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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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시간이 끝나 간다. 오해 없도록 부연하자면, 검찰총장으로서의 시간이 끝나 간다는 말이다. 윤 총장은 자의든 타의든 늦어도 올해 안에 검사 옷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더 버틸 수 있다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물러나야 할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추-윤 두 사람 간의 격투는 결국 추 장관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다.

윤 총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정치에 발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다른 선택지는 사라졌다. 직무정지와 수사의뢰 상황이 닥치기 전에 자리를 내려놨다면 자연인으로 돌아갈 기회를 만들 수도 있었다. 날 선 검을 들었으되 칼등으로 주고받던 격투가 추 장관과의 격투는 이제 어느 한쪽이 목을 날려야 끝나는 혈투가 되었다.

추-윤 두 사람 간 혈투에서 추 장관이 승리한다고 해서 추 장관이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다. 정당성을 무기로 이길 수 있는 싸움은 없다. 어떤 정치 컨설턴트의 말처럼 강하고 틀린 것이 약하고 옳은 것을 이길 수도 있는 것이 정치세계의 룰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간의 격투에서 정당성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이길 것인가 하는 것이고 승부는 이미 기울었다.

이 싸움은 두 사람의 개인적 운명만큼이나 각자 뒷배로 둔 문재인 정권과 검찰의 운명도 걸려 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물러서면 정권이 흔들리는 싸움이고, 검찰 입장에서도 조직의 생사가 걸린 싸움이다. 추미애, 윤석열 두 사람의 운명과 현 여권, 검찰의 생사가 달린 대리전이 지루한 대치와 공성전을 거쳐 이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물론 이 싸움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윤 총장은 전장을 바꿔 정치권에서 다시 한번 정치권의 비호를 받으면서 현 여권과의 생사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추 장관도 대선국면에 접어들면 여권의 유력 후보로 도약해서 이낙연, 이재명 양강구도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공을 쌓았다고 봐야 한다. 윤과 추의 2차전을 볼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윤 총장이 정치권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윤 총장에 대한 비토 세력이 적지 않다. 윤 총장에게 사법처리를 당한 ‘한’을 가진 사람도 꽤 있다. 무엇보다 검찰총장직에 내려오는 순간 윤 총장에 대한 지지는 모래성처럼 흩어질 개연성이 높다. 대선까지의 긴 시간 동안 지지도를 유지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대선국면이 다가오면 혜성처럼 불쑥 나타나는 인물들이 항상 있었다. 하지만 그 후보들이 대권 도전에 성공한 경우는 없다. 박찬종이 그랬고, 안철수가 그랬고, 황교안이 그랬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 직을 내려놓는 순간 야권의 계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망론은 야권이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일 따름이다.

상황은 비관적이지만 윤 총장은 총장 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자신과 주변을 지키기 위해 정치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야권의 대권주자 1위라는 위치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렸다. 본인이 밝힌 대로 “정무감각이 꽝”인지는 그때 가서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작별 인사는 그때까지 미뤄 두자. 그때 가서, 굿~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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