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권 구도 ‘앙꼬 없는 찐빵’ 전락···안절부절 왜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특수활동비’ 문제를 제기했지만, 자가당착(自家撞着) 상태를 면치 못했다. 심지어 여권의 대권 구도까지 수렁에 빠뜨린 셈인데, 친문(親文) 진영 속에서 정작 친문 후보가 물을 먹은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친문 후보란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의미한다. 대체 무슨 사정일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盧 탄핵·드루킹·특활비 등 자책성 발언 연타 추미애 입(口) ‘관심’

더불어민주당 대권 구도가 ‘앙꼬 없는 찐빵’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친문(親文) 인사가 아닌 비문(非文) 인사들이 주요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됐기 때문인데, 그것을 촉발시킨 인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당시 당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일명 친문 적자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6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 때문인데,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서 김 지사가 ‘댓글조작’ 범행에 공모했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그 결과 ‘친문’이라고 보기 어려운 인물들이 여당 대권 구도의 두 기둥을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이 ‘앙꼬 없는 찐빵’으로 보이는 까닭은 김 지사 등으로 대표되는 친문 인사들의 부재에 기인한다. 그 중심에는 바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있다. 추 장관이 민주당 대표 시절이었던 2018년 1월, ‘드루킹 사건’의 발단은 바로 ‘악성 댓글’이다. 당시 추 대표의 ‘심기’를 건드린 악성 댓글을 향해 민주당의 관심이 모아졌을 때 김 지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시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시스]

 

與 드루킹 신고 결국 자충수?

‘드루킹 댓글 사건’과 ‘추미애 당대표’의 관계는 결국 ‘제 눈 찌르기’가 됐다.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여당의 핵심 인사를 여당 대표가 겨눈 것이기 때문이다. 그 여파는 지금에서야 여당 대권 주자 구도를 뒤틀어버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앞서 추미애 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법률대책단은 2018년 200여 건의 댓글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불법적인 매크로’를 쓰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인데, 여기에는 친여권 성향의 방송인들도 의혹을 키웠다. 그러다 덜미를 잡힌 이들은 바로 ‘민주당 권리당원’이었다. ‘특별검사(특검)’ 공세에 밀리다 그해 6월 허익범 특검이 출범했고, 허익범 특검은 김경수 지사를 향해 “김 지사는 드루킹의 공범”으로 보고 기소했다. 즉, 김 지사가 불법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하는 등 조작에 관여한 ‘공범’으로 본 것이다.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씨 <뉴시스>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씨 <뉴시스>

 

그렇다면 민주당원이었던 이들은 왜 민주당을 향해 악성 댓글을 달았을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드루킹 김동원 씨’는 댓글 작업의 ‘값’으로 자신의 조직인 ‘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구성원을 일본 오사카 총영사 등으로 추천했지만 김 지사로부터 거절의 뜻을 되받았다. 그들의 거래가 틀어지자 민주당에 대한 악성 댓글이 시작됐다. 게다가 악성 댓글은 “1초에 무려 5건씩 공감수가 상승”됐고,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동영상으로 남기기도 했다.

지난 6일 법원에 따르면 이들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은 2016년 12월4일부터 2018년 2월1일까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 개에 달린 댓글 118만8800여 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1200여 회를 조작했다.

결국 드루킹 일당은 경찰에 덜미를 잡혔고, 여권의 지지를 받던 드루킹에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은 김 지사는 결국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당연히 대권 후보는 ‘꿈도 꾸기 힘든’ 상태가 됐다. ‘추미애 대표의 자충수(自充手)’로 읽히는 대목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20.07.21.[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20.07.21.[뉴시스]

 

秋 자충수 반복?···盧 탄핵사 ‘관심’

추미애 장관의 ‘자충수’는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추 장관은 노 대통령 탄핵에 동조했다. 친문 세력이 당권을 움직이는 지금, 당시 그 사건은 추 장관에게 뼈아픈 기억으로 남은 모양새다.

노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자 그 후폭풍을 맞은 추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낙선했다. 탄핵 이전에는 노무현 후보 지원세력 실무자로 움직이며 노 대통령 당선 후 미국 특사까지 했던 인물이 탄핵에 동조하자 성난 민심에 무너진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는 ‘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재판에 세운 모양새가 됐다. 자충수를 두 번씩이나 둔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뉴시스]
故 노무현 前 대통령. [뉴시스]

 

추 장관의 ‘입’을 통해 전개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곧 여당 대권 구도의 변동으로 이어진다. 비록 김 지사 본인 스스로 대권 의지를 직접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점,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전 함께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가 친문 세력의 핵심인 셈이다.

한편, 김 지사는 이번 2심 결과에 불복해 상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걸리는 기간이 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내년 9월 대선 경선 참여는 불투명하다. 사실상 차기 대권 도전은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1.21. [뉴시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1.21. [뉴시스]

 

檢 특활비 논란 촉발···의도 무엇?

치명적인 자충수에도 불구하고 추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여권에서는 추 장관이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의 적임자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법조계에 따르면 그 의도는 ‘정치적 생명 연장’이다. 결국 두 번의 자충수를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살아남겠다’는 뜻으로 향한다.

‘기어코 살아남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추 장관은 앞서 검찰에 대해 두 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 있다. 이 역시 추 장관의 ‘입’을 통해 나왔다. 현재 야당 몫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임명돼 활동 중인 이헌 변호사는 지난해 일요서울에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를 방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인사권과 감찰권”이라고 전했는데, 실제로 올해 여러 차례 검찰 인사가 단행됐고, 감찰권까지 동원됐다. 그렇다면 추 장관은 이번에도 ‘입’을 통해 또다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윤석열 검찰총장, 대검찰청 국감 답변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대검찰청 국감 답변 [뉴시스]

 

현재 추 장관의 ‘입’은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겨냥했는데, ‘세 번째 자충수’가 됐다. “쌈짓돈”이라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특활비 부적절 사용’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검찰은 정상적으로 특활비가 기관별 배분됐고 오히려 문제는 법무부 검찰국으로 되돌아온다. 법무부 검찰국은 12차례에 걸쳐 검찰 특활비 10억 3000만 원이 지급됐다. 국회 관계자는 지난 11일 일요서울에 “검찰 측에서는 대검 회계운영지원 관련 과가 부서별로 특활비를 지급하고 그 흔적을 남기도록 돼 있다”고 밝힌 상태다. 야당에서는 “국회는 특활비를 거의 없앴다”면서 “검찰뿐 아니라 청와대, 국가정보원, 검찰 등 관련 기관 특활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두 검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추 장관의 ‘입’이 다시 열렸지만,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것도 모자라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이 됐다. 국민들은 법률 사무를 다뤄야 하는 법무부 장관의 이 같은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울고등법원은 6일 '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0.11.06 (그래픽=전진우 기자) [뉴시스]
서울고등법원은 6일 '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0.11.06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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