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우리나라 공무원이 북한의 기습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북한은 일언반구조차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은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향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의 근거를 추적,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앞서 문 대통령은 3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노태강 주스위스 신임 대사 등에 신임장 수여식을 진행했다고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노태강 신임대사에게 "도쿄올림픽 남북 동반입장 및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잘 협의해달라"고 주문했다. 도대체 '남북 공동 올림픽'의 단초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21일 국무회의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 유치 및 개최 추진계획'을 의결 확정지었다. 2년 전 대대적인 논란의 단초가 됐던 바로 그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北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의 '9월 평양공동선언' 당시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는 조항이 제4조2항으로 실렸다. 해당 조항은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나온다.
'2032년 하계 올림픽 남북공동개최'는 바로 더불어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이 불씨를 만들었다. 그 근거는 안민석 의원의 자서전인 '안민석의 물향기편지'에 등장한다. 다음은 그의 자서전 일부 내용을 직접 발췌한 것으로, 당시 정세를 보는 그의 시각이 나타난다.
▶ 지금의 한반도 정세에서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가 힘들어 보이지만, 지난해 6월 대통령께 공동올림픽을 제안드릴 때만 해도 9월의 평양선언에서 두 정상이 공동올림픽을 합의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 평양선언 직전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께 공동 올림픽이 필요한 이유를 말씀드리며 정상 간에 합의를 소망한다고 했을 때 장관께서는 반반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역사적인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 지금은 불확실하고 불안한 한반도 정세이지만 머지않아 평화무드로 반전되어 비핵화가 실현되길 고대합니다.
위와 같이 안 의원이 밝히고 문 대통령이 언급한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은 박원순 서울시장 생전 당시 서울시와 서울특별시체육회를 거쳐 생산된 문건 3개를 통해 이미 4개월 전부터 추진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일요서울은 이미 지난 7월 초,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집행위원 위촉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서 1건과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체육분과 집행위원 구성 관련 협조 요청 건' 공문서 1건, 붙임문서 '2032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국민유치추진위원회 개요' 문서 1건을 입수해 전면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국민유치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은 당시 박원순(서울시장)과 박용성(前 두산그룹회장), 정세현(민주평통수석부의장)이다.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민 지지도 결집과 유치 열기 확산을 도모하고자 31개 올림픽 정식종목 회원단체장의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체육 분과위원 위촉 협조요청'에 따라 31개 체육회에 '국민 지지도 결집 및 유치열기 확산'을 위해 '집행위원으로 위촉한다'는 내용을 보냈다.
이들 문건이 밝힌 목적은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에서는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민 지지도 결집과 유치열기 확산을 도모하고자 귀 회원종목단체장을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체육분과 집행위원으로 위촉하고자 하오니, 올림픽 유치를 통한 국가위상 제고와 대한민국 체육발전을 위해 적극 협조"이다. 즉, "국민 지지도 결집 및 유치 열기 확산"인 셈이다.
한편 안 의원은 그의 자서전에서 "반반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역사적인 합의를 이루었다"면서 "머지않아 평화무드로 반전되어 비핵화가 실현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우리나라 공무원을 향해, 그것도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후 소각 처리했다. 안 의원이 밝힌 소감대로라면 그는 '남북공동올림픽 합의' 등을 '역사적인 합의'라고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 [비공개 문건 입수] 北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일, 박원순 서울시 ‘남북공동올림픽’ 개최 위한 실무 절차 돌입?
- [안기부 수사 결과 전문] 외교부가 비공개한 임수경 무단 방북(訪北) 사건은?
- [2020 국감 핫이슈-외통위] ‘월북은 사살’ 신동근 발언 속 임수경 방북 배후 ‘임종석’···외교부 비공개 왜
- [밀착 취재] ‘조국 흑서(黑書)’의 역습···대한민국 요직 장악 운동권 500명 민낯
- [전문] '임수경 방북 사건' 통해 바라본 '故 이효재' 한국여성단체연합회장의 필적(筆迹)
- 법조계 "외교부, 임수경 무단 방북(訪北) 사건 문서 공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