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연일 언론 지면을 채우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제는 검찰개혁과 여권 관련 비위 수사를 놓고 여권과 검찰 간의 갈등 수준을 넘어 추미애-윤석열개인 간의 감정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거기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비난하고 야당 의원들과 언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안하무인식언행이 민심을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윤 총장 때리기와 추 장관 엄호에 적극 나섰던 여권에서도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을 동시에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뉴시스

- 여권 추미애-윤석열 갈등피로도 심화 출구 전략골몰
-추미애-윤석열둘 다 교체 쉽지 않아 속앓이깊어져

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라보는 여권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는 분위기다. 여권은 그동안 추 장관 아들의 군복무 관련 의혹으로 야권의 집중 공격이 쏟아지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을 놓고 윤 총장과 사사건건 충돌할 때도 추 장관 두둔에 바빴다. 그러나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검찰개혁이라는 대명제보다는 두 사람의 갈등만 부각되자 물밑에서는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카드까지 꺼내들며 두 사람의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법무부의 현직 총장에 대한 감찰은 사상 초유라는 점에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39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자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을 상대로 감찰을 지시했으나 채 전 총장의 자진 사퇴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추 장관이 감찰 카드를 꺼내든 것은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으로 여겨지고 있다.

추미애-윤석열의 갈등 구도와는 별개로 추 장관의 언행은 끊임 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추 장관은 지금까지 국회에 출석해 윤 총장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야당 의원들과는 격한 언쟁을 주고받으면서 논란을 자초해왔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때려 오히려 대선주자로 키웠다는 비아냥과 국회를 무시한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민심도 이상 신호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추미애-윤석열갈등과 추 장관 언행에 대한 피로도가 감지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두 사람 간 갈등의 책임이 추 장관에 있다는 응답자는 36%로 윤 총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24%)보다 12%포인트 더 높았다. ‘둘 다 비슷하다는 응답은 34%였다.

쿠키뉴스가 지난달 26일 여론조사업체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는 교체해야할 국무위원으로 추 장관이 37.0%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윤 총장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누르고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윤 총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4.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이낙연 대표는 22.2%, 이재명 지사는 18.4%였다.

특히 윤 총장은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과 인천경기, 여당의 전략 지역인 PK(부산·울산·경남), 전통적 스윙보터지역인 충청권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수층에서는 물론이고 중도층에서도 윤석열 총장은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를 앞섰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윤 총장을 통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윤석열 신드롬’ ‘윤석열 현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을 대선주자로 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권에서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속앓이 하는 여권, ‘추미애-윤석열거취 놓고 고민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민심 악화로 이어지는 현상이 감지 되면서 여권도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계속돼서 국민께서 몹시 불편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위공직자라면 절제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총리는 앞으로도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 총리가 최근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을 따로 불러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 총리가 직접 두 사람의 갈등에 개입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권에서 윤 총장을 먼저 강제적으로 퇴진시킨 후에 추 장관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추미애 장관 등에 대한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을 전달하며 개각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건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이를 부인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9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낙연 대표가 대통령과 독대해 장관의 교체를 건의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7일 관훈토론회에서는 윤 총장이 그 자리에 있는 한 공직자로서 합당한 처신을 해야 한다정치적 중립 시비, 검찰권 남용 논란 등을 불식시킬 생각이 없다면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라고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었다. 이 대표는 이어 추 장관에 대해서는 추 장관의 경우 비교적 스타일 쪽에서 아쉽다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하면서도 모든 걸 옳다고 보지는 않지만, 검찰 내부가 수사대상이 된 사례에 대해 지휘하는 것은 불가피했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 측이 일단 추 장관 교체 건의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 같은 보도는 여권 수뇌부 내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강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정부 첫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추미애 윤석열 동시 교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유 전 총장은 지난 13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인사에 대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한쪽만 (인사조치)하기에도 참 애매한 모양새가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너무 짜증내 하지 않느냐면서 두 고집끼리 충돌하니 누가 말리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장관은 자신의 거취가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표출했다. 추 장관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적 열망인 검찰개혁의 소명을 안고 올해 초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지 아직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몇 년은 지나버린 것 같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다고 토로했다. 이어 매일 같이 사안의 본질은 제쳐두고 총장과의 갈등 부각과 최근에는 장관의 거취를 집중적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보수언론 등을 보며 참을 수 없는 압통과 가시에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 않을 때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침묵하는 문 대통령, 어떤 선택?

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윤석열의 갈등을 방관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여권이 윤 총장을 강제적으로 내려오게 하는 것도 추 장관을 교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중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7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윤 총장을 끌어내릴 경우 현 정권에 핍박을 받는 순교자이미지만 더 강화시켜주는 꼴이 되면서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추 장관을 교체할 경우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검찰개혁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CBS 라디오에서 윤석열 총장 부분에 있어서는 감찰도 있고 친인척에 대한 수사도 있고 그런데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거취 문제를 얘기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특단의 인사문제를 거론하기는 어려운 거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추미애 장관이 스스로 검찰개혁의 상당 부분에 매듭을 짓는 수순이어야 한다, 지금 빼기는 어렵지 않느냐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한 의원은 20일요서울통화에서 추 장관은 계속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추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검찰개혁은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