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정례화 하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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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를 대표하는 총수 4인방 '이재용(삼성) 정의선(현대차) 최태원(SK) 구광모(LG)'이 지난 5일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

지난 9월 모임 이후 2개월 만의 재 회동이다. 올해만 네번째다. 아버지 세대와는 다르게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기업 경제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최근 모임을 두고 아버지 세대가 주축이 되어 운영한 경제단체가 아닌 새로운 단체의 탄생이 예고로 유추되기도 한다.  

부친상 이재용 부회장 위로...정의선 회장 취임 축하 등

총수 4인방이 몸담은 회사 등은 2016년 이른바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청문회에서 직접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고, 현대자동차와 LG그룹은 당시 회장을 맡고 있던 정몽구 회장과 구본무 회장이 탈퇴 의사를 밝혔다. 현재 구본무 회장은 영면에 든 상태이며 정몽구 회장은 건강 악화로 아들 정의선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상태다.

당시 전경련은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라는 밝은면도 있었지만 국정농단의 시발점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의 불법모금 창구 역할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추후 이 같은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서 전경련은 존립 위기를 맞았고 이후 패싱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풍문으로만 짙어지는 경제단체 구성

이런 상황에서 주목 받은 건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이하 대한상의)였다. 기업과 정부의 만남 주선도 '대한상의'가 주도했으며 이후 경영에 대한 목소리가 나와야 할 때도 전경련보다 대한상의 목소리가 더 컷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재계 총수 4인방의 잦은 회동이 재차 주목받으면서 이들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특히 이들 4명의 목소리가 재계를 상징하는 곳인만큼 젊은 총수 4인방이 주축이 된 새로운 단체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 한다. 

일각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후보로 최태원 회장이 물망에 오르는만큼 새로운 단체 구성은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앞서 재계는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강력한 리더로서 최 회장만 한 인물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한상의 회장은 관례에 따라 서울상의 회장이 겸직해 맡는다. 서울상의 회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등 5대 기업을 포함한 주요 그룹 서울상의 회장단이 선출해 총회에서 추대한다. 상의 회장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역대 대한상의 회장은 두산, CJ, 쌍용 등이 맡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LG 최고 수장 중 최태원 회장이 맏형이라 대한상의 회장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이건희 회장 별세 등 국내 주요 그룹의 세대교체 속에서 최 회장이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SK측은 대한상의 회장 추대설과 관련해 "현재까지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일축한 상태다. 

위로와 덕담의 자리인 듯

한편 4대 기업 총수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만난 것은 지난1월 청와대 주최로 진행된 '신년합동인사회'와 같은해 2월 대한상의가 개최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가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극복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한 게 마지막이었다. 2월 모임에는 해외출장 등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만 불참했다.

이후에는 비공식적으로 정기적인 만남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초에도 서울 시내 모처에서 4인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등 친목을 다졌다. 지난 5일에도 2개월 만에 또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은 '맏형'인 최태원 회장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서 재계 총수들은 최근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을 치른 이 부회장을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정 회장이 지난달 26일 주요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조문하는 등 4대그룹 총수 모두가 빈소를 찾아 이 부회장을 포함한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애도했다. 지난달 회장직에 오른 정 회장에 대한 덕담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날 모임에서 향후 배터리와 자동차 등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 회장들과 달리 젊은 총수들이 서로 개인적으로 교류를 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며 자연스럽게 친목모임을 가지는 상황에서 세대교체라는 공통분모가 형성된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간 비공개 회동이 사실상 정례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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