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이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사사건건 충돌하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본격적인 법적 다툼에 돌입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직무배제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윤 총장이 직무 집행정지 명령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야권은 추 장관 경질을 요구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여권, 그것도 비문(문재인) 내에서조차 추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은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배제 조치를 한 것에 대해 잘못한 일이라고 응답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아서다. 이로 인해 윤석열-추미애 동반퇴진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나아가 추미애 총리설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정부여당과 맞서기 위해 윤 총장을 띄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으나 마냥 즐겁지 만은 않다.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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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 분열 시키고 윤석열 찍어내고 검찰 개혁 완수
- 정치권, ‘추미애 동반퇴진론’vs‘총리론’vs‘친문 적자 낙점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역할은 청와대의 방파제다

여권 내부 사정에 밝은 민주당의 한 인사는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일으키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겉으로 보면 추 장관을 제어 못하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면서도 사실 추 장관은 청와대가 원했던 인물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야당맹폭, 국민 여론 나빠도, 침묵으로 감싸는

이러한 기류는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추 장관은 사퇴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추 장관은 오로지 검찰개혁에 사명을 갖고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그 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정치적 입장을 가지지 않겠다검찰개혁이 완수되기 전까지는 장관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단 검찰개혁을 하기 전까지는 그런 정치적 욕망, 야망을 갖지 않기로 맹세하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를 반대로 얘기하면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윤석열 찍어내기‘OK’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늦추는 게 정권의 숙명인 만큼, 추 장관 카드를 쉽게 버릴 수 없다. 추 장관 본인도 사퇴 의사가 없고, 문 대통령도 유임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야권은 문 대통령 침묵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뒤로 빠진 채 국론을 분열시키고 검찰 내부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비대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분 같다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인 검찰총장 직무정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활극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동문서답도 이런 동문서답이 없다연평도 피폭 10주기에도 아무 말씀없이 휴가를 가시더니 어제는 트위터에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같은 여성 대상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통령이 인사권자인데, 검찰총장을 불러서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법적 근거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정도의 상황을 갖고 직무정지를 할 바에는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검찰총장에 대해 해임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계신 데 어찌 이러한 사태를 낳게 했느냐고 비판했다.

여론도 추 장관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5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에 따르면 추 장관의 조치가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훌쩍 넘은 56.3%였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8.8%, ‘잘 모르겠다4.9%였다.

추미애 총리 빅딜설부터 여권 지지층 결집 효과

문 대통령과 추장관, 뉴시스
문 대통령과 추장관, 뉴시스

야권의 비판과 여론의 부담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추 장관을 안고 가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청와대-추미애 간의 빅딜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공수처 출범에 대한 임무를 받은 만큼 총리로 갈 수도 있다는 게 빅딜의 주된 골자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의원은 공수처를 출범시켜야만 추 장관의 정치 인생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자산이 생긴다윤 총장을 찍어내고, 검찰개혁에 성공한다면 국무총리 역할을 넓혀볼 만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 도전을 위해 2021년 초 개각을 통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물러나면 후임 국무총리에 추 장관이 오를 수도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법무부 장관을 수락한 것도 총리를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말도 서초동 주변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문재인 정권에 위협이 되는 윤 총장을 찍어낼 수 있는 인물은 추 장관 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비위 은폐 의혹, 조국 전 장관 등 문재인 정권이 내세운 공정을 훼손할 수 있는 중요 사건들은 윤 총장이 취임 후 본격화됐다. 그러나 추 장관이 취임한 뒤 청와대로 직결되는 수사는 대부분 답보 상태다. 검찰 인사를 통해 청와대로 직결되는 인사들을 대부분 발령냈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수처 출범은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모두 입법화할 계획이다. 민주당 한 인사는 큰 흐름으로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가 줄고 검찰 개혁을 제도적으로 할 수 있다검찰 개혁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추미애-윤석열 갈등(정부와 여당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밀고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여권 지지결집 효과를 누리기 위해 정부여당이 강수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배제한 것은 지지층 결집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이라며 검찰 개혁을 주춤하게 되면 지지층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집토끼 전략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문 지지층에서 추 장관을 옹호하는 글들이 쇄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윤석열과 거리두는 , “2의 윤석열 빨리나와야

이와 함께 추미애-윤석열갈등 속에서 윤 총장의 부상은 국민의힘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 한마디로 나쁠 게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잇따라 등용돼 보수진영이 무너지는 데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보수진영에서 지지도 1위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윤 총장이 부상함으로 인해 야권 대선 주자들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분열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민주당에서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윤 총장은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팀장을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여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까지 승진시켰다. 또 야권이 4·15총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꼽고 있는 패스트트랙 수사도 윤 총장 휘하의 중앙지검이 수사했고 야권 정치인이 기소됐다. 일련의 행보로 봤을 때 야권이 윤 총장을 감싸면 보수 지지층이 분열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김무성 전 의원도 야권 분열을 위해 윤석열을 정치권으로 내몰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 윤 총장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도 이런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인사는 이렇게 진단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페이스메이커에 불과하다. 윤 총장이 페이스메이커를 하는 동안 국민의힘 소속이나 보수진영이 인정할 수 있는 2의 윤석열이 하루 빨리 나타나야만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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