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고혈압은 만성 순환기계 질환 중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으로 최근에는 그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무증상으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지만 중풍,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환자관리와 치료가 요구되고 있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이상 또는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으로 진단하며, 국내 뇌혈관질환 환자의 35%, 심혈관질환 환자의 21%를 고혈압이 차지할 정도로 기여가 큰 위험인자라고 보고되고 있다.

고혈압은 지속적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며, 고혈압 치료에 의해 뇌졸중 발생 35-40%, 심근경색증 20-25%, 심부전 50% 이상의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통계에 의하면, 만 3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 비율이 1998년 29.9%에서 점차 감소하여 2007년 24.6%로 감소하다가 다시 2011년 28.5%, 2015년 32%의 증가 추세에 있다. 고혈압은 25세 이상의 세계 인구에서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유병률을 가진 질환이며, 고혈압으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104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국내의 2016년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만 30세 이상 국내 고혈압 유병율은 29.1%이며, 남자는 35%, 여성은 22.9%로 남성이 더 많고, 65세 이상의 유병률은 65.2%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유병율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의 고혈압성 질환의 사망률도 십만명당 10.6명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고혈압 치료 및 관리를 위해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이 사용되고 있으며, 고혈압 치료를 위해 연 1회 이상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사람은 890만 명 수준이며 꾸준히 항고혈압제를 처방 받는 사람은 570만 명이다. 그러나 약물요법에 대한 부작용, 순응도에 따른 효과 차이 등의 한계점을 보이고 있어 그 대안으로 비 약물요법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만성질환의 수위를 차지하는 고혈압의 관리에는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2015년 기준 1조 79억 원으로 국내 의약품 생산량의 6.9%를 차지하고 있으며, 항고혈압의 외래 요양급여 청구 금액은 1조 5968억 원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혈압은 본태성(일차성) 고혈압과 이차성 고혈압으로 나뉜다. 본태성 고혈압은 고혈압 환자의 80-9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질환으로 발생 원인이 가족력과 관련이 깊고,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간의 일련의 상호작용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나, 원인 질환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반면에 이차성 고혈압은 신장질환, 부신 질환 등의 특정 질환 원인으로 유발되는 고혈압을 의미한다. 본태성 고혈압에 영항을 주는 인자의 종류에는 성급한 성격, 비만, 다수의 염분 섭취, 정신적 스트레스, 흡연, 음주 등이 있다. 속발성 고혈압의 원인에는 신장 관련 질환, 갈색 세포종, 경구피임약 사용, 원발성 고알도스테론혈증 등이 있다. 대개의 고혈압 환자는 특이한 증상이 없으며 두통, 혈뇨, 시야 흐림, 어지럼증, 협심증,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서양의학에서 고혈압 약물 치료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2기 고혈압( 160/100mmHg) 또는 고위험(표적장기손상, 심뇌혈관질환) 1기 고혈압( 140/90mmHg)은 생활습관 개선을 시작함과 동시에 항고혈압제를 투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심뇌혈관질환이나 표적장기 손상이 없는 1기 고혈압은 수개월 간의 생활습관 개선 후 목표혈압 이하로 혈압조절이 안된다면 약물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표적장기 손상이 없는 1기 고혈압은 단일제로 시작하고 2-3개월 후 목표혈압 이하로 조절이 안 되면 약제의 용량을 올리거나 약제를 추가하는 병용요법을 고려하며, 표적장기 손상이 있는 1기 고혈압 또는 2기 고혈압은 처음부터 2제 이상의 병용요법을 고려한다. 고혈압의 일차 선택약은 안지오텐신전환요소억제제(ACEI), ARB, CCB, 티아지드계 이뇨제, 베타 차단제(BB)이며, 병용요법으로는 ARB와 CCB, ARB와 티아지드계 이뇨제, CCB와 티아지드계 이뇨제가 1차로 권고되는 약물의 조합이다. 티아지드계 이뇨제는 항고혈압제로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약물로, 2015년에 대한의학회와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일차 의료용 고혈압 권고활용 매뉴얼에서 일차 선택약에 포함되어 있다.

최근 항고혈압제의 사용 동향을 살펴보면, 주요 고혈압치료제 42개의 원외처방액을 분석한 결과,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칼슘 통로 차단제(CCB) 복합체 주도 아래 안지오텐신 수용체차단제(ARB), 칼슘 통로 차단제(CCB) 단일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복함제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고혈압 시장은 노바스크를 필두로 한 CCB가 처방약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20년 이상 주도해 왔으나, Cozaar를 시작으로 ARB가 등장하면서 국내 처방약의 상위에 랭크된 약재들이 모두 ARB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ARB-CCB 복합제가 시장의 대부분을 주도하고 있고 이뇨제를 결합한 복합제 역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한의학에서 고혈압은 간풍(肝風), 현훈(眩暈), 두통(頭痛)등의 범주에 해당하며, 간풍(肝風), 담화(痰火), 어혈(瘀血), 음허(陰虛) 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한의학적 치료에는 침구, 추나, 기공, 호흡법 등의 비약물요법과 한약을 사용한 약물요법이 존재한다. 약물요법의 경우 원인에 따라 간양상항(肝陽上亢), 간신음허(肝腎陰虛), 습담내저(濕痰內阻), 어혈내저(瘀血內阻) 등으로 변증하여, 천마구등음(天麻鉤藤飮),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반하백출천마탕(半夏白朮天麻湯), 혈부축어탕(血府逐瘀湯) 등의 처방을 적용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고혈압에 대한 한의학 치료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추나요법, 도인운동, 오령산, 기국지황환에 대한 체계적 고찰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고혈압이 의료 영역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방급여에서 차지하는 고혈압치료비용은 입원 33위, 외래의 경우 순위 30권 밖으로 밀려나 있어서, 양방의 요양급여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실정이다. 한의학에서도 고혈압 조절에 관한 임상 연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항고혈압제 단독투여와 한약의 병용투여 시 혈압강하에 대한 체계적 고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고혈압 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2016년도에 진행된 고혈압 한의진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차 진료 기반의 국내 한의원에서도 고혈압 진료를 위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점차 고혈압에 대한 한의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아직까지 학계에는 고혈압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는 없고 관리제만 있을 뿐이다. 한의학과 양의학의 장단점을 보완한 체계적인 고찰 연구를 통해 고혈압 완치가 가능한 날이 앞당겨지길 바란다. 

<참보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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