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정치는 생물이다. 당장 코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이다. 최근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후보자가 되어야 하고, 승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치판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역술인을 찾기도 한다. 최근 부산시장 한 후보가 모 역술인을 만났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당의 핵심인사가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의 향방을 알기 위해 역술인을 만났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정치인들이 역술인들에게 의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의원회관 집기류를 놓는 것조차 역술인의 조언을 구한다는 의원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역술인들은 이런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상술에 이용한다. 이권, 청탁 비리 등에 연루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정치인과 역술인과 얽힌 비화는 무궁무진하다.

관상 포스터, 뉴시스
관상 포스터, 뉴시스

- 4월 재보선. 대선 선거철 도래 역술인들 몸값 상한가
- 이세민 역술인 야당.부산시장 후보 통해 김종인 도 만난다?

선거철만 되면 역술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 역술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선거철이 대목이다. 무엇보다 수도권의 북한산, 대구의 팔공산 등 각 지역구 명산이 주요 거점지역이다. 선거 때만 되면 기가 센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 선거철 후보자들을 고객으로 하는 정치컨설팅 업체 중에서 후보자들의 사주풀이를 제공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치컨설턴트 한 관계자는 정치대학원이나 아카데미를 수료하는데 최근엔 그 과정 중에서 유명 역술인을 강사로 모시는 경우도 있다후보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거물급 인사들이 이름을 날리는 역술인을 찾아다니는 일도 적잖다.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할 때도 역술인을 찾는다. 누구에게 줄을 서야 하느냐는 조급증과 위기감 때문이다. 특정 정치인과 역술인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정치인 주변에는 항상 역술인이 함께한다는 말도 나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앞두고, 야권 내에서 역술인 회자

이런 가운데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한 역술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역술인 이세민씨다. 이씨를 찾았던 인사들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정치권, 재계 유력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씨는 정치권 주요인물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단적인 예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윤회씨를 만나고 있었다는 소문을 언급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 사건에 검찰이 나섰을 당시 정윤회씨가 이씨를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이씨는 또 지난 201811월 윤석열 검찰총장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만났을 당시 함께 식사를 한 인물이기도 하다. 야권에서 대선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총장이 홍 회장과 함께 이씨도 함께 만났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왔다

특히 최근에는 야권 핵심인사들이 이씨를 만났다는 카더라식 소문이 나돌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최근 야권의 핵심인사가 이씨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관계자는 보궐 선거와 관련해 이씨는 잘 될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고 귀띔했다.

나아가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B씨도 같은 이씨를 만나 부산시장 출마와 관련한 문의를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역술인을 잘 아는 한 의원은 최근에는 대구와 서울을 오고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끔 연락을 하고 지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인 인사들과도 안면이 깊다고 덧붙였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한화갑 전 의원 등을 비롯해 21대 국회에 몸담고 있는 의원들과도 다소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과 역술인 관계 악어와 악어새로 규정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뉴시스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정치인과 역술인의 관계를 악어새와 악어의 관계로 규정한다. 특히 역술인의 말에 의지하는 의원들도 있다. 이러다 보니 정치인과 역술인에 관한 일화는 많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경찰이 청와대 보고용으로 전국 각지의 역술인들을 만나 국운 전망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에 따르면 보고서들의 제목은 역술인들의 새해 국운 전망이며 대통령께서는 언 땅에 꽃을 피우는 사주로 대운이 올 것입니다. 북악산, 남산, 인왕산이 청와대를 감싸고 있는 대통령님은 양의 배를 쓰다듬어 울음을 그쳐주는 상입니다라는 문장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안철수 의원에 대해 복이 붙는 형상이지만 선거 승리에 중요한 기세, 법령 등 팔자주름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고 분석하고, 2015년 전망에는 아베 총리하고 상극이고 당분간 한일 관계 개선이 어렵고, 시진핑과는 상생 관계다는 내용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시장을 마친 뒤 안국포럼 사무실을 차릴 때 장소 문제를 놓고 측근 의원과 인사들이 저마다 풍수가를 데려와 사무실 자리를 두고 갑론을박했다는 일화도 있다.

나아가 댓글 조작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루킹은 역술인과 함께 전직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지사 등 유력 정치인들의 운세를 공유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경우 유명 역술인의 남쪽으로 가면 큰 행운이 온다는 말을 듣고 전남지사에 도전해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또 의원들은 대선 출마를 해도 되느냐 등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 자신의 사주를 보며, 이를 바탕으로 결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한 정치인의 경우 중국에 갈 때 현지 할머니 역술인을 만나 대선 전 한 후보의 사진을 갖고 가 보여줬는데 당선을 예언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소개로 여러 의원들이 중국에 가서 점을 보고 왔다는 후문이다.

, 넥타이 색깔까지 역술가가 권하는대로 하는 정치인도 있다. 행운을 가져온다며 빨간색 넥타이, 빨간색 속옷을 입는 식이다. 또 역술인으로부터 이번에는 비행기를 타지 마라는 말을 듣고 해외 출장을 미루는 의원도 있고, 탈당을 하려고 할 때 역술가가 하지 말라고 해 마음을 접은 의원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한 여성 정부기관장은 출마를 하겠다는 남편의 운세가 궁금해 직원을 시켜 남편 사주를 들려 보냈다는 일화도 있다. 그 역술인은 출마하면 떨어질 텐데 아무리 말려도 안 들을 사주니 그냥 놔둬라는 답변을 했다. 실제로 그의 남편은 선거에서 떨어졌다

YS, DJ, 손학규 역술인과 인연화제

과거 한시대를 풍미했던 인사들도 역술인과 얽힌 사연들이 많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0년 여의도로 당사를 옮기면서 기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무속인 말에 따라 관훈동 구 당사에 자기 사진을 남겼다는 후문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친 묘를 옮긴 뒤 대선에 승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2007년 한나라당에서 탈당할 때 대운이 기다린다는 역술가 얘기를 측근에게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정치인들은 역술가들의 말을  ‘믿거나 말거나할 수도 있으나 정치적 결단을 내리거나 할 때 이들의 말에 쉽게 의존하는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문화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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