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포기 후 빌라로 가는데…정부, “빌라 매입해 전세 공급하겠다” 

눈을 씻고 봐도 전세 아파트 찾기는 힘들고, 다세대나 빌라 또는 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무주택자들은 전세 관련 부동산 11.19 대책으로 정부가 빌라 매입에 나선다는 소식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창환 기자]
눈을 씻고 봐도 전세 아파트 찾기는 힘들고, 다세대나 빌라 또는 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무주택자들은 전세 관련 부동산 11.19 대책으로 정부가 빌라 매입에 나선다는 소식에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임대차 3법 등으로 혼란해진 부동산 시장이 추가 대책에도 아랑곳없이 전세대란으로 이어지자 정부가 추가적인 대안을 내놨다. 신축 위주 단기 집중 공급을 추진한다는 전략으로 오는 2022년까지 총 11만4000호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64%에 이르는 7만3000가구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한다는 방안을 밝혔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조건이 맞지 않아 입주자도 못 채운 공공임대주택이 남아 있는데 공실을 추가로 전세 전환하는 것은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빌라와 다세대 등이 주거 안정 방안이라는 명목으로 나온 데 대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이어졌다.

2022년까지 11만4000호 공급 계획…김현미 장관 경질론 또 부상
무주택 실수요자 ‘추격’ 매입하는 정부 “다세대 가격 오를까 걱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정부의 대책에 따라 3개월 이상 공실 상태에 있는 공공임대주택 3만9000호를 현행대로 신속하게 공급하고 남은 공실에 대한 전세 전환에 나선다고 밝혔다. 올해 말부터 입주자를 모집해 내년 2월까지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서울 및 수도권 중심지역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소득요건이 엄격해 입주 대상자가 없고, 일부 지역은 주택 수준 대비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어 입주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내달부터 전세형 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에서 소득이나 자산의 기준을 정하지 않고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우선 입주자를 모두 채우는데 집중한다는 의미다. 다만 입주자 지원이 몰리는 인기 지역의 경우 소득 수준에 따른 우선순위를 정해 선정한다는 방침이지만 부정적인 의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셰어하우스 vs 빈집 ‘처리’

신축매입 약정으로는 총 4만4000호가 늘어난다. 오는 2022년 까지 서울 등 수도권이 2만4000호, 그 외 지역이 2만 호에 이른다. 나머지는 공실 상가·오피스텔·도심 비주택(호텔 등)의 리모델링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이번 단기 공급방안은 신축 위주로 구성해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전문가들은 실제 시장 필요에 따른 지역적 맞춤 공급이 이뤄질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관련 대책이 아닌 빌라나 다세대의 공실을 전세로 전환하는 대책은 이른바 먹히기 어렵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대책이 발표되자 온라인에서는 뜨거운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11월19일 정부의 전세대책은 남아돌아 처치가 곤란한 빈집 소진 대책이다”라며 “찾는 이 없어 비어있는 임대아파트, 연립, 다세대에 관광객이 줄면서 비어버린 호텔방까지. 여기 들어가서 살게 하는 것은 대책이 아니라 빈집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두고 여야 간에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호텔을 개조해 전세 등으로 내놓겠다는 대책을 두고 국민의힘은 전세 수요자들이 ‘호텔 난민’으로 전락하게 됐다고 반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수요 충족을 위한 단기 물량 확충 방안이라며, 쾌적하고 안정성까지 확보된 셰어하우스 개념을 내세웠다. 

주거안정은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 사는 것인데, 빈집이나 손님 없는 호텔을 개조해 사는 것은 주거안정이 아니라는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실수요자 울상 “빌라, 너마저”

이런 가운데 빌라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따라 공실로 있는 빌라나 다세대 주택을 토지주택공사 등이 매입해 임대에 나서게 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빌라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덩달아 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앞서서 수차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치솟았다. 이를 경험한 무주택자들은 아파트 외의 주택으로 눈을 돌린 상태. 실수요자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나 오피스텔 등을 찾고 있는데 그나마도 정부가 구매자로 경쟁선상에 나서게 되면 빌라마저 가격이 오르게 될 수 있다고 성토했다. 

이미 지난달부터 서울의 빌라 등 다세대나 연립주택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 광장은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이 3744건, 다세대 등 거래량이 4067건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이사 갈 아파트를 찾던 A씨는 사라져 버린 전세 물량 속에서도 모래 속 바늘 찾듯 몇 곳을 찾았으나 단 한두 달 만에 지나치게 올라버린 가격으로 아파트 이사를 포기했다. 취학 전 자녀가 있는 A씨는 3인 가족으로 향후 자녀 교육과 부부의 근무지를 고려해 은평구나 강서구의 다세대나 연립주택 매매를 고려하고 있다.

A씨는 “이사 갈 만한 전세 아파트를 찾으러 다닐 때는 연립주택이나 다세대는 상대적으로 불편함과 주차 문제 등의 발생 소지가 있어 쳐다보지도 않았었다”며 “가격이 너무 올라 마련할 수 있는 자금에 맞는 아파트도 없고 물량 자체도 너무 적어서 어쩔 수 없이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내놓은 대책 때문에 아파트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입장에서 또다시 정부가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을 매입하겠다고 나서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부를 경쟁자로 두고 주택 매매에 나서야 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상업용 부동산 시설까지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냈다. 여기에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주거용으로 전환하고 전세나 월세 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안이지만 후폭풍이 예상된다.

한편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책이 나올 때마다 이어지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질 또는 교체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앞서 청와대 개각과 관련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김 장관 교체 관련 건의가 있었다는 기사가 나오자 청와대와 민주당 측은 ‘독대는 있었으나 교체와 관련 특정인을 지목한 것은 오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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