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뉴시스]
가덕도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내년 4월 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김해 신공항이 백지화 되며 가덕도 신공항 이슈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보선을 겨냥해 가덕도 신공항 이슈를 특별법까지 만들어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싸고 내부 분열과 대립에 빠진 양상이다. 동남권 신공항 이슈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됐다. 영남 정치권에선 신공항 건설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한 지역 민심을 두고 정치적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는 경제 논리를 넘어서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 됐다. 일요서울은 정치권에서 15년 넘게 이어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 갈등을 되돌아보고 내년 재보선에 미칠 영향을 알아봤다. 

-전문가 “신공항, 선거 공학적으로 잘 설계된 이슈”

한정애 민주당 의원외 [뉴시스]
한정애 민주당 의원외 [뉴시스]

 

지난 6일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검토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을 추진하면서 가졌던 입장은 김해공항을 확장한 건설이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며 이를 검토하기 위한 관련 예산 편성을 요구하고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 기반을 둔 야당 의원들도 거들고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관련 예산을 삭감했던 정부는 이를 ‘R&D(연구·개발)’ 예산에 끼워 넣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여야 의원들과 언쟁을 벌였다. 여야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를 열어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한 예산 편성 문제를 논의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여야의 예산 평성 요구에 난색을 보이며 검토 용역비를 삭감했기 때문이었다.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이날 국토위에서 “총리실의 검증 결과 김해신공항이 부적정으로 결론나면,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자”며 검토 용역비 증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김해 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법적 절차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미 여론이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간다”고 말했고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도 동조하고 나섰다. 

여야 의원들의 협공에 김 장관은 “여론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 결론이 나오면 모든 행정 절차가 무효화되고 그때부터 공항을 어디에 할 것인가를 두고 수요 조사부터 원점 검토해야 하는데, 대상 지역을 열어놓고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국회에서 절차도 없이 ‘이렇게 해’라고 하면, 저야 정치인 출신 장관이니 그러겠다고 하겠지만 공무원들은 못 한다”고 맞섰다. 국토부의 반대 입장이 여권에 전해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도부 회의 직후 “에이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 해”라고 소리쳤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필요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당의 입장을 받아 들여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내년 4월 부산시장 재보선과 내후년 대선을 겨냥해 선심성정책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지적에 대해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만약 내년 보궐선거 일정 때문에 (신공항 발표를) 미뤄야한다면, 김해신공항의 검증결과는 결국 발표할 수가 없게 된다. 내년 보궐선거 이후에 발표하면 대선을 의식한다고 또 의심할 것이다”라며 선심성정책 논란에 선을 그었다. 

지난 19일 김 원내대표도 “신공항 지역갈등 대립을 부추긴 건 이명박·박근혜 정부다. 이명박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와 밀양 (신공항 건설을) 모두 백지화했고 박근혜 정부는 안전성조차 담보 할 수 없는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검증 결과는 잘못된 정책 결정을 바로잡고 동남권 신공항으로 가기 위한 올바른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건립 계획에 ‘근본적 재검토’ 판정을 내리고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2030년 열리는 ‘부산월드엑스포’전까지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지난 17년 동안 신공항 입지 선정을 위해 수요 조사와 평가 작업을 반복해왔는데, 정부는 행정 낭비를 반복하지 말고 최대한 신속히 신공항 착공 방안을 마련해주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불과 9일 만인 지난 26일 2030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등 신속한 사업 진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발의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민홍철·최인호·전재수·박재호·김정호·이상헌·김두관 의원 등 부울경 지역 민주당 의원 등 136명이 이름을 올렸다.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한 의장은 “국민안전을 확보하고 항공물류 기지로서, 동남권 관문으로서 가덕도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음에도 정치권이 그 요청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며 “오늘 그런 뜻을 모아서 법안을 제출했다. 20년 가까이 인내하고 기다려주신 부울경 시도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내년 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부산민심을 잡기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도 지난 20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박수영 의원을 비롯해 하태경·김도읍·서병수 등 부울경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소속 의원 15명이 참여했다. 

