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항공 산업, 재편 신호탄 되나...‘산 넘어 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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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지난 16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사안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은 꾸준히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항공 산업의 재편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반면 섣부른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넘어야 할 산’인 공정위 심사를 비롯해 관련 자회사‧하청 노동자 등 관련 종사자들의 불안감 해소 방안 마련도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 ‘항공 산업 안정’ 인수 결의...“세계 10위권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 도약”
- KCGI, 임시 주총 회의 소집 요구...공정위 심사, LCC시장 재편 향방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결정한 것은 국내 ‘항공 산업의 안정’이 배경이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산업이 위기에 처한 만큼 시급한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인수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해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도 이번 거래 성사의 계기가 됐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마치게 되면 세계 10위권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인구 1억 명 이하 국가는 1개의 네트워크 항공사만 가진 경우가 많은데, 그간 한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복수 체제로 선진 국가의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 열위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노선망과 항공기, 공급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글로벌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유상증자로 대금 마련
제3자 배정 방식 추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총 1조8000억 원. 한진칼은 내년 초 2조5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로써 KDB산업은행과의 계약에 따라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5000억 원, 교환사채 발행 3000억 원 등 총 8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진칼은 유상증자 전이라도 산업은행 투자 직후 8000억 원 전액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 3000억 원을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1조5000억 원에 대한 계약금 3000억 원에 충당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KDB산업은행은 한진칼 출자 방식을 통해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분을 유지해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진칼도 KDB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 원을 전액 차입할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고 사안의 긴급성을 감안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 많은 고민을 했으나 창업이념인 ‘수송보국’을 바탕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며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항공산업 경쟁력을 더욱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KCGI, 공정위, 고용방안
…산적 과제, 해법은?


이런 가운데 단일 국적 항공기 시스템을 위해 거론되는 해결 과제는 한둘이 아닌 듯하다. 특히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KCGI의 반대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KCGI 주주연합 측은 지난 18일 산업은행을 상대로 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5000억 원)를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KCGI 주주연합측은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산업은행의 방만한 공적 자금집행이 결합된 심각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거래에 따른 모든 자금부담은 산업은행이 집행하는 국민의 세금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한항공의 일반주주들의 주머니에서 충당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서류를 한진칼 이사회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주총회의가 소집되면 주주연합 측이나 조 회장 측이 아닌 일반 주주들의 의견을 묻고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통과 문제와 독과점화, 저비용항공(LCC) 시장 재편에 따른 고민도 숙제로 남은 모양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하나로 묶일 수밖에 없다. 이어 자회사나 하청업체, 중복인력 등 관련 종사자들의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KDB산업은행 측은 브리핑을 통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이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지울 수 없는 모양새다. 

한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정위 경제분석과를 통해 이 부분(대한항공의 아시아나 M&A)이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 뒤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원칙과 법에 의거해 경쟁 제한성에 대한 면밀히 검토할 것을 강조했다. 공정위 심사 등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향방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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