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노태강 주스위스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10.[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노태강 주스위스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10.[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우리나라 공무원이 북한의 기습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북한은 일언반구조차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은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향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의 근거를 추적,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앞서 문 대통령은 3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노태강 주스위스 신임 대사 등에 신임장 수여식을 진행했다고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노태강 신임대사에게 "도쿄올림픽 남북 동반입장 및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잘 협의해달라"고 주문했다. 도대체 '남북 공동 올림픽'의 단초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21일 국무회의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 유치 및 개최 추진계획'을 의결 확정지었다. 2년 전 대대적인 논란의 단초가 됐던 바로 그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재인 대통령과 北 김정은의 모습. 18일 오전 평양 시내에서의 퍼레이드 장면. 2018.09.18.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北 김정은의 모습. 18일 오전 평양 시내에서의 퍼레이드 장면. 2018.09.18. [뉴시스]

 

北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의 '9월 평양공동선언' 당시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는 조항이 제4조2항으로 실렸다. 해당 조항은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나온다.

'2032년 하계 올림픽 남북공동개최'는 바로 더불어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이 불씨를 만들었다. 그 근거는 안민석 의원의 자서전인 '안민석의 물향기편지'에 등장한다. 다음은 그의 자서전 일부 내용을 직접 발췌한 것으로, 당시 정세를 보는 그의 시각이 나타난다.

▶ 지금의 한반도 정세에서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가 힘들어 보이지만, 지난해 6월 대통령께 공동올림픽을 제안드릴 때만 해도 9월의 평양선언에서 두 정상이 공동올림픽을 합의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 평양선언 직전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께 공동 올림픽이 필요한 이유를 말씀드리며 정상 간에 합의를 소망한다고 했을 때 장관께서는 반반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역사적인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 지금은 불확실하고 불안한 한반도 정세이지만 머지않아 평화무드로 반전되어 비핵화가 실현되길 고대합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에서 안민석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03.22.[뉴시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에서 안민석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03.22.[뉴시스]

 

위와 같이 안 의원이 밝히고 문 대통령이 언급한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은 박원순 서울시장 생전 당시 서울시와 서울특별시체육회를 거쳐 생산된 문건 3개를 통해 이미 4개월 전부터 추진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일요서울은 이미 지난 7월 초,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집행위원 위촉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서 1건과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체육분과 집행위원 구성 관련 협조 요청 건' 공문서 1건, 붙임문서 '2032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국민유치추진위원회 개요' 문서 1건을 입수해 전면 보도한 바 있다.
 

일요서울은 최근 서울특별시체육회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체육분과과 집행위원 구성 관련 협조 요청 문서 1건과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집행위원 위촉 요청 문서 1건, 2032 서울-평양 하계 공동 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 국민유치추진위원회 개요 문서 1건을 입수했다.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최근 서울특별시체육회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체육분과과 집행위원 구성 관련 협조 요청 문서 1건과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집행위원 위촉 요청 문서 1건, 2032 서울-평양 하계 공동 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 국민유치추진위원회 개요 문서 1건을 입수했다. [조주형 기자]

 

해당 문건에 따르면 국민유치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은 당시 박원순(서울시장)과 박용성(前 두산그룹회장), 정세현(민주평통수석부의장)이다.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민 지지도 결집과 유치 열기 확산을 도모하고자 31개 올림픽 정식종목 회원단체장의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체육 분과위원 위촉 협조요청'에 따라 31개 체육회에 '국민 지지도 결집 및 유치열기 확산'을 위해 '집행위원으로 위촉한다'는 내용을 보냈다.

이들 문건이 밝힌 목적은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에서는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민 지지도 결집과 유치열기 확산을 도모하고자 귀 회원종목단체장을 국민유치추진위원회 체육분과 집행위원으로 위촉하고자 하오니, 올림픽 유치를 통한 국가위상 제고와 대한민국 체육발전을 위해 적극 협조"이다. 즉, "국민 지지도 결집 및 유치 열기 확산"인 셈이다.

한편 안 의원은 그의 자서전에서 "반반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역사적인 합의를 이루었다"면서 "머지않아 평화무드로 반전되어 비핵화가 실현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우리나라 공무원을 향해, 그것도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후 소각 처리했다. 안 의원이 밝힌 소감대로라면 그는 '남북공동올림픽 합의' 등을 '역사적인 합의'라고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민석 의원실 주최로 열린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 현실과 전략-2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0.30.[뉴시스]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민석 의원실 주최로 열린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 현실과 전략-2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0.30.[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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