여야가 따로 발의한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명칭만 약간 다를 뿐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여당과 다르게 야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선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두고 PK(부사)-TK(대구) 출신 의원 간 의견이 갈려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가 바뀌어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다시 되돌릴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동남권 신공항은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현 정부까지 부침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뿐만 아니라 대구 통합신공항, 광주공항 특별법까지 꺼내들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잘 만들어 야당 법안과 병합 심의하고 대구공항, 광주공항 관련법에 대해서도 여야가 지혜를 모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군 공항인 대구공항, 광주공항을 이전 작업을 국비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정의당은 이 대표의 발언데 대해 “공항 ‘표’퓰리즘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신공항 사업은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투여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수요 예측, 타당성 검토 등이 전제되는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 정권 따라 뒤집힌 ‘신공항논란’ 15년

영남권 민심에 영향을 끼치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의는 2005년 이후 선거철마다 정치쟁점화 됐다.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서 2002년 4월 중국 민항기가 충돌해 1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터졌다. 김해공항의 안전성이 의심받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 영남권 5개 지자체인 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은 김해공항의 처리 능력이 2027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며 정부에 신공항 건설을 제안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 간담회에 참석해 신공항 공식 검토를 지시했다. 2007년 국토연구원은 신공항 건설여건 검토용역에 착수했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한 동남권 신공항을 2008년 30대 국책 선도프로젝트에 포함 시켰다. 국토해양부는 2008년 국토연구원에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용역을 맡기고 2009년 입지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남권 지자체 간 이해관계로 인해 다툼이 심해져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남 표심을 분열을 우려해 선거 이후로 발표를 연기했다. 

2010년 7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입지평가위원회가 꾸려지고 2011년 3월에 가덕도와 밀양 둘 다 경제성 등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부산은 가덕도를 대구·경북은 밀양을 지지하며 유치경쟁이 치열해졌다. 2011년 3월 이명박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사업을 ‘경제성’을 이유로 백지화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2012년 치러질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영남 표심의 분열을 우려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끝난 줄 알았던 동남권 신공항 이슈는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의해 다시 논의됐다. 박 전 대표는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미래에는 분명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며 이 문제를 다시 이슈화 시켰다. 2012년엔 박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어 ‘영남권 신공항’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2013년 국토교통부는(국토부) 영남권 신공항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2014년 영남권 5개 시도는 영남권 신공항 입지 타당성 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합의하고 2015년 국토부는 교통연구원·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계약을 맺었다. 

국토부는 2016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김해신공항안을 발표했다.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근거로 ADPI의 용역보고서를 들었다. 그러자 대구·경북은 김해신공항을 반아들일 수 없다면 반발했다. 부산시는 발표를 수긍하기 어렵다면서도 김해신공항안을 찬성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구·경북의 민심을 의식해 대구 동구에 있는 군사공항인 K-2와 대구공항을 도심 외곽으로 통합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계획을 밀어붙여 2026년 개항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인 예비 타당성 조사를 2017년 끝냈다. 

그러나 순탄할 것 같았던 김해신공항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루어지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PK의 지방권력이 민주당으로 교체되며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7년 대선에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급증하는 항공수요에 부합한 수용능력 확보와 인천공항의 재난 발생 때 대체공항 기능이 가능한 관문공항으로서의 동남권 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라며 영남권의 새로운 국제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로 바뀐 부울경의 광역단체장들이 신공항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2019년 당시 오건돈 부산시장을 비롯해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은 국무총리실에 김해신공항의 안전과 소음 등의 문제를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하게 검토한 것인지를 검증해달라고 건의했다. 

국토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본계획수립을 강행했지만 국무총리실은 부울경의 입장을 받아 들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17일 김해신공항 확장안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되고 동남권 신공항 이슈는 다시 부활했다. 

박수영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박수영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 국민의힘, ‘가덕도 신공항’ 놓고 내부 분열

민주당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으로 인해 국민의힘은 딜레마에 빠졌다.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의원들이 지역 유불리에 따라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의원 15명 전원은 지난 20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도부와 논의도 없이 제출했다. (문재인)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던진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어선 안 된다”며 “검증위원회에서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한 적이 없다고 (김수삼) 위원장이 말했다. 그럼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건지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국토부가 지금까지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없다고 하다가 (검중위 발표) 이후에 아무 말이 없다. 무정부상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감사가 반드시 따를 것이다. 철저하게 들여다보고 검증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는 지난 2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선거공학적 관점에서 매우 잘 설계된 이슈다”라며 “첫째, 야당인 국민의힘 내부 분열시키고 둘째, 부산 민심을 요동치게 했다는 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 이슈가 내년 재보선과 내후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민의힘이 이슈파이팅 아젠다를 제대로 선점하지 못한다면 내년 재보선에 이어 내후년 대선까지 총체적 난국으로 빠질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전략기획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고도 말했다. 지난 15년간 선거 때마다 활용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이 내년 부산 재보선 선거에선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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