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문제,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필수 노동자 피해는 소비자의 몫”

자료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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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법과 달리 노동법은 사회 변화에 따라 변화될 필요성이 있고, 실제 노동법의 역사를 보면 사회 변화에 따라 노동법이 변화돼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일‧가정 양립(워라밸)을 위한 주 52시간제 시행, 여성 및 모성보호를 위한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제도의 확대 경향, 근로자는 아니지만 유사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 등 노동력의 제공형태나 노동력의 특성 변화 등 사회의 변화에 따라 노동법은 수시로 변화하고 있다. 

택배기사의 과로 문제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사회문제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이 직접 매장이나 상가 등을 방문해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최근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과 함께 특히,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택배 물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택배기사의 과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지난 13일, 택배기사가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게 됐다. 이번 주에는 정부의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의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정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택배업의 특성으로 별도의 휴일이나 휴가가 없이 택배기사의 1일 평균 작업시간이 12.1시간에 이르며, 1일 평균 작업량도 약 250건에 달한다. 반면 물량 증가에 따라 일정한 소득의 증가도 있으나, 배송수수료는 1건당 800원 정도여서 일정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송물량이 증가해야 하는 구조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5년간 업무상 질병이나 사망 등 업무상 재해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등 택배기사의 근로조건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개인사업자(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로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고, 산재보험 가입률도 낮은 편이다. 또한, 대리점의 위약금 요구나 화주의 백마진 등 불합리한 거래 관행이 여전하고, 택배사 간 가격경쟁 심화로 택배가격이 오히려 하락(2002년 3265원 → 2019년 2269원)해 택배기사가 일정 소득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로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과로방지 대책 등 추진과제 

정부는 택배기사의 배송량, 작업시간 등에 대한 실태조사 등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과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첫째, 작업조건 및 산재보험 적용 등에 대한 긴급 실태점검을 한다. 감독대상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작업조건(업무시간, 휴게시간, 배송물량, 건강관리, 계약관계의 공정성) 등에 대한 현황을 점검한다. 또한,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한 택배기사에 대한 전수조사해 진위 여부, 적용제외 강요 여부 등 실태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4개 택배사의 서브터미널 및 대리점 등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한다. 

둘째, 과로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데, 크게 장시간‧고강도 작업시간 개선과 택배기사의 건강 보호 강화라는 측면에서 제도 개선을 하게 된다. 

먼저, 장시간‧고강도 작업시간 개선을 위해서 안전보건기준 규칙의 개정 등을 통해 장시간, 고강도의 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주 조치의무를 구체화해 적정 작업시간을 설정한다. 또한, 택배기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물량이 지속해 발생하는 경우 택배기사가 요구하면 물량축소, 배송구역 조정 등 조치를 위한 택배사별 물량조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로 인한 지연배송 시 택배기사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금지된다.

그리고, 주간 택배기사의 22시 이후 심야 배송에 대해는 제한을 권고하고, 심야 배송 방지에 따른 지연배송을 이유로 계약 갱신 거절 등 부당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해당 내용을 표준계약서에 명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배송량이나 지역 배송여건을 고려해 토요일 휴무제 등을 통한 주5일 작업을 확산하고, 분류작업의 개선과 상자 손잡이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며, 택배사에 대해 안전보건 조치의무 등을 부여하는 등 택배기사의 장시간‧고강도 작업시간에 대한 개선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과로 예방을 위한 택배기사의 건강 보호 강화를 위해서 산업안전보건법 상 건강진단 실시의무를 부과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건강진단 결과 택배기사에게 뇌심혈관 질환 등 건강상의 문제가 우려되는 경우 대리점주가 작업시간 조정 등이 조치를 협의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혈압이나 총콜레스테롤, 혈당, 비만도 등이 높은 뇌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택배기사에 대한 관리를 지원하고, 택배기사의 직무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2021년에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산업안전보건감독을 강화해 택배사, 수급업체, 대리점 등 사업장 전반의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에 대한 위반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감독할 계획이다. 

셋째, 택배기사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위변조 등 법 위반 적발시 적용제외 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산재보험 업무절차에 있어 적용제외 신청서는 종사자 본인이 직접 제출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산재보험의 적용제외 사유를 현행 기준보다 축소해 당연적용을 원칙으로 해 적용제외 신청은 불가피한 사유로 제한하는 등 산재보험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대리점 등의 산재보험 가입 방해, 적용제외 강요 행위 등에 대해 처벌조항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택배기사 등 특고 종사자(산재보험 적용 14개 직종 우선 검토)의 고용보험 적용을 통해 소득감소나 실직 위험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하고,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영세한 대리점주나 택배기사의 고용보험료를 지원함으로써 고용보험 가입을 독려할 계획이다. 

넷째, 택배사의 불공정 관행이나 갑질 행위 등에 대해 개선한다. 먼저, 택배기사의 배송수수료 저하를 야기하는 대형화주 백마진 관행을 조사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대리점 등이 택배기사에게 부과하는 위약금 등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금지하도록 표준계약서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한, 화주-택배사-대리점-택배기사 간 계약 관행, 거래조건 등 시장실태 파악을 위한 점검을 실시해 불공정행위가 확인되면 엄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그리고 택배사-대리점, 대리점-택배기사와 협의해 적정 작업시간 등 조치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2021년 상반기 중에 마련해 이를 택배사업장 인정 요건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택배사, 대리점, 대형화주 등의 갑질이나 불공정 거래 등 파악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특별제보기간을 운영한다. 

이번에 발표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은 아직 초기의 방안으로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의 필수 노동자인 택배기사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국민)가 겪게 된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으로 이전보다 택배 배송이 지연될 수 있는 불편함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불편을 소비자 모두가 감수해 앞으로 필수 노동자인 택배기사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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