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기우 언론인]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쏘아올린 김해신공항 확장안 백지화가덕도 신공항 수순이라는 돌덩이를 맞으면서부터다. 민주당은 부산시장 선거가 오거돈 성추행 심판대신 가덕도 프레임을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도부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엇박자는 물론, 대구경북경남 의원들과 부산경남 지역의원들까지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놓고 엇갈린 반응으로 갑론을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민주당이 친 에 국민의힘이 속절없이 당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살펴봤다.

- 민주당 신공항 일석이조 효과성추행 묻고 국민의힘 TK-PK 갈라치기
- 국민의힘 내부 여권의 대경 부경 갈라치기 전술 먹혀

더불어민주당이 김해신공항 백지화가덕도 신공항 수순을 밟으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간 이견이 노출됐다. 김 위원장은 적극검토”, 주 원내대표는 감사원 감사 요구를 주장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냈던 것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대해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발표해버리면 새로운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 아닌가라며 그렇게 되면 부산울산경남 쪽에서 얘기하는 가덕도공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라는 게 지켜지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주 원내대표는 지난 4년간 이 정권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다가 국무총리실에 검증단이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6.21.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6.21. 뉴시스

는 걸 만들어 김해신공항안을 취소하려는 듯하다이낙연 전 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일관되게 김해공항 확장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니,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덕을 보려고 변경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는데, 월성원전 1호기 문제(조기 폐쇄를 의미)와 판박이 아닌가 싶다. 이 중요한 국책사업을 변경하는 과정에 무리나 불법이 있으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은 별도로 긴급 간담회를 갖고 김해 신공항 확장사업은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항의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민주당이 놓은 덫에 우리가 분열됐다. 반대로 국토부가 불가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갈등을 유도해야 하는데 우리가 당했다는 말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의총을 요구하자는 격앙된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 내부 자중지란, 지도부는 물론 의원까지 갈등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의총이 열리기 전인 지난 1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총에서 의견이 모아지겠느냐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의 말대로 19일 열린 의총에서는 자중지란의 모습만 보여줬다. 당론을 정하기보다는 지역별 의원들 간의 갈등만 더 확인하는 의총이 되어버린 것이다. 실제 이날 의총은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대응을 위해 소집됐으나, 한 시간가량 이어진 비공개 토론 대부분이 가덕도 공방에 쏠렸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실제 의원총회 도중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공동 발의할 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지자 박수영 의원 등 일부 의원들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경남지역 한 의원은 그럴 거면 밀양 신공항 특별법도 발의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평가 때 가덕도보다 밀양이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울산지역 의원들은 김해신공항을 확장하는 원안대로 해야 한다는 기류였다. 경남 지역의원들도 가덕도 신공항 찬성파와 김해 신공파로 갈리기도 했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김해신공항 확장안에 무게를 두면서도 확장안이 백지화되면서 원점에서 입지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 한 의원은 부산시장 선거만 중요한 게 아니다영남권 민심 전체를 아울러 대선도 이겨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신공항 딜레마에 빠진 셈이라며 여권의 대구경북 지역과 부산울산경남 갈라치기 전술이 먹혀들었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TK ‘고립무원’..박근혜 사과 수위에 민심폭발?

상황이 이런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김해신공항 확장안 백지화 수순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가 자중지란을 일으키면서 대구경북 지지층까지 고립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대구경북 지역주민들은 문재인 정권 견제론을 앞세워 국민의힘에게 몰표를 주다시피 했으나 당에선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예우는 물론 푸대접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이 대구경북에 대한 배려가 없다김 위원장은 호남 끌어안기에 나서면서 호남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대구경북 방문은 손에 꼽힐 정도라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또 다른 인사는 더불어민주당이 김해신공항 확장안 백지화 결정 후 반발여론이 강한 대구경북 사정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살펴봤을 때 대구경북 포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면서도 국민의힘도 대구경북 지역 민심을 보살피지 못하면 지역민심은 예측불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과도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어서 수위에 따라 대구경북 지역 민심이 국민의힘을 외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 띄우는 여권, 프레임 전환 성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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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통해 프레임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문 사건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이 신공항 문제를 이용해 부산경남울산 지역 편가르기와 대구경북 지역을 가르면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 전략까지 챙겼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생긴 보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김해신공항 백지화 문제로 성추행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덮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정권 심판론을 앞세웠지만 민주당이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찬반 이슈로 덮어버렸던 것과 판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 청와대국회 세종시 이전 문제로 프레임 전환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신공항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사실상 확정됐다가덕도 신공항 반대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발목 잡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나아가 다음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10조원에 이르는 건설 비용을 지원하는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해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민주당은 국민의힘 내에서 가덕도 신공항 비판을 몰아세웠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의견 차이는 공항 정책에 대한 제1야당의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우리가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가덕도 내세워 PK민심 잡고 보궐선거 승리전략

부산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전재수 의원도 주 원내대표의 감사 요구는 부산·울산·경남의 열망과 국가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미래 발목 잡기로 얄팍한 정치 공학이 되살아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가덕도 신공항에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다” “부산시장 보선과 신공항을 연결하는 건 수도권 시각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이 보궐 선거를 앞두고 또 어떤 대형이벤트를 할지 걱정이라며 자칫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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