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것도 개인의 자유” vs “생명 경시로 이어질 것”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 모습. [뉴시스]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뉴질랜드에서 사실상 안락사가 합법화됐다. 현재 안락사를 허용한 국가는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캐나다, 벨기에, 콜롬비아 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일명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소극적 안락사(존엄사)가 허용되고 있다.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 아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환자 스스로의 의사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를 한국에서도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요서울은 시민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그동안 한국에서 존엄사는 물론이고, 안락사는 오랫동안 논외의 문제였다. 금기시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음을 논하는 것 자체에 보수적이었던 것. 이는 유교 정신과 생명은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인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종교계 영향도 크다. 또 안락사는 자살을 부추기거나 생명을 경시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면서 안락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 도입 1년8개월 만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74만 명에 육박한다.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5만3000명을 넘어섰다.

해외는 어떻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조력자살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주, 스위스, 네덜란드 등에서는 합법화돼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에게도 조력자살을 허용한 나라가 스위스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안락사를 돕는 스위스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DIGNITAS)를 통해 한국인 2명이 지난 2016년, 2018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적극적 안락사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프랑스, 캐나다, 콜롬비아, 포르투갈 등 7개 국가에서 허용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허용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적극적 안락사 등이 국내에도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적 논의 필요

물론 찬반 의견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죽는 것도 개인의 자유다”, “개인의 죽음에 대해 가족이 결정할 수 있어도 나라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등의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반대 측에서는 “멀쩡한 사람들이 죽으려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생명 경시로 이어질 것이다” 등의 견해를 내놓고 있다.

서울신문과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이 리서치 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2월 13~14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 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80.7%가 한국에서도 안락사 허용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는 11.4%, 잘 모름은 7.9%였다.

안락사 허용 문제는 의학적, 윤리, 종교 등 문제가 얽혀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사회적 논의가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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