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주장에 무릎? 앞으로 과제도 산적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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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내 석탄 투자 금융사 '삼성그룹' 소속 5개 계열사가 탈석탄금융 선언을 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12일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을 포함한 5개 삼성 금융사가 석탄발전사업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이는 지난 10일 환경운동연합과 국제단체인 인슈어아워퓨쳐의 기자회견이 열린지 이틀만에 전격적으로 결정, 발표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 금융사의 탈석탄 금융 선언은 환영하지만 남은 과제가 수두룩하다고 분석했다. 신규 석탄투자는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에 대한 기존 투자는 당분간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구체적 탈석탄 이행계획 밝혀야" 논평 내 놔
 삼성금융 "환경보호/사회적 책임 다할 것"...ESG경영 추진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이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앞으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와 융자, 회사채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며,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은 석탄 채굴과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배제를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금융사는 ESG(환경보호 Environment, 사회적책임 Social, 지배구조 Governance) 경영 추진전략을 12월 중 마련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가 3·4분기 실적발표에서 "ESG 투자 확대로 지속 가능 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삼성물산도 지난 10월 이사회에서 '탈석탄' 방침을 결정하고 "ESG 경영 선도기업으로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삼성 금융 관계사 관계자는 "환경보호 및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탈석탄' 정책 강화를 결정했다"며 "향후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진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세계 금융사들은 지금 탈석탄 중

삼성 금융 계열사의 탈석탄 선언은 환경단체 등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석탄 산업 투자 규모에 대한 지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0일 서울시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투자한 국내 40기의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로 연간 최소 650명에서 최대 106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고, 가동 기간(평균 31년) 동안, 조기 사망자 수는 최대 3만3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모델링 결과를 발표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험사가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를 가지고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탄사업에 앞장서 투자해왔다는 행태는 모순적이며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면서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이 반환경적 투자를 계속하며 미래를 망치려 한다면, 이에 비난과 불매로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모델링은 지난달 국회 양이원영 의원실이 공개한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를 기초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가 삼성의 두 보험사가 투자한 40기의 석탄발전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다.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삼성의 보험사가 석탄사업에 투자한 규모는 국내 민간 금융사 중 최대인 15조 원에 달하며, 금융을 제공한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는 신규를 포함해 40기에 이른다. 이 중 신규로 추진되는 강릉안인 석탄발전소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고 있다.

이번 모델링 결과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투자한 40기의 석탄발전소가 총 배출하게 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약 60억 톤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국이 2018년 한해 배출한 온실가스의 8배, EU 28개 회원국이 2017년에 배출한 온실가스의 규모보다 크다.

전 세계는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금융사들은 기후위기의 주 원인 중 하나인 석탄화력발전 등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거나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는 1,000곳이 넘는 기관투자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8년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을 시작으로, DB손해보험, 한국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가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바 있다.

또한 지난 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석탄발전의 퇴출 시기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쪽짜리 삼성의 탈석탄 선언 

삼성 금융사의 탈석탄 금융 선언은 환영하지만, 남은 과제가 많다. 신규 석탄투자는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에 대한 기존 투자는 당분간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서 삼성생명 측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18년 6월 이후 석탄 발전에 대한 신규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회사는 2019년 부터 올해 9월까지 각각 6314억 원, 2715억 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향후 대규모 집행 잔액도 남아있다.

환경운동연합측은 "삼성 금융사가 12월에 마련할 예정인 구체적 탈석탄 이행 계획에 해외 석탄발전 및 석탄 채굴 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과 회수 계획도 명확히 담겨야할 것이다"라며 "최근 한국전력공사와 삼성물산이 참여하기로 결정한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 사업에 대해 삼성 금융사가 자금조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관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는 삼성 탈석탄 관련 내용글 하단에 '삼성 석탄 주자 중단 요구하기' 링크를 걸어두고 "이번 선언은 앞으로 진행될 신규 사업에 국한된 것으로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삼성에 필요한 정책들이 수립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며 다른 기업도 '탈석탄' 선언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촉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금융사와 기업들이 전 세계에 닥친 가장 큰 위험인 기후위기에 책임감 있는 기업운영을 할 수 있도록 대응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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