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민원에 설계 변경할까…4억 원 분담금에 추가 비용 ‘우려’ 증폭

포스코건설이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인 강남구 개포동의 우성9차 아파트 공사를 두고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건설이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인 강남구 개포동의 우성9차 아파트 공사를 두고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포스코건설이 진행 중인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 해당 주민들과 설계 및 설계안 변경 관련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합을 구성하고 있던 조합장이 최근 돌연 사퇴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그 이유를 둘러싼 의혹까지 증폭된 상황. 아울러 포스코건설과 주민들 사이에 대립의 골은 깊어지는데 이미 약 60%의 공정이 완료된 상황에서 1년여를 앞두고 부분 설계변경이 가능한지 여부를 두고 논란도 있다. 

7년 만의 강남권 리모델링 공사 ‘최초 설계 달라’…누구 말이 맞나?
최신 트렌드 역행하는 낮은 천장고 및 작은 창호에 주민 항의 빗발

강남구 양재천가에 자리 잡은 고가의 아파트. 개포 우성9차 아파트의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인근 도로에는 민원인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현수막이 저마다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현수막의 내용은 대부분 포스코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리모델링 공사를 비판하거나 이와 관련된 사항의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강남권 첫 리모델링 공사, 포스코건설 신경 쓴다더니

“앞에서는 윤리 경영 뒤에서는 갑질 경영, 조합원 울리는 포스코(건설)는 각성하라”, “최대수익 자랑 말고, 주거품질 보장하라”, “최고의 분담금으로 약속했던 주거명작, 포스코(건설) 한성희 사장은 약속을 이행하라” 등의 문구가 담겨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아 해당 사태가 발생하기까지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주변 아파트 단지들에 비해 우성9차는 그리 큰 편이 아니다. 기존 230세대가 구성돼 있었고, 리모델링 후에도 230세대가 그대로 유지되게 된다. 

그런 이유에선지 분담금 규모도 적지 않다. 최소 3억7000만 원에서 4억 원 초반에 형성됐다. 도로 쪽은 3억7000~3억8000만 원으로 분담금이 책정됐으나, 앞쪽에 위치한 901동의 경우 옆 부지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각 가구별로 조금씩 더 분담금을 나눠서 내게 됐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기대가 컸다는 소리가 나온 부분이다. 조합원들은 “포스코(건설)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번 리모델링 공사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며 “강남권에 처음 진행되는 리모델링이라고. 이걸 시작으로 해서 다른 것도 많이 해야 하니까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공사가 진행되는 중간에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천장고를 더 높여야 한다거나 창호를 확대해야 한다며 불만 사항을 밝혔다. 다만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설계 변경이 불가피하다. 일부 언론과 주민들은 최초 설계와 다르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측에 따르면 조합 측에서 설계를 맡았기 때문에 창호에 대한 설계 등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건설의 개포 우성9차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 조합원들의 현수막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건설의 개포 우성9차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 조합원들의 현수막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이미 분담금 냈는데 마음에 안 들면 어디에 하소연하나

다만 주변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책정된 분담금 자체도 주변 재건축에 비해 꽤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공사가 진행되는 중간에 변경하면 추가로 큰 비용의 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4억 원이나 들여 공사하고 나서 맘에 안 들면 어디 가서 하소연하겠느냐”며 강경한 입장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공인중개사 A씨는 “해당 아파트가 40평대로 증축되는 리모델링 공사로 결정되면서 이 가격대로는 강남 개포동에 새 아파트를 살 수가 없기에 인기가 많았다”며 “올해는 가격 인상 폭이 커지면서 조금 주춤하고 있으나 지난해는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와 큰 비용을 들여 공사에 들어간 아파트를 매입한 주민들로서도 그 만큼 기대가 컸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만큼의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더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사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강남구에 따르면 불만 사항을 전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간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현장소장이 만나주지 않더라는 민원도 들어왔으나, 이는 조합에서 의견을 수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이 조합원들의 민원이 있다면 조합 측에서 최종 결정을 해서 가져와야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에 강남구에서는 이를 위한 중재에 나서는 한편 삼자대면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조합장 돌연 사퇴, 이유는 단지 민원 때문?

다만 이 과정에서 최근 조합장이 사퇴 의사를 밝혀 그 이유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강남구나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이어지는 민원 등으로 사퇴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원 등의 압박에 의한 것인지 내부적인 사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는 조합의 임원 가운데 한 사람이 나서서 대행을 하고 있으며, 현재의 조합장(대행)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어서 조만간 포스코건설과의 협상 테이블도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측이 각각의 주장을 펼치면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런 주민들의 민원 제기로 이어지는 불만 사항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주민들과의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건설 측은 “지난 7일 조합원들의 현장 방문을 허용한 바 있으며 상시 요청 건에 대해서는 공사가 진행 중이므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 간섭 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에도 조합원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은 서면이나 설명회를 통해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공사 현장과 설계도상의 차이가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총회 책자 제작과 도면 설계는 조합이 지정한 설계사와 설계를 했고 조합이 인허가를 받았다”며 “조합원 결의를 위해 직접 발행·인쇄한 책자로 고지 의무 위반 등의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천장고에 대한 부분에서는 기존 건축물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물형 천정을 활용해 2.27m까지 최대한 확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포스코건설이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개표 우성9차 아파트의 현장 모습. 아직 1년여의 공사 기간이 남아 있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건설이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개포 우성9차 아파트의 현장 모습. 아직 1년여의 공사 기간이 남아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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