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던 국내 바이오업계 ‘흔들’...성장 기대감이 상장폐지 불안감으로

[사진=신라젠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인보사케이주 사태로 논란됐던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앞서 신라젠도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상황에서 상장폐지 여부 결론을 앞두고 있다.

한편 헬릭스미스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최근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되면서 한시름 놓은 모양새다. 하지만 3분기 보고서 결과 이후 다시 정정이 이뤄지는 만큼 연내 유상증자를 위한 벽은 남아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세 기업 모두 강세 기업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만큼 일각에서는 올해 11월이 바이오업계에서는 ‘잔혹한 달’로 기억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신라젠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사진=신라젠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처분에 이의신청 의사...‘6만여 주주’ 촉각
- 신라젠, 기술특례상장 제도 주식 시장 상장...상장폐지 불안감 고조



촉망받던 국내 바이오업계가 위태로운 분위기다. 코오롱티슈진은 한때 시가총액이 4조 원이 넘었고, 신라젠은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다. 이들 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향한 성장 기대감은 이내 상장폐지의 불안감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투자를 자처한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산업계도 국내 바이오산업 발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무너진 재심의
이의 신청, 향방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5일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했다. 앞서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10월 한 차례 상장폐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고의로 속이고 신약 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회사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1년간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심의에서 무너져 올해 또다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거래 정지 상태로 올해 6월 정지 전 주가(8010원) 기준 시가총액은 4900억 원에 달한다.

코오롱티슈진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총 6만4555명으로, 지분율은 34.48% 수준이다. 보유 주식만 총 421만4861주로 이는 약 337억 원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6만여 명의 소액주주들을 향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은 상장폐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만큼, 코오롱티슈진이 당장 상장 폐지 절차를 밟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코오롱티슈진 측은 공시 뒤 이의신청에 대한 의사를 즉각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재심은 오는 12월 초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코오롱티슈진이 이의신청을 하면 거래소는 이의신청을 접수한 날부터 15영업일 이내인 이달 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다시 열고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기존에 내린 상장폐지 의결에서 물러나 개선기간을 더 부여할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17만 투자자 ‘격앙’
폐지 기로 선 신라젠


상장폐지 기로에 선 신라젠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앞두고 시끄럽다. 이미 지난 8월 심사위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만큼, 이달 중 이뤄질 심사 결정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신라젠은 지난 9월 주상은 대표이사 선임과 함께 새로운 사외이사들로 교체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30일에는 경영투명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2차 경영개선 계획서도 제출한 상황이다. 주주들도 사측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로에 선 신라젠 주주들의 불안감은 점차 증폭되는 분위기다. 특히 신라젠은 개인투자자가 17만여 명, 87.7%의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이들은 신라젠 거래 중단 이후 꾸준히 주식거래 재개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최근에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탄원서 접수를 거부한 한국거래소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주주들의 탄원서 제출 권리 주장이 거듭되자 거래소는 탄원서를 받았고 상황은 마무리됐다. 주주모임 측은 주식 거래를 재개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으로, 오는 19일과 이달 중 열릴 기업심사위원회 재개일에도 집회가 이뤄질 예정이다.

신라젠은 정부가 2005년 도입한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해당 제도는 혁신기술을 갖췄음에도 실적이 저조한 기업을 위해 도입된 만큼, 상장 대상의 약 80% 정도가 바이오기업이 차지한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한 개인투자자는 “최근 바이오기업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지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큰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투자자들에 대한 우려는 물론 그간 눈여겨봐 오던 바이오기업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보유한 혁신기술을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기관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