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이어 가자”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와 사이에 이뤄 낸 소중한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고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밝힌 ‘트럼프 정부의 소중한 성과’는 성과가 아니다. ‘끔찍한 실망’일 따름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소중한 성과’란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 차례 만났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역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데서 전 세계 기자들이 몰려 들어 요란하게 찍어댄 시각상의 영상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트럼프·김정은의 가식에 찬 ‘러브 레터’ 25통이 보관돼 있을 따름이다. 김은 ‘러브 레터’에서 “각하의 손을 굳게 잡은 그 역사적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얼러맞췄다. 김은 ‘각하’ 존칭을 무려 16회나 되풀이 하며 간 빼 먹고 등쳐먹으려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은 북핵에 관한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소중한 성과’는 전혀 없다. 북한이 도리어 2018년 6월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보다도 더 핵·미사일을 개발했다는 데서 북의 핵·미사일만 키워주었다.

김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해 놓고서도 8개월 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선 딴 소리 했다. 트럼프는 김에게 낡은 영변 핵시설 외에 은닉해 놓은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 폐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은 고철 덩어리로 쓸모 없게 된 영변 핵시설만을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의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주장했다. 핵을 계속 개발하면서 미국의 대북제제만 풀겠다는 심보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에 실망한 트럼프는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도 트럼프·김정은 ‘러브 레터’에 기대를 걸며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폐기하는 등 남한의 안보태세만 스스로 해체해 갔다.

하노이 결렬 후 북한은 미국과 “대화 의욕 접었다”며 돌아섰고 남한에 대해서도 “남조선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접촉을 끊었다. 이어 미사일·방사포 발사 도발을 일삼더니 개성 공단 내 남한의 수백억 원대 자산 남북교류협력사무소 건물을 폭파, 도발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기만당한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소중한 성과’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목표가 북핵 폐기에 있지 않고 서로 ‘러브 레터’나 주고받는 걸로 만족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며 대북제재를 해제해 주어야 한다고 국세사회에 호소했다.

여기에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고 비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문 대통령이 미·북사이 “중재자를 자청했지만 그가 미국 이익을 대변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의심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김정은의 ‘러브 레터’ 정상외교를 “무의미한 짓”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트럼프가 북한 폭력 정권에 “정당성만 부여했다”고 비판했고 “핵 능력을 축소한다고 동의하는 조건으로만 김과 만나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자에게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이어가자고 했다. 바이든에 의해 ‘무의미 한 짓’으로 혹평된 트럼프의 헛된 ‘러브 레터’ 외교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도 표출이었다.

그러나 북핵은 트럼프처럼 서로 얼러맞추는 ‘러브 레터’로는 결코 해체될 수 없다. 또한 북핵은 문 대통령이 굴종적으로 ‘김정은 수석 대변인’ 노릇 하는 한 폐기될 수 없다. 북핵 해체를 위한 미·북 또는 남북정상회담은 바이든 주장대로 오직 “핵 능력을 축소한다는 조건”하에서만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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