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재개 26일 만… ‘사망자 100명’ 넘어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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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독감백신 접종 후 누적 사망자는 지난 10월16일을 시작으로 이달 10일까지 101명에 달했다. 앞서 지난 2009년부터 11년간 독감 백신 관련 부작용 사망은 25건에 불과한데 비해 이번 독감백신 접종일부터는 26일 만에 사망자 100명을 넘어선 것이다. 

독감백신 관련 사망 보고와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려 시민들의 혼란은 가중된 채 독감백신 접종은 계속 진행돼 왔다. 정부와 제조·유통사, 의료기관에도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각 기관을 향해 책임론도 불붙고 있다. 일요서울은 위 사안을 집중 취재했다. 

‘일선 병원’도 믿기 힘든 ‘백신-사망 無인과성’
의료변호 전문가 “정부와 의학 기관·업체들의 ‘책임 불분명’은 드문 사례”

정부는 독감백신 사망보고 중 대다수가 인과성이 낮다고 발표하며 독감백신 접종을 계속 진행시켰다. 정세균 총리와 정은경 질병청장은 ‘릴레이 백신 접종’에 나서며 독감백신 품질 안전성을 입증하고자 직접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급증하는 독감백신 사망건수에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려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도 독감백신 접종은 현재 진행형이다. 

환자에 책임 전가
‘서약서’ 받는 병원 등장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의 병원에서 환자들로부터 ‘독감 백신 서약서’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제보글이 올라왔다. 서약서는 ‘질병관리청의 방침에 따라 (독감백신 품질)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무료 접종을 시행한다. 위 설명을 듣고 인지한 상태로 접종에 임한다’고 동의를 얻는 내용이었다. 

국민들 사이에서 거센 비판이 일면서 여론이 공론화되자 한 누리꾼은 “백신 관련 사망자가 나오는 가운데, 접종에 서면 동의를 받는 행위를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3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민원글을 게시했다. 

의료법 제24조 제2항에 따르면 ‘사람의 생명과 신체 중대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은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앞서 명시한 의료행위들처럼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할 정도의 요인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독감백신으로 사망자가 속출하자 해당 병원이 백신에 대한 책임을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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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으로 일관”
정부-제조사-유통사-병원

국민들은 1차적인 책임을 독감백신 접종사업을 담당하는 정부에 물었다. 이에 질병청은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며 ‘백신 재검정’이나 ‘국가예방접종사업 중단’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후 재개된 독감백신 접종 사망자가 속출하자 일선 병원에서 먼저 환자들의 동의를 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임 면피성 동의서’라는 비판과 커지는 논란에 지난 4일 관할 보건소는 현장점검에 나섰다. 보건소 담당자가 해당 계약서를 폐기하고 추후 서약서를 받는 행위가 재현되지 않도록 행정조치에 나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법조계에서는 서약서 내용을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 또는 백신 접종 여부를 심사숙고하게 결정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와 의료기관의 불법행위 등 중대 과실 여부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민·형사상 처벌 또는 보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결국, 독감백신을 접종하고 나서 사망하더라도 환자 본인만 기저질환 악화나 사망의 결과를 맞게 될 뿐 정부와 제조사, 유통사, 일선 병원 어느 한 곳에서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독감백신으로 사망한 사람만 100명이 넘었는데, 정부도 제약사도 유통사도 병원도 잘못 없다면 급증한 사망자들을 어떻게 설명할 거냐”라며 비판했다. 

법무법인 제이앤씨 소속 홍지혜 의료전문 변호사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 사례와 관련해 정부나 제약·유통사, 의료기관까지 책임지지 않는 것은 굉장히 드문 사례다. 코로나19라는 특수사항과 접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는 백신 관리에서 상온 노출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의약품 설명서 혹은 내부규칙 및 관행이 있었다면, 백신을 처음 상온 노출해 보관한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상황을 해석했다. 나아가 정부가 나서서 제조와 유통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것 자체에 대해서도 국가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 법적 감정기관을 통해 인과성을 명확히 검증 받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이에  홍 변호사는 “정부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했다 하더라도 특정 기간에 특정 환경이 겹쳐 사망자가 발생된다면, 섣불리 문제가 없다고 발표할 것이 아니라 손해가 크더라도 접종 유보를 권고하거나 전량 폐기하는 게 통상적인 흐름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이상한 흐름이 허용되는 이유는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 때문이다. 애초에 정부는 코로나19와 계절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방지하기 위해서 강행한 것. 그렇다 하더라도 세부적인 매뉴얼조차 마련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현장 혼선과 국민들의 불안감, 유족들의 억울함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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