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시행 코앞, 코로나19 직격탄까지...경제·고용 위기 극복, 경제 체질 강화 해법은?

[뉴시스][한국경제연구원]최저임금 차등적용 현황 비교 [한국경제연구원]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 2021년도 최저임금으로 8720원을 확정 고시했다. 이로써 월 노동시간 209시간(1주 소정근로 40시간 근무 시, 유급 주휴 포함)을 적용한 월 환산급은 182만2480원이다. 올해보다 1.5%(130원) 오른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업종에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1988년 국내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저 인상률로 외환위기 이후(1998년) 2.7%, 금융위기 이후(2010년) 2.75% 인상보다도 낮다. 이렇다 보니 확정되기까지 경영계와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를 두고 엇갈린 의견차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최저임금위원회의 다수결 원칙에 따라 내년도 ‘업종별 차등 적용안’은 노동계의 주장이 수용되면서 부결됐다.


- 코로나19 전부터 대두된 고용‧노동문제...산업 경쟁력 지속적 저하
- “노동 비용 증가로 제조원가 경쟁력 약화...유연성 강화, 제도 개선 시급”



내년도 최저임금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만큼 산업계 안팎에서는 경제·고용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국회에 계류 중인 주요 경제·노동법안 10개를 선정해 ‘10대 경제·노동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지난 17일 경총에 따르면 개정안은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노동조합법 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퇴직급여법 개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K-방역, 선방 했지만
산업 경쟁력 지속적 저하

경총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K-방역 성과로 코로나19 위기에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면서도 산업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대립·갈등적 노사관계, 고착화된 고임금·저생산성 구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에 따른 이유에서다.
 

[뉴시스][한국경제연구원]최저임금 차등적용 현황 비교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경총은 “사회안전망·근로자보호제도가 계속 강화된 반면 노동유연성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노사간 힘의 균형이 깨져 민간주도 경제성장세의 악화를 초래했다”며 “지난해 경제성장률 기여도에서 정부 부문이 민간 부문을 4대1로 역전했고, 고용 분야도 공공부문과 사회복지성 일자리로 고용률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못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충격까지 더해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도 현재 국회에는 기업 경영과 투자 활동을 제약하고 부담을 늘리는 법안이 200건 넘게 제출 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기업규제 법안이 통과돼 환경, 노동, 사회복지, 기업경영권 등 각 분야에서 선진 경쟁국보다 과도한 수준의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된다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약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경총 관계자는 “지금은 기업 활력 제고와 기업 살리기를 통한 경제·고용위기 극복에 주력해야 하는 시기”라며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국을 이겨낼 수 있는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임을 고려해 법안 심의 과정에서 기업의 어려움과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연성, 3가지 측면 ‘경직’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


매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해외 노동시장과의 유연성을 비교한 결과도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최근 한국과 G5(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고용‧해고 규제, 근로시간 규제, 노동비용 3가지 측면에서 모두 경직적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노동비용 측면에서는 빠른 비용 증가 탓에 제조원가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한경연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간 제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 대비 노동비용 증가율을 비교하면, 한국은 연 2.5%씩 증가했다. 반면 G5는 연 1.5%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한경연은 G5와 달리 한국이 노동생산성보다 노동비용이 빠르게 늘어나 제조원가 경쟁력이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지역‧업종별 차등적용 사안과 관련한 비교도 이뤄졌다. 한국은 최저임금제 시행 첫해인 1988년 최저임금을 2개 업종 그룹으로 나눠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1989년부터는 계속 단일 최저임금체계를 유지해왔다. 반면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지역, 영국은 연령, 일본은 지역과 업종별로 차등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한국경제연구원]최저임금 차등적용 현황 비교 [한국경제연구원]
최저임금 차등적용 현황 비교 [한국경제연구원]

독일과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단일적용하고 있으나, 최저임금 예외대상이 더 많거나 감액율이 높았다. 예를 들어 한국은 가사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고 수습근로자는 3개월간 10% 감액 적용한다. 반면 독일은 장기실업자 취업 후 6개월간이나 미성년 학생, 실습생 등에 대해 적용을 제외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견습공이나 직업훈련 청년에 대한 감액율이 최대 20%였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노동시장 경직성은 기업의 인력운용 자율성을 제한하고 과도한 재정부담을 지워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하며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G5처럼 고용‧해고 규제 완화, 근로시간 유연성 제고, 과도한 노동비용 합리화 등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