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국프로야구는 팀당 144게임을 치르는 온전한 시즌을 마쳤다. 메이저리그 야구가 팀당 60게임만 치르는 단축시즌으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LA다저스가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예년에 비해 큰 감흥은 없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코로나19 방역 선진국답게 큰 문제없이 정규시즌을 마치고 지금은 플레이오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처음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NC다이노스가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지만,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 두산베어스가 NC다이노스의 앞길을 가로막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두산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선수시절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수비형 포수로 10년 정도 두산베어스의 선수로 활약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그런 그가 2015년 시즌 두산베어스의 감독을 맡게 되었을 때 두산베어스의 전성시대가 열릴 거라고 생각하는 야구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대개 프로야구 감독이 교체되는 시기는 앞선 시즌의 성적이 기대 이하일 때가 많았다. 그래서 2015년 시즌 김태형 감독이 두산베어스를 우승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객관적인 전력이 우승할 만한 전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정규시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두산베어스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김태형 감독 취임 후 두산베어스는 정규시즌 우승 3회,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김태형 감독은 지장의 반열에 올랐고, 해태타이거즈 시절의 김응용 감독, 현대유니콘스 시절의 김재박 감독, SK와이번스 시절의 김성근 감독, 삼성라이온즈 시절의 유중일 감독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감독이 되었다. 그의 두산베어스 야구는 ‘화수분 야구’로 불렸다.

작년 우승 이후 급격한 전력 누수를 겪은 두산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혼신을 다해 승리함으로써 5위에서 두 계단을 수직 상승하여 의미 있는 3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오늘과 일요일 경기 중 한 경기만 승리하면 김태형 감독은 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감독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상대적으로 약화된 전력에서도 끊임없이 선수를 발굴하고 키워 내서 최고의 성적을 내는 감독이 김태형 감독이고 그의 야구가 ‘화수분 야구’이다.

‘화수분’이라는 말은 진시황 설화에서 나온 ‘하수분(河水盆)’이 변한 말로, 본래 ‘황하수의 물을 채운 동이’라는 뜻에서 나중에 ‘그 안에 온갖 물건을 넣어 두면 똑같은 물건이 끝없이 나온다는 보배로운 그릇’을 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 ‘화수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보물이 나오는 것은 누군가 그만큼의 노력과 열정의 결과물일 것이다. 두산베어스의 ‘화수분 야구’는 김태형 감독의 노력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11일 충북 괴산군청에서 열린 충청권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서울의 매력적인 미래를 위해 서울은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의 경제·금융·문화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세종에는 국회의 완전이전을 목표로 하는 단계적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회의 완전이전 즉, 입법수도 이전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돌이켜보면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 공약 이래, 수도 이전 공약은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화수분’ 같은 선거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20년 가까이 유효한 정치적 효능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세종시가 더불어민주당의 ‘화수분 정치’를 가능하게 한다 하더라도 이제 선거용으로는 그만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두산 김태형 감독만큼은 안 될지라도, 이낙연 대표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노력과 열정을 보인다면 많은 국민이 그를 지지할 것이다. 그것도 없이 세종시의 ‘화수분 정치’에만 기댄다면 2년 당대표를 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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