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집토끼·산토끼’ 논란 집안싸움 단초 될까

투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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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정의당의 역할이 주목 받고 있다. 서울시장 재보선에 여권, 야권 양 진영의 고정 지지층인 집토끼의 분열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안 대표가 제안한 제3지대 통합론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당헌 개정을 통해 재보선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자 선거 연대는 없다며 분명한 선 긋기 의사를 나타냈다. 여야는 산토끼 흡수를 위한 중도 확장보다 집토끼 단속에 역량을 쏟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일요서울은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안 대표와 정의당이 끼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이견 표출에도 김종인·민주당의 ‘마이웨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6일 국민의힘, 국민의당 의원이 함께 참여하는 연구단체인 국민미래포럼에서 “(내년 재보선에서)지지 기반을 넓히고 (야권에 대한) 비호감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 방법은 새로운 정당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연대 형식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의 주장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이 아닌, 중도진영을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제3지대 신당 또는 정치플랫폼을 만들어 내년 서울시장 재보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또 안 대표 자신이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서울시장 출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뜻도 내비친 모양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일부 의원들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얘기에 동조하느냐 안 하느냐에 대해서는 관심없다”고 일축했다. 

야권과 상황은 다르지만 여권도 더불어민주당이 당헌 개정을 통해 재보선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면서 정의당과의 갈등이 지난 총선 이후 지속되는 모양새다. 정의당은 지난 9일 신임 당대표로 김종철 전 선임대변인을 선출했다. 김 대표에겐 정의당이 겪고 있는 민주당 2중대 논란을 탈피하기 위한 과제가 놓였다. 그 일환으로 김 대표는 내년 재보선에서 정의당이 민주당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며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12일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이번에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선거가 부산시장과 서울시장 두 선거 모두 다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는 예전에 당헌·당규 제정할 때 ‘우리 당에 만약에 귀책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이렇게 국민들한테 이야기를 해서 지지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를 지적하며 민주당이 재·보궐 선거의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서울 재보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여야의 고정지지층인 집토끼 싸움의 단초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김종인, 안철수 [뉴시스]
김종인, 안철수 [뉴시스]

 

- 안철수 ‘제3지대 통합론’에...국민의힘 내부 갈등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에 던진 ‘제3지대 통합론’이 국민의힘 내부에 반김종인 세력에게 설득력을 얻으며 분열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잠재적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조경태 의원은 지난 1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제안한 혁신 플랫폼을 우리가 검토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각종 선거를 치르게 되면 상당히 불리하다”며 “느슨한 연대든 좀 더 강도 높은 연대 혹은 통합이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갖고 풀어나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도 같은 날 “국민의힘, 국민의당, 무소속 모두가 힘을 합쳐 집권하는 것만이 정권을 상납한 우리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창당과 합당 등을 반복한 안 대표에 대한 비판엔 “우리들의 일그러진 정치 이력들을 들춰내기 시작하면 야권 인사 중 정치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라며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미래통합당 등도 몇 번을 창당했느냐”고 했다. 앞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이 안 대표에 대해 “정치입문 9년 만에 5번 창당? 무조건 야권이라고 모두 통합해야 혁신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에대한 반박이다. 

하지만 성일종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헤쳐 모이면 성공 가능성이 있나. 정말로 산화할 각오가 돼 있다면 어디든 두려움 없이 뛰쳐 들어가 스스로 개척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늘 주장해 오던 바고, 다만 지금 시점에서 안 대표가 주장하는 그런 새로운 창당이라든지 혁신형 플랫폼이 가능한지 회의를 기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대표의 제3지대 통합론이 야권을 재편하고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재보선과 내후년 치러질 대통령 후보군에 뚜렷한 새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대표는 ‘이대론 안 된다’는 판단에 제3지대 통합론을 꺼냈다. 안 대표는 “상식이 통하는 실용적 개혁 정치의 길을 야권이 선제적으로 만들고 앞장서야 한다”며 “그럴 때만이 정권교체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제안에 분명한 선을 긋는 상황에서 당내 잠재해 있는 반김종인 세력이 안 대표를 등에 업고 내부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대표의 야권 재편이 통합을 전제로 꺼낸 주제이긴 하지만 오히려 분열을 야기해 내년 서울 재보선에서 명분 없는 여권에 참패할 수 있다”며 “잘 되면 외연 확장이 될 수 있겠지만 내년 총선까지 김 비대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3지대 통합론이 탄력 받긴 어려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낙연, 김종철 [뉴시스]
이낙연, 김종철 [뉴시스]

 

- 민주당과 ‘선 긋기’ 나선 정의당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로 당헌을 개정해 내년 서울·부산 재보선 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가 (민주당 소속 인사의) 성비위 문제로 치러지는데 바로 당원 총 투표에 부쳐 당헌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민주당과 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일화한 경우는 있었다. 2012년 대선 때는 심상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당이 민주당이고 진보 쪽 입장에서 여당을 비판해야 한다”며 “진보 입장에서 저희 입장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 대표는 “게다가 이번 보궐선거는 민주당의 문제로 인해서 치러지는 선거”라며 “저희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비판을 했는데 선거 연대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재보선이 치러지는 만큼 내년 재보선에 후보를 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의당이 작년 조국 사태와 지난 4.15총선에서 민주당과 선거 연대를 통해 본 정치적 손해가 막심한 만큼 김 대표와 류 의원의 발언은 민주당과 분명한 선 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다.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내년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정의당이 여야 각 진영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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