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외교관 출신 현역 의원 중심된 ‘글로벌외교안보포럼’···與 ‘제로’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바이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다가오는 바이든 시대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그것이 한국 정치의 주 무대가 아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은 미국이 ‘북한 변수’를 움직이는 근본 요인임에 있다. 일요서울은 이번 1385호에서 前 유엔사무총장의 기조연설과 전직 외교관 출신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력 등을 통해 다가오는 ‘바이든 시대’를 알아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박진·조태용 이어 반기문 합세···바이든 시대 한반도 정세 ‘예측’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Jr., 조 바이든, 이하 바이든)’이 ‘트럼프(Donald John Trump, 도널드 트럼프, 이하 트럼프)’를 이기면서 본격적으로 ‘바이든 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아닌 미국 대통령에 정치권의 눈길이 모아지는 까닭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은 ‘북한 변수’를 움직이는 동력원이기도 하다.

‘북한 변수’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이는 곧 ‘한미동맹’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위, 국체(國體)와 국가정통성 확립 문제로 연결된다. ‘바이든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이 한미동맹으로 대표되는 ‘가치동맹’의 재확립 의지를 밝혔는데, 우리나라가 이를 ‘딴 세상 보듯’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됐듯,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은 동일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가치 동맹’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과의 첫 통화는 지난 12일 오전 인수위 홈페이지인 ‘더 나은 재건(buildbackbetter.com)’을 통해 공개됐다. 이날 첫 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한미동맹 강화’와 ‘북한 문제 공조 협력’을 제안했다. ‘바이든 시대’의 ‘한반도 핵심 의제’는 단연코 ‘북한’을 향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 있는 ‘한미동맹 강화’는 빼놓을 수 없는 의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이든 시대’의 주요 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요서울은 바이든 당선인과 인연이 있는 현역 정치인들의 이야기와 이력을 통해 향후 펼쳐질 ‘한반도 전망’을 따라가 봤다. 우선 바이든 당선인과 친분이 있는 인물은 바로 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으로, 그를 비롯한 현역 국회의원들을 밝힌다.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미국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정세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2020.11.12.[뉴시스]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미국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정세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2020.11.12.[뉴시스]

 

전직 외교관 주축 ‘글로벌외교안보포럼’

‘바이든 시대’를 앞두고 반기문 前 유엔 사무총장이 소개되는 이유는,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부통령이었던 당시 유엔 사무총장으로 그와 자주 교류하면서 ‘외교 라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12일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의 세미나에 참석해 바이든 시대를 전망했는데, 그가 참석한 세미나 또한 바이든 당선인과 ‘외교 관계’를 형성해둔 인물들이 만든 연구단체다.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의 대표 의원은 박진 국민의힘 의원,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연구책임의원이다. 지난 7월8일 ‘창립 총회’를 시작으로 매월 ‘외교·안보·국방·통일·인권’을 주제로 활동해 오고 있다. 포럼의 주 정당은 ‘국민의힘’으로, 전직 외교관 출신 현역 국회의원들이 주축이다. 이번 포럼에 회원으로 참여한 인물은 강민국·권성동·김성원·김예지·김용판·김태호·배준영·서정숙·신원식·윤상현·윤주경·이영·이용호·이주환·이채익·이태규·전주혜·정경희·정운천·정일영·조명희·조수진·조정훈·조해진·지성호·최형두·태영호·하태경·한기호·한무경 의원 등이다.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의 대표 의원인 박 의원은 바이든 당선인과의 ‘외교인연’으로 얽힌 인물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과거 한미의원외교협의회 참석 중 美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당선인과 만났다. 당시 그 인연이 지금에 와서야 부각되는 것이다.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과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왼쪽)이 6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면담을 마치고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15.10.06 [뉴시스]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과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왼쪽)이 6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면담을 마치고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15.10.06 [뉴시스]

 

그 인연은 해당 포럼의 책임연구의원인 조태용 의원으로 연결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2013년 12월 박근혜 정부 당시 미국 부통령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조 의원은 당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있었는데, 그 때 바이든 당선인과 안면을 텄던 것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있었을 당시에는 지금 바이든 캠프 내 외교안보분야 핵심 참모인 ‘토니 블링컨’ 선임자문과 교류했었다. 당시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이었다. 국무부는 우리나라의 외교부와 카운터 파트너격의 조직으로, 현재 바이든 행정부 출범 시 블링컨 자문은 국무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 前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주최로 열린 ‘미국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정세 전망’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 중에서도 반 前 총장의 이야기가 주목받는 까닭은, 바이든 당선인과 교류연이 두터운 그와 그의 경험을 통해 다가오는 '바이든 시대'를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의 발언 일부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 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2.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 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2. [뉴시스]

