나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신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적 ‘미국 우선주의’와 바이든의 전통적 동맹 강화 통한 국제화(Globalization) 또는 다자주의 부활의 대결이었다. 바이든의 승리는 미국 역사상 44명의 대통령들 중 가장 신뢰도 낮은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빕인세 대폭 인하, 큰 폭의 주가 상승, 중국에 대한 강력한 무역 보복, 해외주둔군 감축 및 철수 등으로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4년간 2만2천 번 토해 낸 거짓말, 동맹국들에 대한 배신, 예측 불허의 충동적 정책 결정, 인종차별, 독재국들의 자유와 인권 외면. 적대적 언론관, 북한 김정은 등 독재자들에 대한 존경 표출 등으로 세계적 조롱거리로 전락되었다.

바이든의 당선은 트럼프로 인해 추락된 미국의 국제적 권위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 바이든은 ‘미국 정신의 회복’에 나서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시 트럼프 이전의 미국처럼 자유진영 수호자로서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기는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다.

미국이 모든 국제분쟁 해결사로 나서게 되면 미군 희생과 경제적 비용을 떠맡아야 한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악화시킨다. 더욱이 미국에는 트럼프의 고립적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아직 많고 연방정부의 상원도 트럼프의 고립주의를 지지하는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데서 바이든의 다자주의에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금 미국은 170개 국가들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전 세계 40%에 해당하는 국가들에서 반테러 작전을 수행 중이고 수십 개 국가들을 상대로 경제제재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의 크나큰 군사·경제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저 같은 군사·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바이든은 트럼프 이전 국제화로 복귀하기 어렵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절충한 중간쯤으로 가지 않을까 추측된다.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트럼프와는 확연히 다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사랑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김을 “존중한다”며 개인적 친분관계를 과시했다. 트럼프는 북핵 완전 폐기보다는 대통령 재선을 위한 외교성과 과시용으로 이용코자 했다.

그에 반해 바이든은 김을 ‘흉한(凶漢)’이라고 불렀고 김과는 “비핵화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만날 수 있다”며 북핵 폐기를 전제로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트럼프와는 달리 “인권탄압을 중단토록 북한 정권을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처럼 김정은의 ‘사랑 편지’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남한과의 관계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와 같이 주한미군 유지비 분담금 과대 인상을 압박할 것 같지는 않다. “동맹국인 한국으로부터 갈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방위비 분담 압박에서 여유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흉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으로 역할하는 문 대통령의 친북 자세를 탐탁지 않게 여길 게 분명하다. 북핵 폐기보다는 북과의 교류협력을 우선시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으리라 분석된다. 또한 북한 인권 문제 제기를 기피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아쉬움도 없지 않다고 추측된다.

그 밖에도 바이든은 문 대통령이 중국 눈치를 보며 미국의 대중 견제 요구에 일본처럼 적극 나서지 않고 양다리 걸치기 하는 것도 주시할 게 명백하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이 트럼프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직시, 그간의 ‘김정은 수석 대변’ 역할을 버리고 대북·대중 노선을 재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미동맹은 흔들릴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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