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기념비 찾은 바이든 당선인 부부 [뉴시스]
한국전 참전 기념비 찾은 바이든 당선인 부부 [뉴시스]

 

[일요서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외교안보라인 후보군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펼쳤던 대북 정책에 부정적이라고 미국의 소리(VOA)가 13일 보도했다. 강한 제재와 압박을 기반으로 한 대북 협상을 선호하거나 북핵 해결 보다는 상황 관리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이유에서다.

VOA는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외교수장인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라고 지목한 뒤 그가 최근 몇 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지난해 7월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적 친분이 '화염과 분노'와 같은 상황보다는 낫지만 비핵화에서 거둔 실질적인 성과는 솔직히 말해 매우 적다는 지적이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미국의 오랜 목표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낮다는 데 우려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목표에 훨씬 못 미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지난해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제재를 기반으로 대북 협상을 이어가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라이스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첫 해인 2017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는 "냉전시대 소련의 핵무기 수 천 기를 용인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있다"며 북핵 용인론을 펴기도 했다고 VOA는 전했다.

VOA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토니 블링큰 전 부장관도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블링큰 전 부장관은 현직에 있던 당시 북한의 도발이 계속 이어지자 압박을 통한 해법을 강조했다. 특히 2016년 브루킹스연구소와의 대담에선 북한이 국제사회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프랑스 24와 인터뷰에서는 북한과 충돌로 치닫던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대응이 북한과의 외교로 전환된 것은 긍정적이고 지지를 받을 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 대통령과 동등한 반열에 올리면서도 아무 대가도 얻지 못한 것은 효과적인 외교라고 할 수 없고, 충분한 준비를 거친 결과라고도 할 수 없다며 추가 진전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해 비판했다.

국방장관에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이 회자된다고 VOA은 전했다.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활동했던 플러노이 전 차관은 퇴임 이후 다양한 토론회에 참석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고 지난 9월30일에는 디펜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핵에 대한 생각을 밝히면서 사실상 해결보다는 상황 관리 측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당시 "군축의 관점에서 북한 정권이 핵을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만큼 완전한 핵 군축을 이루긴 어려울 것"이라며 "궁극적이고 장기적 목표로 군축 노력은 계속 유지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문제는) 위험을 관리하는 도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코피 전략' 등 대북 선제공격론이 제기됐던 2017년에는 한국에 대한 보복공격이 있게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국에 대한 보복공격을 유발하지 않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군사공격을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상당한 군사 공격은 전쟁을 시작하는 것과 같고 이에 따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 인수팀에 참여한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후보 지원 연설을 한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대행 등이 차기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도 VOA는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에서 대북 정보를 다뤘던 정 박 석좌는 지난 4월 '김정은 되기'라는 저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 유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고 기술 회사와 사회운동가들과 협력해 북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정보 침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석좌는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에 대해선 강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7년 VOA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 석좌는 "예방전쟁은 매우 나쁘다고 생각하며, 좋은 군사적 방안이라는 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12년간 보좌관으로 일했던 자누지 대표는 관여를 통한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자누지 대표는 5월 VOA와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의지를 보이면서 동시에 북한의 제재 위반에 대한 주의보를 내는 등 활동을 지속한 데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싱가포르 선언에 표현된 목표 발전 방법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 건 현명한 일이며, 아울러 북한이 관여할 때까지 압박을 유지하는 건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자누지 대표는 미국의 접근 방식에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컨트리맨 전 국무부 차관 대행은 최근 VOA와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 측이 북한 문제에 있어 전통적인 외교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를 담당할 유능한 사람을 임명하는 작업에 즉각 나설 것이라고 믿고,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북핵 담당자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바이든(당선인)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어떤 정상을 만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지만,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준비가 중요하고 즉흥적인 결정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