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인가 ‘자동차’인가, 명확한 법적 규정 어려워

아무데나 쓰러져 있는 전동킥보드. [사진=김혜진 기자]
아무데나 쓰러져 있는 전동킥보드. [사진=김혜진 기자]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오는 12월 10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게 된다. 미래형 이동수단이라는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개정안에 발맞춰 따라오지 못해 관련 법안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서울은 다음 달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법적 사각지대를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 음주·뺑소니·민식이법 ‘자동차류’로 분류돼 개정 이후에도 동일 적용
- 개정 이후 음주운전시 ‘자전거법’ 적용…혈중알콜농도 0.1% 이상 ‘윤창호법’으로 형사처벌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소형 오토바이인 이륜차(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제2종 운전면허 중 하나인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만 16세부터 취득 가능) 이상을 소지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차도로만 다녀야하고 ▲음주운전·뺑소니·민식이법에 있어서 자동차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안전장비도 착용해야 하며 위반 시 범칙금 2만 원 부과대상이다. 

개정안은 전동킥보드 ‘자전거’로 취급, 법적 지위는 여전히 ‘자동차’

12월10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동킥보드를 ‘원동기장치자전거’라는 기존 범주 내에서 ‘개인형 이동장치(PM·퍼스널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분야로 추가 세분화해 구분하게 된다. ▲면허증 없이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해지고 ▲자전거와 같이 분류돼 자전거도로 통행이 가능하며 ▲음주운전 시엔 자전거 음주운전과 같이 경미하게 처벌된다. ▲안전장비 착용의무는 있지만 위반 시 별도 제재는 없도록 자전거와 유사하게 변경된다.

문제는 법안이 개정되더라도 바뀌지 않는 ‘법적 지위’로 인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동킥보드는 법이 개정되더라도 기존의 원동기장치자전거라는 법적 지위는 그대로 갖게 된다. 여기에 개인형 이동장치라는 분야가 새로 추가돼 혼란을 준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전동킥보드가 자전거와 같은 취급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전거보다 전동킥보드가 무게도 가볍고 속도도 더 느리기 때문이다. 서울시 따릉이자전거의 무게는 18kg, 전동킥보드의 무게는 15kg이고 둘의 속도를 비교했을 때,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보다 훨씬 느리다. 이 같은 이유들로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류로 취급되면서 기존의 규제가 완화됐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서 전동킥보드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자전거가 아닌 원동기장치자전거 즉, 자동차류로 분류되기 때문에 ‘뺑소니사고’와 ‘민식이법(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음주운전 시에는 ‘자전거법’으로 적용된다.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혈중알콜농도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범칙금 3만원을 내는 게 전부다. ‘도로교통법 44조 1항’에 따르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자전거 등을 운전해선 안 된다. 이 규정은 자전거는 물론 원동기장치자전거인 전동킥보드도 포함된다. 하지만 다음 달에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148조’에는 ‘44조 1항을 위반한 자(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한 경우는 제외한다)’에 대한 조항은 결국 개인형 이동장치이자 원동기장치자전거인 전동킥보드가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로 취급돼 처벌이 아닌 범칙금만 내게 되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윤창호법(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에는 원동기장치자전거가 포함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동킥보드에 원동기장치자전거라는 기존 법적 지위가 빠진 게 아니기 때문에 혈중알콜농도 0.1%이상일 경우(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울 경우)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면 윤창호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즉 단순 음주운전은 형사처벌 대상이 안 되지만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운전해 사고를 낼 경우 윤창호법 적용이 된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인해 관련한 법들도 고쳐야할 부분이 많다”면서 “전동킥보드가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되지만 법적 지위는 원동기장치자전거 그대로 두고 있는 바람에 자전거로서의 지위와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지위 둘 다 갖는다. 그래서 어떤 법에는 적용되고 어떤 법에는 적용이 안 되는 이 같은 문제들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동킥보드 불법 개조 활개…자동차관리법 ‘이륜차’로 처벌 대상
 
최근 전동 킥보드의 경우 불법 개조를 통해 속도를 높여 운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불법 개조를 하게 되면 개인형 이동장치의 기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원동기장치자전거 즉 소형오토바이취급을 받게 되고 그에 따른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불법 개조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처벌대상에 해당돼 이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35조 및 제79조에 해당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동킥보드가 자동차관리법상 이륜자동차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전동킥보드는 ‘스트레이트 모터에 의해 구동돼 한명의 사람을 운송하기 적합하게 제작된 용구임을 인정할 수 있는바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자동차(이륜자동차)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자동차관리법은 이륜자동차를 ‘총배기량 또는 정격 출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1인 또는 2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자동차 및 그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는 자동차’로 정하고 있다. 곧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이자 개인형 이동장치라고 명시돼있지만, 자동차관리법상으로는 경형 이륜자동차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관리법상의 ‘자동차 불법 개조 금지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새로운 이동수단을 받아들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만 13세 이상부터 이용이 가능해지는 만큼 관련 법규나 규정이 완화된 것에 상응해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교통기획과 관계자는 “전동킥보드가 개인형 이동장치로 세분화된다는 것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있던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전동킥보드를 자전거도로에서 운행해야한다는 취지에서 개정안이 논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와 관련해서 각종 부처의 협의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될 예정이다”면서 “교통사고 처리에 대해선 법 개정 전이든 후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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