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 소액주주 눈물의 호소 “살려 달라”…멈춰버린 돈의 시간

코오롱티슈진도 신라젠도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가 가장 두렵다. 거래 정지가 내려지면 소액주주들은 거래가 재개되기까지 모든 시간이 멈춘다며 한숨이다. [뉴시스]
코오롱티슈진도 신라젠도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가 가장 두렵다. 거래 정지가 내려지면 소액주주들은 거래가 재개되기까지 모든 시간이 멈춘다며 한숨이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4일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이의신청을 했고 코스닥시장위가 내달 4일까지 재심사를 통한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앞서 지난 1년간의 유예 기간을 부여받고도 상폐가 결정됐지만 재심을 통해 개선기간을 다시 부여받겠다는 의중이다. 이 기간 동안 적극적 대응으로 위기를 탈피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거래정지에 놓인 신라젠 주주들은 지난 12일 한국거래소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마찰하는 일도 발생했다. 헬릭스미스는 관리종목 지정에 대한 우려 속에 엉뚱한 해명으로 주주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주식에 대한 매수 의사자들이 나타나자 전문가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다 늪지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거래 재개 기대하던 소액주주 재심사까지 멈춰버린 시간에 한숨
업계 전문가,  “가능성보다 기대 따라 투자하는 실수 범하지 말라”

코오롱티슈진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지난 6월 기준 총 6만4555명으로 전체 지분의 3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정지가 결정되기 전 종가는 8010원. 이 기준으로도 시가총액은 4896억 원에 소액주주들의 투자규모도 무려 1688억 원에 달한다. 이른바 ‘인보사 사태’가 발생하기 전만 하더라도 4만 원대를 유지했으나 5분의 1로 추락하고 거래정지가 됐다.

신라젠 보유 17만 소액주주 88% 이르는 지분율

지난해 말 기준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16만8778명. 이들의 주식 비중은 87.7%에 달한다. 거래소가 신라젠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경우 소액주주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여의도 한국 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거래 재개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주들이 신라젠 거래정지를 반대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고자 거래소를 향했고, 이를 제지하던 경찰 등과 실랑이를 벌이며 충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결정에 따른 불안 심리가 작용하면서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 5월4일 장을 마감하면서 거래정지를 당했다. 전·현직 임원의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발생한데 대한 조치였다. 이에 신라젠은 7월10일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8월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상장적격성 심사에 들어갔으나 상장폐지와 거래재개 가운데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주주들은 화가 났다. 주주들은 “신라젠은 2016년 상장되면서 거래소로부터 충분한 검증을 받았는데 상장 이전의 이유로 거래를 중단시켜버렸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은상 전 대표 걷어낸 신라젠, 남은 문제는

기약 없는 시간이 흘러 신라젠은 지난달 30일 두 번째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다만 지난 계획서와는 달리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사임 후 경영진 교체와 사외이사 개편 등의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문 전 대표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투명한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거래소가 요구해온 기존 경영진과의 연결고리 끊기를 입증한 셈이다. 
하지만 이 정도 선에서 문제가 마무리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회사 재무 구조 상 경영유지를 위한 매출 수익이 없다. 연구개발 전문 기업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신라젠 역시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는 상황. 거래소는 기존 경영진과의 단절도 중요하지만 사업의 계속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기술특례제도로 입성한 신라젠은 특수한 경우에 해당된다. 거래소가 고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라젠 주주들은 “신라젠 신약 임상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국내 기업 통틀어 미국 FDA 바이오 신약 허가는 단 2건”이라며 “지금도 신장암, 대장암 등의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 번의 임상 실패로 정치적 도구로 매도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는 거래정지 상태에 이르러 벤처기업의 재무적 완벽함을 요구한다”며 “이는 필연적 헐값 주식발행, 기업가치 평가절하, 주주권리 훼손으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존폐 위기 코오롱티슈진, 개선기간 추가될까

반면 코오롱티슈진은 마지막 순간까지 왔다. 이번에 주어진 약 20일 영업일 기준 14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내달 4일 내려진 결정에 존폐가 결정된다. 이미 휴지조각 같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개선기간 추가 부여’라는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추가기간이 부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보사 문제와 별개로 외부감사인 의견 거절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적으로 발생돼 이미 내년 5월1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이에 개선기간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19 등으로 미국 내에서의 임상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오롱티슈진이 최종적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되더라도 수긍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송을 불사하면서라도 상장폐지 해소의 길을 열겠다는 의지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개선을 위한 충분한 시간 부여에 대한 요청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 거래정지에 놓인 신라젠의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매수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매수자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이를 매입하고자 했으나 전문가들은 수렁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관련 주식 투자자들이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펙사벡’ 임상 중단 결정에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발표 하나에 움직이고 있다”며 “신라젠 뿐 아니라 어느 업체에 투자를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가능성보다 기대를 따라 투자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편 헬릭스미스는 13일 유상증자에 따른 권리락이 발생한다고 공시했다. 기준가는 1만8500원이다. 앞서 헬릭스미스 측은 지난해부터 올해 7월24일 주주간담회에서 증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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