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사유리 ‘비혼 출산’이 드러낸 국내 ‘여성 출산 권리’ 실태
[핫이슈] 사유리 ‘비혼 출산’이 드러낸 국내 ‘여성 출산 권리’ 실태
  • 신수정 기자
  • 입력 2020-11-20 19:09
  • 승인 2020.11.21 19:54
  • 호수 1386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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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정자기증 불법’ 국가… 배우자 전제의 임신·출산만 규정
방송인 사유리 [사진=본인 SNS 제공]
방송인 사유리 [사진=본인 SNS 제공]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인기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2)가 지난 17일 출산을 알린 후 국내 ‘비혼 출산’에 대한 여론이 분분하다. 결혼하지 않고 정자 기증을 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국내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낙태죄 폐지’처럼 임신 중단과 출산에 대한 여성 선택권을 요구한 것과 마찬가지로 ‘비혼 임신·출산’도 여성이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 맥락이다. 한국 사회에 사유리가 쏘아 올린 공, ‘독신女의 비혼 출산 권리’. 일요서울은 ‘비혼 출산’ 관련 국내외 현황을 집중 취재했다. 

국민 10명 중 7명, 여전히 ‘기혼 가정 내 임신·출산’만 받아들여
독신女 “싱글맘 향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 맞설 자신 없어”

사유리의 사례와 같은 ‘자발적 미혼모’와 관련된 국내 법규는 ‘생명윤리법’과 ‘모자보건법’이다. 하지만 두 법령 모두 ‘배우자의 부재’ 관련 규정은 불법으로 명시된 게 없지만, ‘배우자(남편)’를 전제로 하고 있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연구원이 편광현미경을 활용해 우수한 난자를 선별하고 있다. [사진=강남차병원 제공]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연구원이 편광현미경을 활용해 우수한 난자를 선별하고 있다. [사진=강남차병원 제공]

‘법률상 불법’ 아니지만
실제 의료 현장서 “시술 불가능”

생명윤리법은 난자·정자의 기증 또는 체외수정 시술을 받기 위해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마저도 남편이 무정자증이거나 심각한 유전질환이 있는 경우로 제한한다. 

모자보건법은 인공수정 등 보조생식술의 의료 행위는 ‘부부 동의서’를 제출해 난임 부부만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부부’ 아닌 경우의 시술이 불가능해지는 것. 

실제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지난 2017년 7월 발표한 ‘보조생식술 윤리지침(개정)’에는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규정으로 정의돼 있다. 

최근 사유리 출산 소식으로 국내 ‘비혼 출산’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자 정치권에서도 법률적 검토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17일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논평으로 “구시대적 생명윤리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다음날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측 관계자는 “비혼 출산과 관련해 제도적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법률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시민들은 “비혼 출산이 법률안에 명확히 명시되는 등 제도권 움직임을 환영한다”면서도 “실제 의료 현장이나 추후 친권 분란 소지 등 현실적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싱글맘’ 향한 부정적 시선
“독신女 용기 내기 어렵다”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3세 이상 남녀 59.7%는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동거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국민 10명 중 3명(30.7%)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비율은 2012년 22.4%로 시작해 2020년 30.7%까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우리 사회가 기존의 가족 형태에서 벗어나 ▲1인 가구 ▲동거 ▲미혼모·부 ▲비혼모 등 가족 형태의 다양함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하지만 결과를 달리 바라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아직까지도 임신 및 출산은 기혼 가정에만 해당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시민 A씨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냉대가 여전한 현실에서 자발적 미혼모로 나서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독신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출산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싱글맘’의 입장이기 때문에 미혼모, 이혼모의 경우와 같이 사회적 차별은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시민 B씨는 “당장 부모님께 말해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여성이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비정상적으로 보는 사회 인식에 맞설 자신이 없다. 전세 대출 정책만 봐도 모든 정책이 기혼 가정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받아들이는 사회로 더욱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프랑스 등 유럽국도
‘비혼 출산’ 찬반 논쟁

지난해 프랑스 정부는 ‘모든 여성을 위한 인공생식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독신 여성과 여성 동성애자 커플에게도 체외수정 혹은 인공수정을 통한 출산을 허용하고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해당 법안은 암환자, 불임·난임인 남녀 커플로 제한됐던 난자·정자 기증을 통한 출산을 확대하려는 취지를 지닌다.

하지만 프랑스 내에서도 위 법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뜨거운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여성단체와 성소수자 단체에서는 출산권 보장과 동성애자 권리 확대 차원에서 환영하는 반면, 의학계와 종교 단체에서는 대리모 출산, 전통적 가족 해체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하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16일 KBS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시민 산드린 씨는 “모든 여성과 미래 엄마들이 재정적 도움과 지원을 받는 건 불평등을 없애는 일이기도 하다”며 ‘인공 생식 출산’에 찬성했다. 
반대 의견을 낸 시민 엘리자베스 씨는 “인공 생식은 대리모 출산 양성으로 이어질 것이고 ‘태아 상업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피력했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법안 제출 이후 현재까지도 격렬한 찬반 시위가 계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앞서 국내 생명윤리법이 강화된 배경도 지난 2008년 ‘배아 생성(시험관) 연구나 시술이 생명 윤리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돼 법안 강화 요구가 있었다. 나아가 나중에는 난자·정자의 매매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양육에 대한 비판 의견도 있다. 박경미 변호사는 비혼 출산 허용과 관련해 “비혼 출산권에서 아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비혼모의 아이라는 사회적 시선을 아이가 감당해야 하는 등 아이의 권리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 정체성과 결혼 여부를 떠나서 출산권과 가족 구성 형태와 관련된 권리가 확장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대는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 생명 윤리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법제화 움직임으로 보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하는 성숙한 사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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