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와 바이러스의 공생] 저자 야마모토 타로 / 역자 한승동 / 출판사 메디치미디어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인류의 문명은 감염병의 역사와 순간을 함께 해 왔다.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전은 끝나지 않는 싸움처럼 보인다. 과거의 홍역이나 페스트, 천연두가 그랬던 것처럼 감염병으로부터 고통 받는 인류는 이를 극복하고자 고군분투한다. 나날이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보며 미지의 바이러스와 불편하게 타협할 것인가, 어느 한 쪽이 멸망할 때까지 싸울 것인가 몇 번이고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감염병 전문가인 저자 야마모토 타로의 신간 ‘사피엔스와 바이러스의 공생’은 인류의 문명사를 들여다보면서 온갖 감염병으로 고통 받던 인류가 어떻게 이를 극복했는지 알아본다. 저자는 “과연 감염병을 근절하는 것이 진정으로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목표가 맞는지 말인가” 라는 화두를 던지며 “병을 없애려 드는 인류 역시 무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진다. 평생을 감염병과 역사를 연구한 저자는 끊임없이 이어져 온 전염병과 인류의 활극이 결코 제로섬게임이 아니란 사실을 도출해 낸다.

책에서는 역병과 인간의 불편한 동행의 연대기를 짚어주며 시작한다. 19세기 외딴섬에서 유행한 홍역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치명적인 질병을 막기 위한 항생제와 백신은 개발됐지만 뒤이어 등장한 에볼라, 에이즈, 사스 등의 질병과 맞물려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오게 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크게 6장으로 나누어 감염병과 인류 문명의 흐름을 짚어주는 책에서는 세계사를 뒤바꾼 팬데믹과 같은 역사의 현실을 짚어주기도 하고 제국주의가 퍼뜨린 질병을 알려주기도 한다. 모습을 감춘 바이러스와 새로 출현한 바이러스 사이에서 끊임없이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는 인류는 수만년 동안 다퉈 온 질병 앞에서 공생이 아니면 공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인류 역사와 문명의 미래에 이제껏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중요한 질문을 던져 보게 만들어 주는 책을 통해 코로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어떻게 바이러스를 바라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특히 저자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화 시대 주요 국가로 부상한 이후로 한국이 처음 경험하는 ‘감염병에 의한 생명의 위기’라는 사실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을 듯하다. 종종 위기가 찾아오겠지만 결국에는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리라 믿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긴급사태가 선언된 일본 오키나와현 코로나 대책본부로 급히 발령되어 방역·치료 계획을 세우며 틈틈이 나는 시간을 쪼개어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을 작성해 본다. 특히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문명과 감염병에 관해 궁극적인 의문을 품어 보길 소망한다고 한다”라는 특별한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저자는 감염병이 없는 지구를 만들려는 자체가 파멸적인 비극의 막을 여는 준비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공생적 사고’가 절실하다고 알린다. 더불어 이제껏 이뤄진 적응 산물들은 하나같이 기분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타협의 산물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어떤 적응도 완전하거나 최종적인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1990년 나가사키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의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짐바브웨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감염증대책 수석 고문, 교토대학 의학연구과 조교수, 코넬대학 감염증 내과객원 조교수, 외무성 국제협력국 과장보좌 등을 거쳐 2007년부터 나가사키대학 열대의학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프리카, 아이티, 아메리카에 장기간 부임하며 감염증 예방과 대응 정책을 세우는 데 공헌했다. 저서로 ‘항생물질과 인간’, ‘신형 인플루엔자’, ‘에이즈의 기원’등이 있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저자 홍훈의 ‘경제학자의 인간수업’, 박광혁의 ‘히포크라테스미술관’, 이-푸투안의 ‘공간과 장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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