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천안함 폭침 모두 ‘NLL 일대’서 발생···北 왜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군 용사들의 넋은 구천을 떠도는 신세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지난 2010년 11월23일, 북한은 우리나라 영토인 연평도를 향해 기습 포격을 감행하면서 해병대원 故서정우 하사·문광욱 일병이 전사(戰死)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올해는 민간인까지 당했다. 일요서울은 이번 1386호 발행일인 11월23일에 맞춰 ‘위기의 NLL’을 짚어본다.
 

2010년 11월23일, 북한은 우리나라 영토인 연평도를 향해 기습 포격을 감행했다. 당시 무력 도발로 인해 연평도 해병대원인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했다. [뉴시스]
2010년 11월23일, 북한은 우리나라 영토인 연평도를 향해 기습 포격을 감행했다. 당시 무력 도발로 인해 연평도 해병대원인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했다. [뉴시스]

 

-北 NLL 무력화 기도 50년 속 문재인 발언 ‘관심’

벌써 70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겪고 있는 ‘분단 고통’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10년 전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분단 고통’은 10년 전 ‘연평도 포격 도발’과 ‘천안함 폭침’에 이어 최근 ‘우리나라 공무원 총살 소각’으로 이어진다. 모두 북한에 의한 비극으로, 공통점은 바로 ‘서해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ed Line·NLL)’ 일대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일요서울은 ‘서해 연평도 포격 도발 10주기’를 맞아 남북관계의 부침(浮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NLL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우선, 북한은 10년 전 11월23일 우리나라 연평도를 향해 기습 포격을 감행했다. 수백여 민가가 포격에 그대로 노출됐고 해병대원 2명이 전사(戰死)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사과없이 ‘어물쩍’ 넘어갔다. 앞서 그해 3월26일 우리 해군 초계함 PCC-772(천안함) 또한 북한의 기습 어뢰공격으로 NLL 일대에서 폭침됐다. 46명의 해군 용사와 그들을 구조하러 들어갔던 故 한주호 준위는 지금까지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올해 9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 모씨 또한 NLL 인근에서 표류하다 북한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시신은 북한군에 의해 소각(燒却)돼 NLL 주변의 바다에서 흩어지고 말았다.

이 모든 사건을 ‘NLL 주변의 상흔(傷痕)’이라고 하지만, 본질은 ‘북한의 기습에 의한 상흔’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NLL 주변에서 계속 무력 기습 도발을 감행하고 있을까. 일요서울이 그 근원(根源)을 추적했다.
 

천안함 침몰 29일째인 24일 오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양작업 해역에서 천안함 함수 인양작업을 펼치고 있다. 2010.04.24 [뉴시스]
천안함 침몰 29일째인 24일 오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양작업 해역에서 천안함 함수 인양작업을 펼치고 있다. 2010.04.24 [뉴시스]

 

NLL, 정전협정상 ‘균열’ 요소?

북한이 NLL 일대에서 계속 무력 도발을 감행하는 이유는, NLL이 ‘정전협정’상 ‘빈틈(Crack)’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67년 전인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의 근거는 명시됐지만 합의는 실패하면서부터 NLL의 취약성이 나타났다. 이는 결국 NLL에서의 군사적 충돌에 대한 북한의 명분 쌓기 용도로 이용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앞서 정전협정에 따르면 협정 서언(序言)의 ‘제2조 정화(停火) 및 정전의 구체적 조치 제13항 (ㄴ)’에 등장한다. ‘황해도(黃海道)와 경기도(京畿道)의 도계선(道界線)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섬 중에서 백령도(白翎島 : 북위 37° 58′. 동경 124° 40′),  대청도(大靑島 : 북위37° 50′. 동경 124° 42′), 소청도(小靑島 : 북위 37° 46′. 동경 124° 46′), 연평도(延坪島 : 북위 37° 38′. 동경 125° 40′) 및 우도(牛島지 : 북위 37° 36′. 동경 125° 58′)의 국제연합군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남겨두는 도서군(島嶼群)들을 제외한 기타 모든 섬은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의 군사통제하에 둔다’는 명시 문구를 통해 ‘한국의 연해제도(沿海諸島)’의 구분을 알 수 있으며, ‘한국 서해안에 있어서 상기 경계선 이남에 있는 모든 섬들은 국제연합군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남겨둔다’에서의 ‘상기 경계선’을 통해 NLL의 근거임이 확인된다.
 

