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2030 여성의 로망` 명품’, 안으로는 ‘여성 인권’ 시대 역행···“화려한 명품의 가면 드러나”

샤넬 매장 입구 [뉴시스]
샤넬 매장 입구 [뉴시스]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여성들의 로망’으로 이름을 알리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 가격 인상설이 돌거나 세일이라도 시작되면 백화점 명품관에는 ‘오픈런(Open run, 개장과 동시에 매장에 달려 들어가는 행위)’ 하려고 회사에 연차를 쓰고 오는 20~30대 여성들이 적잖다. 

이런 샤넬은 2019년부터 광고 속에서 ‘주도적인 여성상’을 그리는 등 젊은 여성층을 타깃 삼아 마케팅을 시작했다. 전통적인 성별 고정관념이 적은 Z세대의 젠더리스(genderless) 바람에 편승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여성이 주요 고객인 샤넬의 한국 지사에서 여직원들을 상대로 한 성추행과 직장 내 갑질이 깔린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일요서울이 ‘샤넬코리아 간부 성추행’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성추행 보도’ 연일 이어지던 지난달 25일···최근 출시 제품 ‘재홍보 시작’한 샤넬 

샤넬의 한국 지사(샤넬코리아) 40대 간부가 10년 이상 여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노조는 지난 10월14일 12명의 성추행 피해 정황을 사측에 알리고 징계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불법 사실을 감추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비밀 서약’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사측은 해당 간부의 징계 정황을 밝히지 않고 있다. 

간부 ‘성추행‧갑질’ 감싸는 샤넬
‘공론화’되자 서둘러 해명?

지난달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샤넬코리아 성추행 피해자 A씨는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A씨에 따르면 간부 B씨는 여직원들에게 악수하면서 손깍지를 낀다든지 어깨동무나 포옹 등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일삼았다. 대체로 ▲비뚤어진 명찰을 핑계로 가슴 접촉 시도 ▲뒤에서 껴안기 ▲어깨와 손 등 신체 일부 주물럭거리기 ▲악수하며 깍지 끼기다.

A씨는 “피해 사실을 서로 알면서도 얘기하지 못했다”며 “피해자는 12명 이상일 수 있지만 다른 분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어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피해 직원들은 지난 9월 노동조합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노조가 설문조사를 실시해 피해자들과 피해 사실을 파악했다. 노조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10월 사측에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피해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외부 누설’을 금하는 내용의 비밀 서약서를 받은 뒤 “성실히 조사하겠다”던 말과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이후 간부 B씨에 대한 징계 진행 상황도 밝히지 않았다. 

결국 피해 직원들도, 성추행 혐의를 받는 간부 B씨도, 샤넬코리아도 어떤 개선도 없이 방치되고 있던 셈이다.  

이후 노조 측은 지난달 16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성명서를 통해 “사측이 진정성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규모 투쟁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여성단체‧시민단체와의 연대 투쟁을 검토 중이며, 변호인 선임 등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샤넬코리아에 변화가 있었을까. 일요서울은 지난달 26일 샤넬 측에 간부 B씨의 조사 및 징계 현황을 묻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샤넬코리아 언론 통해 재홍보한 보도 목록 [사진=네이버 캡처]
샤넬코리아 언론 통해 재홍보한 보도 목록 [사진=네이버 캡처]

성추행 보도 날짜에 맞춰
한정판 출시 ‘홍보 보도’ 등장

온라인상 ‘샤넬코리아 성추행’ 관련 기사가 연일 쏟아졌던 지난달 25일. 샤넬코리아의 움직임도 심상찮았다. 같은 날 ‘한정판 2020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홍보 보도를 내기 시작한 것. 보도 수는 하루 새 10개를 넘어섰다. 

일요서울 취재 결과, 샤넬코리아 측이 성추행 보도 노출을 고려해 최근 출시된 제품을 재홍보했을 가능성이 나타났다. 

샤넬코리아가 연일 홍보한 제품은 이미 지난달 1일 출시된 제품이었다. 게다가 보도에는 정확한 출시 일자가 공개돼 있지 않았다. 정황상 가장 최근에 출시된 신제품을 성추행 보도 날짜에 맞춰 홍보 보도를 준비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시민들은 “요즘 시대에 아직도 이런 데(회사)가 있냐”, “가격만 올리더니 내부에선 성추행. 샤넬 불매운동으로 여성들의 파워를 보여주자”는 반응이 이어졌다. 

또한 “프랑스 본사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 같은데”, “샤넬 프랑스에 고객 컴플레인 이메일로 알리겠다. 본인들끼리 무마시키고 대충 처벌하고 넘어가는 꼴 없게” 등 본사에 알리자는 내용도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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