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긴 진짜 큰 트래버스, 국내 최대 사이즈 불구 ‘날렵함’ 겸비한 대형 SUV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트래버스. 말문이 막혔다. 첫 만남에 덩치를 보고 놀라 어떤 표현을 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았다. SUV와 세단을 포함해 다양한 차량들을 접하면서 어지간히 특이해서는 놀라지도 않았는데, 단순히 크기에 놀라 탑승을 앞두고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동행자조차 초등학생들이 쓰는 비속어를 썼다. “짱, 울트라, 대박”이라고. 트래버스는 탑승(搭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승용차였다. 말 그대로 차량에 올라탔다.
SUV 포함 국내 판매 중인 모든 승용차 가운데 가장 ‘큰’ 차
2열·3열 접으면 국내 최대 적재량 2780리터, 타의 추종 불허
지하 주차장을 나와 도로에 나서면서 경마에 임하는 기수처럼 신호등에 대기했다. 어떤 출발을 할지 짐작해 봤다. 대체적으로 그간 만났던 운전자들은 차량의 덩치를 생각해 소형이나 준중형 등 작은 차는 날렵하게, 중형 이상의 큰 체구를 가진 차량은 묵직한 출발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곤 했다.
빨간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면서 페달을 깊게 밟았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트래버스는 초대형의 거구에도 준중형 세단과도 같은 날렵함으로 도로를 질주했다. 동승자도 차량의 초반 스피드에 탄성을 질렀다. 첫 만남을 포함해 시승 시작 단계에서 두 번이나 놀란 셈이다. RPM이 심하게 올라간 것도 아닌데 엔진은 트래버스를 단단하게 이끌었다.
차량을 끌고 택한 목적지는 강원도 평창. ‘사륜구동’ 성능에 대한 테스트보다는 이른바 ‘차박’이 유행하는 코로나19 시기,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탑승한 채 산을 넘고 수십 킬로미터를 이어지는 오르막 구간을 원활하게 달릴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에서였다.
간편하게 4개의 바퀴가 어떤 형태로 작동하게 할 지 운행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은 가점(加點)을 줬다. 스위처블 AWD(Switchable AWD) 기술 적용으로 프로펠러 샤프트를 통해 전륜구동 및 사륜구동 모드 상시 전환이 가능했다. 과거 사륜구동 차량의 기계식 전환 기어가 운전대나 변속 기어 옆에 달려있던 걸 부러워하기도 했는데, 전자식 모드 전환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오대산 자락과 대관령을 3600cc V6엔진은 지치지도 않고 고속도로와 고갯길을 넘나들며 성능을 발휘했다. 기본적인 사륜구동 모드와 오프로드 모드를 따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가벼운 오르막과 고갯길에서는 두 가지 모드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오프로드를 주로 이용하는 운전자들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여건에 따른 차량의 주행 모드를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은 운전자에게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트레일러 견인을 위한 토우홀 모드를 따로 추가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주행 중 평창 동계 올림픽 공원 인근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대형 SUV 차량들을 만났다.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기아의 모하비 등과 나란히 섰다. 크기에서는 단연 트래버스가 압도적이었다. 현대 팰리세이드 대비 길이는 220mm 더 길고 전폭은 25mm 더 넓어 눈으로 보기에도 차이가 컸다. 기존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던 모하비는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였다.
314마력의 대형 SUV 트래버스는 기대 이상으로 날렵했다. 그러면서도 거친 길에서 탑승객에게 전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부드러움도 겸비했다. 도로를 질주할 때면 안정감이 느껴졌다. 600km를 주행하면서 평균 연비는 리터당 8.0km를 보였다. 크기와 다양한 활용도 대비 꽤 양호한 성능을 발휘한 셈이다.
트래버스는 올 들어 현재 3500여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첫 출시에 앞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구매자들의 만족도는 꽤 높았다. 내수 시장에서 SUV 위주의 대형화 추세에 전략적으로 맞아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후속 모델이 국내 완성차 수준의 편의 사양 및 내부 인테리어와 비할 만한 경쟁력을 갖춘다면 내수 장악도 가능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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