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도 대목 [제공=정태도 대목]
정태도 대목 [제공=정태도 대목]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서울에는 다양한 명소‧장인, 독특한 지역 상권 등이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권을 만들고, 지역 특색을 가꿔 온 가게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하나둘씩 문을 닫는 추세다. 역사적 배경이 있는 공간과 이를 지켜 온 인물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서울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명소‧인물, 그리고 각 지역의 전문가와 독특한 지역 상권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열한 번째로 서울시 한옥지원센터와 협업과정을 거치고 북촌, 성북동, 서촌, 은평 지역의 한옥 건축작업을 담당했던 ‘정태도 대목’과 만남을 진행했다.

“한옥을 짓는 일을 통해서 집에 사는 사람이 발전적인 생각으로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나의 보람이 아닌가” 일에서 사회 발전의 의미를 찾는 태도. 정태도 대목은 이름의 깊은 뜻처럼 건축주와 기술자들을 대하며 일해 왔다. 

정태도 대목 [사진=정태도 대목]
정태도 대목 [사진=정태도 대목]

일반 목수에서 ‘대목’으로

우리나라 고건축에 속하는 궁궐·사찰·서원·민가 등의 한옥을 짓는다는 것은 이 시대에 매우 드물게 기술·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경복궁·창덕궁·덕수궁 등 문화재를 비롯해 유명 사찰과 한옥 호텔, 주거용 한옥까지 다양한 한옥 건축 작업을 이어 온 정태도 대목. 어떻게 이 일에 발 들이게 된 것일까. 

그가 시골에서 상경해 작은아버지들을 따라 목수 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1988년도였다. 그렇게 일반 목수로서의 생활을 5년간 지속한 어느 날, 방송 매체를 통해 당대 가장 유명했던 신응수 대목장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이 변곡점을 맞았다. 

이후 신흥수 대목장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강릉으로 내려가 2년간 수소문했다. 결국 1993년 신응수 대목의 문하에 들어가 정식적으로 ‘전수 장학생 과정’을 밟아 한옥 건축 일에 입문했다. 여러 문화재 복원사업에도 참여하면서 12년간 전수과정을 마친 후, 2010년경 독립해 2013년 한국건축협의회 선정 한옥건축명장에 등단했다. 

대목으로 일하는 현재 위치에 이르기까지 33년을 몸담아 온 세월은 만사형통, 일사천리로 쉽게 이룬 것은 아니다. 목수에 대한 대우가 지금보다 더 안 좋았던 시절, 일본에 건너가서 일하자는 제안에도 한옥 건축 기술 보전의 가치를 중시 여긴 그이기에 주어진 명칭이다. 

이태원한옥 [사진제공=정태도 대목]
이태원한옥 [사진제공=정태도 대목]
문경한옥 [사진제공=정태도 대목]
문경한옥 [사진제공=정태도 대목]

정태도 대목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기자에게 “목수는 한옥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돈을 따라가려고 이 기술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면 시대적으로 생각해서도 우리나라의 중요한 역사적인 건축 기술의 맥이 끊어질 것”이라고 한옥 건축 일을 끝까지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목으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지금도, 조선시대처럼 기술·문화적 가치를 중시하려면 모든 게 돈으로 결부되는 현재의 건축 판을 역행하는 꼴이라 금전 사정은 어렵기 마련이다. 이에 정태도 대목은 “할 수 있는 한 스승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일하려고 한다. 가끔 재량 있는 분들이 작업을 맡기시면 잠깐씩은 재정난이 해소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자연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
“한옥의 진정한 매력”

최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북촌, 서촌, 인사동 등 한옥이 이룬 풍경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는 왜 한옥을 감상하고 로망으로 삼게 된 것일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나무, 흙, 돌로 구성된 친자연적인 건축 구조, 과거의 고즈넉하고 아늑한 고전적 분위기의 외관, 한옥 주변을 장식하는 마당의 조경까지. 조선시대, 개화기 시대를 엿보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자연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 때문이다. 

이는 서구 유럽식의 획일화된 건축 구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라 우리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떤 나라도 따라할 수 없는 특별한 건축 양식의 맥을 이어간다는 면에서도 자부심을 갖게 한다. 

특히 북촌, 서촌 한옥마을과 문화재는 과거 한옥 구조를 크게 훼손하지 않도록 서울시 한옥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개축이나 보수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고전미가 돋보이는 한옥들이 많다. 

한편, 2020년에 들어선 만큼 전통 한옥과 현대 건축 양식을 융합한 ‘하이브리드형 한옥’도 각광 받는 추세다. 특히 주거용 한옥이나 한옥 호텔 등은 작은 평수를 활용한 현대 생활 건축을 적용해 지하나 2층 구조로 지어지고 있어 과거엔 볼 수 없는 생활형 한옥으로 재탄생한다. 은평 한옥마을 일대가 대표적이다. 

수덕사 대웅전 [사진제공=정태도 대목]
수덕사 대웅전 [사진제공=정태도 대목]
부석사 무량수전 [사진제공=정태도 대목]
부석사 무량수전 [사진제공=정태도 대목]
강릉 임영관삼문 [사진제공=정태도 대목]
강릉 임영관삼문 [사진제공=정태도 대목]

여러 한옥들을 지어 온 정태도 대목은 ▲수덕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수전 ▲강릉 임영관삼문을 아름다운 한옥 건축물로 추천했다. 

시대에 맞춰 발전하는 도편수,
‘한옥 건축 도면’ 아카이빙

부팅 디스크, 286컴퓨터가 등장하던 시절부터 정태도 대목은 ‘도편수의 현대화’를 꿈꿨다. 기술발전이 가속화되는 시기라 좋은 기술을 후배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도편수도 현대 장비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구체적인 계기로 작용한 것은 강릉 객문사 복원 작업 시기였다. 이때 캐드를 독학해 3D 도면화에 성공한 정태도 대목의 도면은 최초로 문화재 보고서에도 게재됐다. 정태도 대목은 “100~200년 전 한옥 문화재를 해체해 보면, 그 좋은 건축 기록을 글로만 남길 순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통 한옥 건축 도면들을 3D 도면화 작업을 거쳐 책으로도 엮어봤다. 이어 정태도 대목은 후배들을 양성하기 위해 ‘한옥 건축 아카이빙’ 작업까지 구상하는 단계다. 

과거 1993년 정태도 대목에게 기술을 전수한 신응수 대목은 당시 53세였다. 현재 정태도 대목도 내년이면 50대에 들어선다. 좋은 스승을 따라 좋은 스승을 자처하는 모습은, 한옥을 대하는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 같다. 

정태도 대목
주소 강원도 강릉시 중앙서로 493
연락처 010-3704-6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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