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진칼 보통주 투자’ 경영권 보호 아닌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 | 소비자 KCGI 지지에 나서는 이유 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기 위한 절차로 한진칼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기 위한 절차로 한진칼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위한 구조 개편을 앞두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부와 산업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 과정에서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도 양사의 통합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를 둘러싼 부정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정부나 산업은행이 과한 자기논리에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항공산업의 구조개편을 위해 한진칼에 보통주 투자가 필요하나, 이는 현 경영권 보호가 아닌 기능 재편을 통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 경제와 국민 편익·안전 측면에서 한진칼 주주로 참여하고 구조 개편 성공 및 경영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항공 산업 구조 개편은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뿐 아니라 양사 산하 LCC와 지상조업사 등 관련 자회사들의 기능 재편도 포함돼 있다”며 “한진칼은 지주회사로서 전체적인 통합과 기능 재편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업계와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업계 내에서도 독점 또는 독과점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는 가운데 지주회사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까지 언급되자 산업은행의 일방통행일 뿐이라고 지적이 나온다.

이런데도 정작 산업은행은 양대 국적사의 컨트롤 타워인 한진칼에 투자해 통합이나 재편 방안의 방향에 관계없이 감시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글로벌 경쟁력 향상 및 채무자에 대한 감시 감독은 될지 모르겠으나 소비자를 위한 감시자 역할은 아니다”라며 “일반 소비자인 국민 편익을 위한 감시자 역할이라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도 이를 막았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독점 또는 독과점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심사에 나설 예정이지만, 일반적인 기업 주도의 결합과 달리 국토부 등 정부가 앞장서서 찬성하고 지지하는 기업 결합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특히 산업은행이 이를 통제하는 지주회사의 주주로 나설 상황에서 더더욱 공정위의 심사에 기대가 낮아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의 거대항공사로 재탄생하는 것은 거대한 부채 기업의 탄생과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의 거대항공사로 재탄생하는 것은 거대한 부채 기업의 탄생과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환 기자]

이런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가장 큰 견제 세력인 사모펀드 KCGI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관련 예고한 한진칼의 신주발행을 두고 강하게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KCGI는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업계에서는 법원의 판단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KCGI를 지지하는 이유

이에 소비자들은 “그간 KCGI의 입장을 항상 찬성해온 것은 아니었으나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KCGI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며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오는 25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의 첫 심문이 진행된다. 다만 이에 대해 산업은행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 등의 관계자들과 함께 법원에 출석하고 유상증자의 당위성 주장에 나선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중립적 감시 역할을 언급한 산업은행이 이미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거대해진 단일 국적항공사의 오너에 대해 산업은행의 경영 방향을 두고 어떤 감시와 지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소비자는 취재진에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공여행을 위한 항공료 비교를 통해 양사가 서로 견제할 수 있었다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실감해왔다”며 “이제 대한항공(통합 항공사)은 경쟁적 요소가 줄어든 만큼 그 (독과점 상황)에 맞춰 서비스부터 요금정책까지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아시아나항공에는 3.6조 원의 정책자금이 지웠 됐고, 대한항공에는 올해 1.2조 원의 정책자금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이나 시중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제외하고 산업은행의 정책 자금 투입 금액만 두고 보더라도 양사가 거대한 하나의 항공사로 재편될 경우, 산업은행은 약 5조원의 거대 부채 항공사를 탄생시키는 셈이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8000억 원 투자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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