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인물,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이른바 3김 중에서 특히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특유의 경상도 말로 정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들로 유명하다. 그중에 YS가 1993년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최형우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 아들의 대입 부정사건 관련 소식을 듣고 “우째 이런 일이...”라고 탄식을 했다는 말은 워낙 유명하다. 지금 세대는 정치인 최형우를 잘 모르지만 당시엔 오른팔 왼팔이라 불릴 정도의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

요즘 매일같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국내 유명인사는 단연 윤석열 총장이다. 그는 검찰총장이지만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빠짐없는 ‘단골 손님’ 인데, 급기야 11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쟁쟁한 여당 주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야 말았다. 권투로 치면 링에 오르지도 않은 그가 가장 흥미있는 ‘가상 경기’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야말로 ‘우째 이런 일이..’ 라는 탄식이 나올 법하다. 여당이 볼 땐 말도 안 되는 현상, 그리고 야당으로선 참 비참한 현상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와 관련 야당의 대표적인 대선주자들을 제외한 조사이기에 불합리하다는 지적 등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어째든 ‘윤석열’은 ‘하나의 정치 현상’의 표출임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윤석열 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검찰 총장이다. 그는 현재 야당 정치인도 야권 대선주자도 아니다. 그런 그에게 왜 여론조사에서 이상하리만큼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대체로 추미애 장관과의 끝없는 설전과 여권의 ‘다양한 핍박과 억압’(?) 속에서도 ‘권력에 항전’하는 모습에서 보수층과 중도층까지 윤석열 총장에게 ‘결사 항전’하라는 메시지를 여론조사에서 지지로 표출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여권에선 믿기지 않는 현상에 대해 ‘일시적 현상이자 거품일 뿐’이라고 애써 평가절하고 추미애 장관은 아예 이젠 ‘나가서 정치하라’ 고 권유(?)할 정도로 그를 더 이상 검찰 수장이 아닌 정치인 행세를 하는 ‘검찰 정치인’으로 낙인찍고 있기도 하다.

야당 역시 뼈아프긴 마찬가지이다. 정작 당내에 내로라하는 유력 대선주자나 심지어 안철수 대표 등 범야권 주자들까지 제치고 1위에 나선 데 대해선 달갑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윤석열 현상’을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 정치를 한다거나 또는 야당으로 가겠다거나 한 적도 없는 그가 제1야당 국민의힘을 통째로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총장이 적당히 2,3위 정도 하면 그 봐라 ‘민심이 현 정권에 등 돌린 결과이다’ 라고 비판과 견제의 용도로 활용해 왔는데 우째 이런 일까지 생겨서 도무지 의욕이 없을 듯하다.

이제 처음이지만, 대선 여론조사 1위까지 오른 상황에서 검찰총장 그리고 검사로서 윤석열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그의 뜻과 의지가 어떤지는 모를 일이나 정치적 중립은 그야말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데에도 역시 이의가 없을 것이다. 정권에 항쟁하려면 이젠 당당하게 검찰에서 나와야 정정당당하게 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집권자로부터 임명받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인 것이다. 싫으면 떠나야 한다.

여당이 애써 ‘윤석열 현상’을 평가 절하하려 하지만, 이 현상은 아마도 그가 정권 품에 남아 있든 밖으로 나가든 ‘윤석열 신기루 현상’은 정치 반감이 커진 만큼 크고 상당 기간 갈 것 같다. 아직 대선이 한참이나 남았다. 집권 여당도 사실상 여당끼리 1, 2위를 견주고 있는 지금의 대선 여론조사만 믿고 태평세월 누리다가 큰코 닥칠지도 모를 일이다. 만일 YS가 살아있다면 아마도 우째 이런 일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공연한 생각이 드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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