 

반기문 “바이든 시대, 분열보다 통합 우선”

▲ 전 세계는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유엔 회원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관심을 갖고 지켜본 이유는 미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인류 공통 가치를 중시하면서 막대한 경제력·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 지도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 문제를 둘러싼 외교안보 분야는 최고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 우리나라의 경우, 어떻게 하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미국과 공조할 것이며 한미동맹을 어떻게 하면 강화시키느냐가 지상의 과제이므로 숨죽여 미국 대선의 결과를 지켜봤다고 본다. 현재 북한 비핵화 문제는 코로나19 문제 등으로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는 듯하다.

▲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 회담 등을 여러 차례 했는데 실질적인 효과를 못보고 아직도 그 모양 그 상황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비치지 않았고, 정치적 쇼로 끝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번에 당선된 바이든 당선인은 다른 접근을 모색할 것이며, 北 김정은도 새 바이든 행정부의 간을 보면서 현상 타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6.30.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6.30. [뉴시스]

 

▲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저는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이던 시절 여러 차례 교류했다. 전직이 됐을 때 만나기도 했다. 바이든 스쿨 등과 관련해, 제게 연락이 와서 대소식 기조연설을 했었는데, 그가 당선된 후 개인적으로 편지를 쓰기도 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 그 과정에서 제가 느낀 것은 바이든 당선인이 ‘유연한 협상가’, ‘탁월한 조정자’라는 것이다. 수십 년간 ‘국제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몸소 느낀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가족의 죽음을 겪기도 하면서 연민의 정도 상당히 많다. 열정과 함께 온정도 갖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통합과 공감력을 가진, 격조 높은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즉, ‘분열이 아니라 통합(Unity)을 추구하는’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상대방을 적으로 보지 말자, 나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도 다같이 미국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식 때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우리나라 여야 지도자들도 서로 협력하지 않겠다고 결정할 수 있지만, 협력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도 있지 않겠나. 우리 정치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존 매케인 상원 의원과 많이 싸웠는데, 마지막에는 서로 가까워졌다.

▲ 미국과 중국의 ‘미중 패권 전쟁’의 경우 바이든 당선인 또한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치체제와 인권 등에 대해 중국이 바뀔 리가 없기 때문에 미국과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은 미국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부인 질 여사와 함께 11일(현지시간)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앞서 재향군인의 날 기념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를 위해 싸운 모든 이가 영웅이며 우리는 그들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다라고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2020.11. [뉴시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부인 질 여사와 함께 11일(현지시간)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앞서 재향군인의 날 기념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를 위해 싸운 모든 이가 영웅이며 우리는 그들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다라고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2020.11. [뉴시스]

 

▲ 바이든 당선인은 절차와 과정을 중시한다. 일명 ‘상향식 과정’인데, 실무자들 간 적절한 의견 조율 절차를 거치고 관계국과의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한미 동맹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우호협력의 범위가 더욱 확대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최근에는 한국 참전비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그는 ‘혈맹(血盟)’이라고 했는데, 그가 한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 전시작전권(전작권) 환수 문제를 두고 역대 정부에서 계속 넘어가다가 이번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조이기 시작했다. 이런 것은 미국 입장에서 ‘한국 정부는 5년마다 왜 이런 식으로 바뀌느냐’라는 점에 대해 ‘짜증’도 있다고 본다. 외교는 세계 어디를 가도 초당적이다. 외교와 안보는 당이 다를 수 없다.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미 간 조율 합의된 방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북한 비핵화가 추진될 것이고, 그와 연동되지 않은 종전선언이나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등은 미국의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핵 감축 약속 없는 한 北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안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살라미(영어: Salami, 이탈리아어: Salami, 얇게 썰어먹는 햄) 전술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 편가르기 보다 통합을, 독선보다 공감을, 파격보다는 상식이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 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 포럼’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박진 의원등 참석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조주형 기자]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 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 포럼’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박진 의원등 참석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조주형 기자]

 

‘초당적 외교’ 말했지만···與, 대부분 ‘불참’

반 前 총장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공감 능력’을 갖춘 ‘유연한 협상자’, ‘탁월한 조정자’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했지만, 정작 이날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를 제외하고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인사들은 단 한명도 함께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여야가 함께 추진할 수도 있는 ‘방미단’의 경우, 여권에서 먼저 TF팀을 꾸린 상태라고 지난 12일 박진 의원은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일요서울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차원의 초당적 방미 일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11.12.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11.12.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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