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조광한 특별감사 놓고 ‘정면 충돌’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조광한 남양주 시장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16일부터 남양주시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남양주시 쪽은 ‘위법하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시장은 이 지사가 지난 4월 모든 경기도민에게 지급하기로 한 재난기본소득을 둘러싸고 남양주시의 재정 여건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다 늦게 동참했기 때문에 ‘보복성 감사’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조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일요서울은 같은 정당 출신인 두 단체장의 갈등 이유를 알아봤다. 

-재난지원금 지급방식 갈등...특조금 싸고 법정싸움

이재명 경기도지사 조광한 남양주 시장 간의 갈등은 이 지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조 시장의 반발에서 시작됐다. 경기도는 지난 3월24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재난기본소득계획을 발표하고 다음 달부터 지역화폐 방식으로 모든 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했다. 지역화폐 지급 방식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고수해온 지역상권 활성 차원에서 추진한 정책이었다. 

이 지사는 “현금을 지급하면 미래의 불안 때문에 대부분 소비되지 않고 예금 등으로 축장(蓄藏·모아져서 감춰짐)된다”며 “재난기본소득은 꼭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 지사는 시군 자체 예산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추가 지급할 경우 해당 시군에 인구 1인당 1만원의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일각에선 이 지사가 기본소득 정책을 확장하기 위해 무리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찬성 여론을 바탕으로 전 시군이 보편적 지급을 결정했다. 이 지사의 보편적 지급 대신 선별 지급을 추진하던 남양주시도 결국 보편 지급에 동참했지만, 이 지사가 요청한 지역화폐 대신 수원시와 함께 현금을 지급했다. 

남양주시는 “경기도가 지역화폐 형태로 주기로 했기 때문에 시민들이 필요한 곳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현금으로 지급했다”며 “당시 공과금, 통신비, 월세 등을 이유로 현금 지급 요구도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지난 3월31일 제정한 관련 조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조례 제정 취지가 “어려움에 빠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중소 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제공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경기도는 수원시와 남양주시를 특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남양주시는 경기도의 결정에 반발하며 “현금으로 지급해도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이 지사에게) 미운털 박힌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남양주시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재난지원금의 92%가 시내에서 사용돼 타지 유출이 적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기도는 “(남양주시가) 지역화폐로 지급했으면 100% 지역에서 사용됐을 것이다”라며 맞받았다. 

이어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이재명 지사가 4월5일 시장·군수 단체채팅방을 비롯해 수차례 지역화폐 지급 원칙을 고지했다. 특조금을 받지 못한 책임은 남양주시에 있다”며 “특조금은 시군과 자치구의 재정 격차 해소와 균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지사가 시군에 지원하는 재원이다. 도지사의 고유 권한을 놓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행위는 억지이고 생떼쓰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결국 남양주시는 지난 7월 경기도가 특별조정교부금배분 대상에서 남양주시를 제외한 것은 재량권을 넘은 위법한 조처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김 경기도 대변인은 남양주시의 심판청구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라며 “경기도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남양주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조광한 남양주 시장 [뉴시스]
조광한 남양주 시장 [뉴시스]

 

- 보복감사 논란 ‘점입가경’

경기도재난기본소득 지급 유형을 놓고 경기도와 남양주가 갈등중인 가운데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지난 23일 양정역세권 개발 특혜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나온 경기도 특별조사반의 철수를 요구하는 사태가 벌여졌다. 조 시장은 경기도의 보복성 감사를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직접 1인 시위를 벌이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또 다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남양주시는 지난 16일부터 남양주시와 산하 공공기관을 상대로 특별조사를 벌이고 있는 경기도 특별조사반원들에게 철수를 요구했다. 조 시장도 직접 나서 감사장으로 들어가 조사관들에게 “감사를 중단하고 시청에서 나가 달라”고 말했다. 조 시장은 “지방자치법 및 공공감사법이 정한 감사 통보 정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감사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고, 직원들을 협박·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사관은 “철수 근거가 적힌 공문을 정식으로 달라”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남양주시는 시비로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라는 이 지사의 말을 듣지 않아 특조금 지원을 차단하고 보복성 감사를 벌인다고 주장했다. 남양주시는 지난 7월에 이어 지난 26일 헌법재판소(헌재)에 경기도의 감사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경기도 감사 등으로 남양주시의 지방자치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며, 지난 16일부터 진행된 감사에선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정치적으로 편향된 조사가 계속되는 등 감사절차와 내용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조 시장도 이날 헌재 앞에서 “남양주시는 이번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서 경기도의 무리한 조치가 하루 빨리 바로 잡아지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황태순 “정치인, 구동존이(求同存異) 덕목 갖춰야”

앞서 경기도는 23일 김희수 감사관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경기도는 남양주시에 대한 특별 조사 실시 이유로 ▲양정역세권 복합단지 개발사업 2구역 민간사업자에 대한 점수조작 요구 등의 특혜 부여 부패 의혹 ▲남양주시 예술동아리 경연대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실체 없는 업체를 선정한 유착의혹과 불공정성 ▲남양주시 월문리 건축허가 과정에 공무원 토착비리 의혹 ▲지속적 익명제보 및 주민감사청구, 언론 보도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특정 기간 남양주시의 언론보도 자료제공 내용·배포 경위, 청사 대관 내용·출입자 명부 등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남양주 시정 홍보, 경기도의 중징계 처분 요구 기사 등과 관련해 직원 개인 인터넷 아이디를 조사,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도 감사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난 2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정치의 본질인 협상, 대화, 타협을 무시한 결과”라며 “정치인은 누가 되었든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하며 같은 점을 추구함)이라는 옛말처럼 이런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의 갈등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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