27일 오전 백령도 연하리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제막식에서 한 유족이 46용사의 동판 부조상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2011.03.27. [뉴시스]
27일 오전 백령도 연하리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제막식에서 한 유족이 46용사의 동판 부조상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2011.03.27. [뉴시스]

 

北, NLL 무력화 시도 무려 50년

정전협정에 NLL의 근거가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은 1959년 발간된 ‘조선 중앙년감’을 통해 NLL의 존재를 인정했지만, 1972년까지 자체 해군력을 증강하면서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다 1973년 10월부터 두 달간 40여 회에 걸쳐 NLL을 침범하더니 급기야 NLL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인 1974년 2월 15일, 北 경비정은 우리나라 어선들을 공격해 한 척을 침몰시켰고 다른 한 척은 북한으로 끌고 갔다. NLL 불인정 정책이 우리나라를 향한 무력 도발로 드러난 사례다.

‘남북기본합의’ 역시 북한의 무력 도발을 끝내 막지 못했다.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당시 북한은 NLL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 했으나, 해상 불가침경계선 합의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면서 1999년 6월 1차 연평해전을 일으켰다.
 

14일 충남 부여고등학교 나라사랑동산에서 거행된 천안함 고 민평기 상사 흉상 제막식에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아들의 흉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2017.10.14. (사진=해군 제공) [뉴시스]
14일 충남 부여고등학교 나라사랑동산에서 거행된 천안함 고 민평기 상사 흉상 제막식에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아들의 흉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2017.10.14. (사진=해군 제공) [뉴시스]

 

하지만 그해 9월 북한은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선포하면서 ‘NLL 무력화’를 줄기차게 추진했다. 3년 뒤인 2002년 6월29일, 북한은 또다시 연평해전을 일으켰고, 서해 NLL을 지키던 우리나라 해군 장병(故 윤영하 소령·한상국 상사·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박동혁 병장)이 전사(戰死)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영해를 지키다 국군 장병 6명이 전사하고 우리 해군 함정은 북한군의 포격으로 침몰했지만, 당시 북한군의 낌새를 눈치 챈 국군 정보부대 지휘관 한철용 소장의 보고는 묵살됐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당시 제2차 연평해전이 일어났지만, 그날 대통령 부부는 축구 경기장에 자리했다. NLL 일대 바다에서의 울음소리는 이날 월드컵 경기장까지 닿지 못했다.
 

24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연평도 전투 전사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경기신문 제공) [뉴시스]
24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연평도 전투 전사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경기신문 제공) [뉴시스]

 

文, ‘연평도 포격 10주기’ 참석할까

‘제2연평해전 10주기’를 맞는 23일에는 과연 대통령이 참석할까. 서해 NLL 인근에서 벌어진 북한의 무력도발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서해수호의 날’은 지난 3월27일부로 5회째를 맞이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처음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헌화를 했는데,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다가와 “(문재인)대통령님,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 여태까지 북한 소행이라고 진실로 해본 일이 없어요. 그래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윤 여사의 호소는 이날 국민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분향하는 가운데 한 유가족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2020.03.27.[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분향하는 가운데 한 유가족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2020.03.27.[뉴시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서해수호 영웅들이 지켜낸 북방한계선(NLL)에서는 한 건의 무력충돌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긍지와 자부심이 되어 주신 서해 수호 영웅들께 경의를 표하며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기념사에는 모든 비극의 근원인 북한을 겨냥한 발언이 없었다.

한편 “한 건의 무력충돌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문 대통령의 기념사가 있었지만, 우리나라 공무원 이 모씨는 지난 9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NLL 인근 바다를 표류하다 북한군의 흉탄(兇彈)을 맞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10주기’를 맞이한 가운데, 대통령의 입을 향해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격주로 주재한다. 이번 국무회의는 '임시 국무회의' 형태로 이례적으로 목요일에 열리게 됐다. 2019.08.29.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격주로 주재한다. 이번 국무회의는 '임시 국무회의' 형태로 이례적으로 목요일에 열리게 됐다. 2019.08.29. [뉴시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