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들 혼란스럽다···사실상 정쟁 거리로 전락해 우려 커”

김해공항. [사진=조택영 기자]
김해공항. [사진=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김해신공항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사업을 두고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발표를 했는데,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정부와 여당이 가덕도신공항 사업 재추진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TK(대구‧경북) 의원들과 PK(부산‧울산‧경남)의원들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으며 갈라서고 있어, 지역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일요서울은 TK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봤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사태TK 시민 충격···손바닥 뒤집듯 뒤엎었다

김해신공항은 김해공항을 확장 건설, 2026년 준공되는 공항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과거 김해공항에서 민간항공기가 추락,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경쟁을 벌였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가덕도와 밀양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아,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 2016년 6월 영남권 항공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경남 밀양,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세우는 대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2016년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타당성 평가 당시 김해신공항안이 1위, 밀양이 2위, 가덕도가 3위였다.

그러나 부산을 비롯한 울산과 경남이 안전, 소음, 24시간 공항 문제 등을 지적하며 재검증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해 6월 PK와 국토부는 김해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국무총리실에서 검증한 뒤 그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 지난해 12월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가 구성된 바 있다. 검증위는 지난 11월17일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백지화 발표 취소,

원안 추진하라”

이번 발표로 인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물론 가덕도신공항 수순으로까지 이어졌고, TK vs PK 국민의힘 의원들과 지역 시민들의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TK 시민들은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백지화 발표 취소와 원안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은 지난 24일 대구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 확장 백지화에 가까운 발표를 취소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며 “김해공항 확장에 문제가 있다면 원점 재검토해 시행해야 한다.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 목적으로 약속과 규정을 뒤집는 행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용역 결과에 따라 김해신공항 확장이 결정돼 대구‧경북은 승복했다”면서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5개 지자체장이 합의한 결정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공항 건설을 위한 음모로 국책 사업을 뒤집는 현실에 분노마저 느낀다”고 힐난했다.

시민추진단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김현미 국토부장관을 향한 의문도 제기했다.

이들은 “그동안 대구‧경북은 국토부를 방문해 김해신공항 확장 실행을 확인했으며 (진행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책사업이 표류하게 되면 국가 신뢰도가 떨어지고 역사적, 국제적 망신”이라며 “우리의 항의를 귀담아 들어 잘못된 발표를 취소하고 당초 계획대로 책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구‧경북 시도민

‘부글부글’ 끓는다”

TK 시민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60대 대구시민 A씨는 일요서울에 “나만의 생각이 아니고 모든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또 국민의힘이 예전처럼 야당다운 모습도 안 보이고, 정치권에 공항이 휘둘리는 것 때문에 부글부글 한다”며 “동남권 신공항 때부터 가덕도가 꼴찌 아니었는가. 가덕도신공항은 문재인 정권에서 차기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으로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의힘 내 TK vs PK도 갈라져서 지역 주민들은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50대 경북시민 B씨는 “과정에서 싸움이 얼마나 많았는가. 기대하는 바가 컸는데 사실상 정쟁 거리로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오재경 사무처장은 일요서울에 “시민단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공동 후보지가 결정된 것 아닌가. 그런 상태에서 가덕도신공항이 새로 생기면 우리 통합신공항이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는가 그런 우려가 있는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자는 그런 입장 아닌가. 우리는 성공적인 통합신공항을 위해서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진짜 필요에 의해 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가덕도신공항) 가고, 우리 시민의 마음은 하나도 반영이 안 되는 것 같고. 굉장히 우려스럽다”면서 “예를 들어 정권이 바뀐다면 또 다른 숫자(공항)가 생길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야당에서도 TK vs PK를 싸우게 만드는 것 같다. 시민단에서는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가덕도신공항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일본 간사이 공항이 몇 미터 씩 가라앉고 있다는데 뭘 매립해서 만든다는 건지. 맞지도 않은 행동을 하는 것 같아서 더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이라며 “김해신공항은 원안대로 가야 한다. 지자체장들이 다 그렇게 합의해 놓고, 손바닥 뒤집듯이 뒤엎은 뒤 가덕도신공항 얘기가 나오고. 시민들의 입장을 완전 무시하고 진행하는 상황이다 보니, 대선이 다가오는가 보다 하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단체는 항상 시민의 편이다. 우리가 규탄대회 한다고 했을 때 정치권에서 표면적으로는 온다고 해 놓고 하나도 안 오더라. 이런 걸 봤을 때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경쟁력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정쟁 거리나 탁상공론 식으로 마무리돼선 안 된다. 실질적으로 시민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