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공론화 요구조차 묵살…세계 10위 항공사 탄생할까

대한항공 소속 항공기가 아시아나항공 정비고 앞에 서 있다. [이창환 기자]
대한항공 소속 항공기가 아시아나항공 정비고 앞에 서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항공 산업 재편과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하는 산업은행에 금융위원회까지 힘을 실어줬다. 다만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는 지적은 여전히 이어진다. 특히 1년여의 시간 동안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과 이른바 밀당을 통해 항공사 인수가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 보여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업계마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KCGI의 ‘한진칼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 관련 산업은행이 법원마저 압박하는 분위기라는 말이 나왔다. 

항공 산업 재편 독단적 의지 불태우는 산업은행, 법원마저 ‘압박’
KCGI,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업계 법원 판단 ‘집중’

산업은행은 “항공산업의 구조개편을 위해 한진칼에 보통주 투자가 필요하나, 이는 현 경영권 보호가 아닌 기능 재편을 통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 경제와 국민 편익·안전 측면에서 한진칼 주주로 참여하고 구조 개편 성공 및 경영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지난 23일 밝혔다.

아울러 “항공 산업 구조 개편은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뿐 아니라 양사 산하 LCC와 지상조업사 등 관련 자회사들의 기능 재편도 포함돼 있다”며 “한진칼은 지주회사로서 전체적인 통합과 기능 재편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업계와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업계 내에서도 독점 또는 독과점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는 가운데 지주회사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까지 언급되자 산업은행의 일방통행일 뿐이라고 지적이 나온다.

이런데도 정작 산업은행은 양대 국적사의 컨트롤 타워인 한진칼에 투자해 통합이나 재편 방안의 방향에 관계없이 감시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글로벌 경쟁력 향상 및 채무자에 대한 감시 감독은 될지 모르겠으나 소비자를 위한 감시자 역할은 아니다”라며 “일반 소비자인 국민 편익을 위한 감시자 역할이라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도 이를 막았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독점 또는 독과점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심사에 나설 예정이지만, 일반적인 기업 주도의 결합과 달리 국토부 등 정부가 앞장서서 찬성하고 지지하는 기업 결합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특히 산업은행이 이를 통제하는 지주회사의 주주로 나설 상황에서 더더욱 공정위의 심사에 기대가 낮아진다. 

이런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가장 큰 견제 세력인 사모펀드 KCGI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관련 예고한 한진칼의 신주발행을 두고 강하게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KCGI는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업계에서는 법원의 판단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그간 KCGI의 입장을 항상 찬성해온 것은 아니었으나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KCGI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며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기와 대한항공의 항공기들이 공항에 대기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기와 대한항공의 항공기들이 공항에 대기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법원, 항공 산업 통합 관련 ‘대안 여부’ 따른 판단할 듯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의 첫 심문이 진행됐다. 산업은행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될 경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는 한진칼은 “이번 거래가 산업은행의 제안에서 시작됐으나 고민 끝에 회사와 시장 존립을 위해 필요하다는 경영상 판단이 섰다”고 밝혔다.

특히 KCGI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주장에 대해 “산업은행은 한진칼을 감시하는 감독자”라며 “(자체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신주 발행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일부 주주의 이익만 과도하게 보장되는 게 아닌지 살펴봐 달라”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중립적 감시 역할을 언급한 산업은행이 이미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향후 거대해진 단일 국적항공사의 오너나 경영진에 대해 산업은행이 경영의 방향성을 두고 어떤 감시와 지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에 이어 금융위원회마저 산업은행의 항공 산업 통합 의지에 힘을 실었다. 지난 26일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양대 국적 대형 항공사의 통합과 관련 “국유화 방지와 효율적 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국내 항공 산업 조기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산업은행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통합과정을 비롯해 통합 이후에도 일자리와 소비자 편익을 지켜 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하며, 이에 따라 정부도 항공 관련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국민 경제의 버팀목이 되도록 다각적인 노력에 나선다는 설명을 이었다.

이와 관련 법원은 한진칼 등 산업은행 측과 KCGI의 주장에 대해 신주 발행 목적의 정당성과 대안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쟁점으로 두고 판단에 나선다.

항공 소비자 A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항공여행을 위한 항공료 비교를 통해 그간 양사가 서로 견제하고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실감해 왔다”며 “대한항공(통합 항공사)이 거대 항공사가 되면 경쟁적 요소가 줄어든 만큼 그 (독과점 상황)에 맞춰 서비스부터 요금정책까지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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