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릭랜드 [뉴시스]
스트릭랜드 [뉴시스]

 

[일요서울]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 한국의 뿌리는 깊게 들이어져있다.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계약 노동자들이 물꼬를 트 시작했다. 그해 1월2일 일본 나가사키항을 떠나 1월13일 호놀룰루항에 내린 갤릭호엔 한인 102명이 타고 이주했다. 같은 해 철도 건설이나 과일 농장에서 일하면 하와이보다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소문에 미국 본토로의 이주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전쟁과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에 따른 가족 이민 시작 등으로 아메리칸 드림이 본격화됐다. 2015년 외교부 집계를 보면 전 세계 175개국에 718만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이 224만 명으로 258만 명인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미국 이민사에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첫 한국계 여성의원이 탄생한 것이다. 워싱턴주 10지구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메릴린 스트릭랜드 후보는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 

스트릭랜드 후보는 워싱턴주 제10선거구에 민주당으로 출마해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2위를 하며 본선에 진출한 같은 당의 베스 도글리오 워싱턴주 하원의원을 물리치고 승리한 것이다. 그는 중간 집계 결과 58.3%의 표를 얻어 41.7%에 그친 도글리오 의원을 이겼다. 

스트릭랜드 당선인은 한국인 어머니 김인순씨와 미군인 아버지 패트릭 어윈 스트릭랜드 사이에서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이름은 ‘순자’다. 1967년 아버지가 포트루이스 기지로 배치되면서 워싱턴주 타코마로 건너온 스트릭랜드 당선인은 마운트타코마 고교를 졸업한 뒤 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을, 클라크애틀랜타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전공했다. 

노던 생명보험사, 스타벅스 등을 거쳐 타코마 시의원으로 선출되며 정계에 입문한 스트릭랜드 당선인은 2년간의 시의회 경험 뒤 타코마 시장에 당선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시장으로 봉사했다. 타코마 시장으로는 첫 동양계였으며 흑인 여성으로서 타코마 시장에 당선된 것도 처음이었다. 시장직을 마친 뒤에는 시애틀 메트로폴리탄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번에 연방하원의원직을 거머쥐면서 스트릭랜드 당선인은 김창준 전 하원의원, 이날 재선에 성공한 앤디 김(민주·뉴저지주 제3 선거구) 하원의원에 이어 하원의원에 뽑힌 세 번째 한국계 미국인이 됐다. 또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스트릭랜드 당선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흑인인 여성이라고 규정하며 “교육, 그리고 학교에서 잘하는 것은 내 부모가 내게 불어넣은 가치였기 때문에 나는 운이 좋았다”라며 “특히 우리 엄마는 내가 학업을 증진할 일을 확실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정규 교육을 마치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내가 그것을 갖기를 매우 원했다”며 “한인으로서 경험과 영향은 어머니를 보며 성장했던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인 사회와 미국 사회가 강한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선거운동 홈페이지엔 “연방정부 차원에서 워싱터주를 대표하는 첫 흑인 미국인이자, 230년 역사의 의회 역사상 첫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포부를 드러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