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코로나19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삶은 피곤하다. 어느새 우리의 삶은 숫자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름보다는 몇 번 환자로 불리고, 숫자가 규정하는 단계에 따라 우리의 일상이 지배를 받는다. 테스형을 빌리지 않더라도 ‘세상이 왜 이러냐!’고 크게 소리치고 싶어진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보듬어야 할 정치는 온데간데없다. 없어도 됐던 내년 4월의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피로에 지친 우리 국민들에게 편 가르기를 강요한다. 정당싸움에 정부도 거든다. 모든 정치세력들이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싸우고, 심지어는 같은 편끼리도 죽자 사자 싸운다. 염치(廉恥)를 처치(處置)한 정치인들은 세 치 혀로 세상을 농락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비용을 거론하며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의견을 묻자, “국가에 굉장히 큰 새로운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역으로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기회가 된다”고 답했다. 피로에 지친 우리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답변이다.

17일에는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김해신공항 계획안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지자체의 협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장애물 제한표면 높이 이상 산악의 제거를 전제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해석을 감안할 때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분히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검증결과 발표가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피로에 피로가 겹치면 무력감이 들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의 전설적 감독이자 명언제조기로 알려진 빈스 롬바르디(Vince Lombardi)는 “피로에 지치면 우리는 모두 겁쟁이가 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정치가 우리 국민들을 피로에 지치게 해 겁쟁이로 만들려는 심사인 것 같다. 그래야 자기들만의 리그를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답이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3류 신파극이 1년 가까이 진행되는 이유도...

돌이켜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작년 6월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기용함으로써 스스로 레임덕을 가속시켰다. 그나마 백전노장, 쟁투의 명수 추미애 의원을 조국의 후임 법무부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레임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국민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피로감을 안겨주었다.

검찰 권력은 민주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공권력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자신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자신의 친인척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관대한 것이 그 방증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흩어져 있던 진영의 힘을 모아 물고기 몰아넣듯 윤석열 검찰총장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다. 도긴개긴이다. 그걸 1년 가까이 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진짜 피곤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관훈클럽토론회에서 기자출신답게 윤석열 검찰총장은 처신에 문제가 있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스타일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정리했다. 국민들의 피로감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답변은 달라졌을 텐데 그에게는 아직 국민은 보이지 않고 대통령과 친문세력만이 보이는 것 같다.

이제 곧 3류 신파극도 막장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3류 신파극이 마지막에 남겨주는 것은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찢겨진 주인공들과 국민들의 피로감이다. 제발 올해 안에는 끝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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