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왕정시대에서 부르주아 시대로 전환시킨 프랑스 시민혁명 원인은 왕정의 지나친 사치와 총체적 경제위기, 성직자와 귀족 등 특권층의 경제독점과 특권유지, 계급 간 조세불평 등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 · 평등주의 사상이 확산되어 왕실과 귀족. 성직자 등 특권층에 대한 피지배 평민 계층의 비판의식이 높아졌으나 루이16세는 이를 '천한 것들의 투정' 정도로 여겨 무시하다가 혁명세력과 파리시민을 왕실 군대와 오스트리아 군대를 동원해 제압하려다가 붙잡혀 참수당했다.

역사에는 '만약(If)'이란 없다지만 역사가들은 루이16세가 재정 및 사회개혁을 추진한 안로베르자크 튀르고부터 자크 네케르, 드 칼롱 등 재정총감 등을 쫓아내지만 않았어도, 또  삼부회의 평민대표들이 건의한 '봉건 특권 폐지, 평등과세'만 받아들였어도 시민혁명도, 참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야권 단일후보론과 관련, 서푼짜리도 안 되는 기득권을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루이16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혁명의 정신인 '공정'을 내세워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이 지금 그 '공정'의 단두대를 향해 치달리고 있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야권의 승리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야권, 특히 국민의힘 역시 시대정신인 '공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득권 챙기기에 열중하고 있어 그들 역시 민심의 단두대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 결과를 미국 조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망나니 트럼프'의 패배라고 말한다.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얘기했던 바이든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4년 전 투표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이 '트럼프 낙선'을 위해 투표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년 서울. 부산 시장선거와 다음 해 20대 대선 역시 전혀 '공정'하지 못했던, 국정폭주로 온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심판, 'NO 민주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이 '상식적인' 바이든과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된 카멀라 해리스를 후보로 내세우지 않았다면 과연 막강한 '대깨트'를 갖고 있는 트럼프를 이길 수 있었을까.

야당, 반문진영에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 승리는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다음 대선도 희망이 없다. 내년 서울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정치권의 승리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현 여권의 몰염치한 폭주정치에 대한 승리, 비상식, 비윤리, 반민주적 형태에 대한 상식과 정상, 민주주의의 징벌이기 때문이다.

종종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온갖 악행을 저지른 악인이 심판을 받기는커녕 승승장구할 때 우리는 ‘하늘도 우리를 버렸다’ ‘귀신은 안 잡아가고 뭐하나 몰라’ 하고 한탄한다. 바로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느낄 허탈감, 상실감, 패배감이 그럴 것이다. 이 같은 엄중함에도 김종인 위원장과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해 대단치도 않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우리가 공천 룰을 확정하면 서울시장 후보를 하고 싶은 분은 그 룰에 따라 거기서 공정한 경쟁을 하면 된다"면서 "본인들이 원하면 (당에) 와서 같이 경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안철수, 금태섭 등과의 ‘반문 야권 단일후보’ 전선에 선을 그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은 "(안철수)승리를 위해선 국민의힘이 모든 문호를 개방해 놓고 그분들이 받아들일 만한 공정한 룰로 힘을 합치자고 하는 것이 낫다", "(윤석열)같은 링 위에 올라왔으면 좋겠다. 국민의힘도 막을 이유 없고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 모두 당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서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데 안철수나 윤석열 누구라도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 어떤 룰을 적용하더라도 국민의힘 측 후보를 이길 수 있겠는가. 오지 말라는 얘기다. 단일후보 하지 말자는 것이다. 

국민은 지금 야권 정치권에 엄중하게 마지막 경고를 보내고 있다. 반드시 내년 서울시장선거를 승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문 연대 단일후보’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이를 위해서는 일체의 기득권을 인정도 요구도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이나 김종인, 유승민, 안철수도 ‘야권 단일후보’ 명제 앞에 어떤 의미도 권리도 없다. 2021년 ‘4.7 국민의 단두대’에 누구 머리가 들어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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