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조선 시대 고을 원님 재판에서 흔히 죄인을 추궁하고 죄를 단죄할 때 불호령을 내리면서 내던지는 말이 ‘네 죄를 네가 알렷다’ 라고 전해져 오고 있다. 지금도 사극에선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뉴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윤석열로 시작해서 추미애로 끝나거나, 추미애로 시작해서 윤석열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도 지긋지긋해서 치를 떨 정도인데 ‘추, 윤 전쟁’은 지겹다 못해 이젠 뉴스만 나오면 채널을 틀어버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아들 군 관련 문제로 당할 만큼 당한 추 장관이 집요하게 윤 총장을 내치기 위해 온갖 욕과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결국 총장 직무를 정지시키고, 징계 절차에도 착수했다. 윤 총장은 24일 대검을 떠나면서 “직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 이후 25일 결국 법원에 직무 정지 집행정지 신청을 냄으로써 법적 다툼으로 전환됐다. 물론 결과에 따라 ‘또 다른 반전’이나 다툼이 반복될 여지가 크다.

‘대통령 메시지’까지 거론하며 임기완수를 외쳤던 윤 총장이지만, 추 장관이 그동안 치밀하고 내밀하게 조사하고 파악한 죄목은 6가지나 이른다.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한 만남,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한명숙 사건 수사 감찰방해, 정치적 중립위신 손상, 감찰 대상자로 협조 의무 위반 등이다.

추 장관이 읽어 내려간 죄목만 봐도 어마어마한 대범죄 감(?)이다. 불법사찰에 수사 감찰 방해에다 검찰 수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중립 손상까지.. .사실이라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정식 수사를 받아야 할 판이다. 아직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정식 심의 절차도 개시되지 않았는데 ‘총장 당신 일 그만해’ 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국민 여론이 왜 이래... 왜 이렇게 이상하지 이다. 우선 25일 교통방송(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 직무 정지가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은 56.3%, ‘잘한 일’이라는데 응답은 38.8%에 불과했다. 직무 정지 조치 하루 만에 조사된 결과치곤 상당히 부정적 여론이 높다는 것이 특이하다. 그만큼 핫 이슈이고 향후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각계각층의 반응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대한변협, 참여연대, 정의당 등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야당은 초점을 대통령의 뜻 모를 침묵에 맞추고 공세를 강화중이다. 국정조사까지 논의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과 국민이 가장 의아해 하는 것은 ‘왜 저리 싸우게 놔두는 것인가’ 인데, 대통령의 깊은 뜻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추정하는 것은 총장이 이 정도 짓밟혔으면 그만둘 만도 한데 참 맷집도 좋게 저렇게 버티니 추 장관이 단죄를 내린 것이라는 정도이다.

윤 총장에게 우선 가장 뼈아픈 대목은 ‘정치적 중립 훼손 언행과 행보’이다. 대선 여론조사가 수시로 이뤄짐에도 자신을 빼달라 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여야의 정쟁 대상이 되고 자신도 정치를 안하겠다고 단호히 말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당은 내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추 장관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윤 총장 내치기 과정이 과연 그렇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절차와 언행’들을 동반했는가를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게 개운한 과정들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이젠 누군가 직을 내려놔야만 일 단락 될 것 같지만,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벌여놓은 일’들을 보면 그리 쉽게 끝날일 같지는 않다. 그래서 추 장관은 급한 맘에 우선 ‘윤 총장,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식으로 칼을 내리친 것 같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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