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포항고등학교 인근 학원 근처 담장이 무너졌다. 2017.11.15. [뉴시스]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포항고등학교 인근 학원 근처 담장이 무너졌다. 2017.11.15. [뉴시스]

[일요서울] 경북 포항지진이 3주년을 맞았지만 피해주민들은 '반쪽 특별법'에 두 번 울고 있다.특별법만 통과되면 모든 피해보상과 복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지역민들을 호도한 지역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2017년 11월15일 국내 역대 두 번째 규모인 강도 5.4의 지진이 포항에서 발생한 지 3년이 됐지만 흥해실내체육관에서는 아직도 20여명의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다.

 2019년 12월31일 우려곡절 끝에 제정된 지진특별법은 명분뿐인 반쪽 특별법이라는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초안에 있던 '배·보상'이란 용어를 삭제하고 '피해구제'란 단어를 넣어 생색용 특별법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시민 누구도 '구제'를 요구하지 않고 '피해'를 입은만큼 정당한 배·보상을 요구했으나 지진특별법은 정치권의 조삼모사식 '구제'라는 표현으로 포항시민들을 '제 밥그릇조차 못 챙기는 시민'들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이다.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해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2017.11.15. [뉴시스]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해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2017.11.15. [뉴시스]

정부조사단이 '포항지진은 국가 정책사업으로 추진한 지열발전으로 인한 촉발지진'이라고 명백히 밝혔고, 감사원도 '사업추진과정에서 관련 공무원의 위법·부당한 사례가 있었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배·보상이 아닌 피해구제로 제정됐다.

 지진으로 인한 지가하락과 경기침체, 정신적 피해는 보상 받을 길이 막막해졌다. 주택의 소파나 반파, 전파보다 지역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부분의 배·보상이 배재돼 있어 말뿐인 생색내기용 특별법 제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피해구제 지원금 수준도 논란이다. 실질적 피해보상을 위해선 피해를 입은 주택에 대한 100%보상이 원칙이지만 정부의 피해구제 지원금은 실제 건축물 피해 지출액의 80%범위에서 지급하고, 이마저도 분야별 상한액을 정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사망자 위로금도 차별적이다. '세월호' 사망자는 1인 2억원, 가습기세정제 사망자는 1억원의 위로금을 받았다. 그러나 포항지진 사망자에게는 1000만원이 고작이다.

'포항시민은 목숨값도 타 지역, 다른 사안의 2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조섞인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14일 오전 지난해 포항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텐트 모습. 체육관 천정에서 빗물이 새자 이주민들이 비닐을 쳤다. 2019.11.14. [뉴시스]
14일 오전 지난해 포항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텐트 모습. 체육관 천정에서 빗물이 새자 이주민들이 비닐을 쳤다. 2019.11.14. [뉴시스]

피해구제 지원금 재원의 일부도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하도록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촉발지진의 책임을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시민들은 현 정부에 대해 강한 불신과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지역현안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와 연계해 대의를 놓친 국회의원과 시장 등 지역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성토의 목소리도 높다.

흥해읍 피해주민 A(48)씨는 "피해복구나 배·보상 모두 필요없다. 원래대로만 돌려놔라"며 "어떻게 사람의 목숨값도 차이가 있는건지 정부는 포항시민을 국민으로, 유권자로 여기고 있는지 통탄스러울 뿐"이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피해주민 B(62)씨는 "지역정치권인 국회의원과 시장은 각성해야 한다"며 "이들은 지진사고 초기 천재(天災)라며 국가정책에 순응할 것으로 종용했고 인재(人災)로 밝혀지자 자신들이 나서 모든 일을 해결하겠다고 '나를 따르라'고 했지만 결과는 반쪽뿐인 특별법 제정으로 나타나 시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역정치권은 당시에도 향후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각계각층과 사회단체, 이해관계인들과 함께 대화와 화합, 조율에 나서기보다 단체·개인간, 계층간을 음해하고 유력 인사를 배제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다지기와 당리당략을 위해 특별법을 추진해 왔다"며 "이번 반쪽 특별법 제정에 대해 지역정치권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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