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2007년 실시된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2위였던 정동영 후보에게 22.6%의 득표율, 약 530만 표 이상의 큰 차이로 승리했다. 그러한 압도적 승리는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도저와 같이 밀고 나가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에 불도저 엔진을 장착한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대운하 구상을 변형시킨 4대강 사업을 기어코 관철시켰으며, 광우병 파동 때는 ‘명박산성’을 쌓아 새로운 건설기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득표율, 득표수가 가지고 있던 정치적 함의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48.7%의 득표율, 1,149만여 표의 지지를 얻었지만, 제17대 대통령선거의 전체 유권자수는 약 3천 865만여 명으로, 그중 2천 373만여 명만이 투표에 참여하여 투표율은 63%에 불과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이 얻은 득표수는 전체 유권자 대비 겨우 30%를 넘는 지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즉, 전체 유권자의 2/3 이상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직접 투표장에 가서 지지를 할 만큼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함의를 이해하지 못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내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대통령선거 때 토해냈던 각종 거짓과 위선의 대가로 현재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대통령이었던 아버지 박정희의 명예회복이라는 다소 불순한 동기로 정치에 입문한 박근혜는 진영 간의 대충돌이었던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51.6%라는 아버지를 추모하는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투표율도 75.8%로 높았으며, 무엇보다도 87년 체제 이후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처음으로 과반수 득표를 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컸다.

이렇게 죽은 아버지의 힘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사건화되어도, 자신의 중동 방문 후 발생한 메르스(MERS-CoV) 사태 때도 ‘묻지마 지지층’을 형성하며 그녀의 눈과 귀를 가리고 그녀를 서서히 가마솥에서 익어가게 만들었다.

결국 본인이 자초한 ‘최순실 게이트’로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받아 대통령 직을 중도에 상실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수인번호 503을 가슴에 달고 서울구치소에서 슬기롭고 건강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다 자신의 무능 탓인데 그것을 그녀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진영 간 대충돌에서 패배한 뒤, 진보진영 공동의 적이 되었지만 안철수를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당내 역학구조를 지렛대 삼아 어렵지 않게 제1야당을 재 접수 했다.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자충수를 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서 노골적으로 무능함을 드러내자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을 먹잇감으로 사냥하기에 이른다. 정유라에서 태블릿PC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옥죄어 왔으며, 결국 그녀가 파면당한 자리는 ‘이래문저래문’의 제19대 대통령선거라는 요식행위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의 차지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87년 체제하에서 가장 손쉽게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책임감이 결여되어 보인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검찰총장에 임명된 윤석열을 잡고자 어설픈 칼잡이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기용했지만 오히려 당했다. 이어 총잡이 추미애를 법무부장관으로 기용하여 윤석열을 포획하기 일보 직전까지 왔다. 이런 서부활극은 역사상 없었다.

자신이 책임지고 검찰총장을 파면하면 될 일을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추측건대 대통령이 무책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무능도 꼴 보기 싫지만 무책임 또한 꼴 보기 싫기는 마찬가지다. 책임지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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