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든 저것이든 빨리 결정해 달라!”···피로감 누적된 부산 시민들

가덕도
가덕도 신공항 관련 현수막들

[일요서울ㅣ신수정, 김혜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김해신공항 확장안이 백지화되면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논의가 넘어갔다.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지역의 신공항 논의를 시작할 것인지, 부산·울산·경남 지역이 얘기하는 가덕도 신공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할지 양측 주장이 팽팽한 상황. 그 혼란은 고스란히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주민들에게로 향했다. 

“지역·정치 성향 무관”···이해관계 따라 ‘찬반’ 갈려      
무관심층 “정치적 의도 뻔히 보여 회피” 
시민 다수는 “정부, 빠른 판단 촉구”

최근 정치권에서 화두가 되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 관련해 시민들 간 여론도 찬반이 뚜렷하지 않은 모양새다. 당사자인 해당 지역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일요서울은 지난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현지 거주 주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봤다. 

가덕도 커버
가덕도 신공항 관련 현수막

가덕도 신공항, 찬성파
“지역 발전과 국가 경쟁력에 도움” 

일요서울이 부산 시민 10여 명과 주민자치위, 동위원장, 부동산 중개업자의 의견을 종합해 취합한 결과, 부산 안에서도 지역이나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찬반 여론이 나뉘었으며 무관심한 반응도 꽤 다수였다. 다음은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는 시민의 의견이다.

“단지 지역 간 갈등에 머무를 게 아니라 우리나라 공항 발전 등 전체적으로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부산 북구, 40대 시민)

“강서구 쪽은 아무래도 신공항 인근이라 땅값이 오르니까 좋아하는 반응이다”(부산 강서구, 50대 시민)

“지역 발전을 위해 찬성하는 쪽입니다”(부산 연제구, 30대 시민)

가덕도 내에서도 찬성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대놓고 찬성한다는 소리는 못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가덕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여기서 쫓겨나는 사람도 있는데 주변에 다 이웃들이니까 대놓고 찬성한다는 소리는 못한다”면서 “가덕도 내에서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가덕도 공항 부지 근처에서 생활하는 지역 주민들은 반대가 많은 반면, 가덕도와 인접한 강서구·사하구는 찬성의 의견이 높았다. 가덕도와 인접한 강서구·사하구는 공항이 들어서면 상권이 발달하고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김해 신공항 백지화' 규탄대회가 열린 24일 오후 대구 동구 대구상공회의소에서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관계자들이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 취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24. [뉴시스]
'김해 신공항 백지화' 규탄대회가 열린 24일 오후 대구 동구 대구상공회의소에서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관계자들이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 취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24. [뉴시스]

가덕도 신공항, 반대파
“생업 위협·상권 변화 우려”

공항과 인접한 강서구·사하구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앞섰다. 대표적으로 생활 반경이 공항과 밀접한 가덕도 주민들이다. 이어 공항 부지 인접 구간에서 벗어나 서구, 중구, 동구, 남구, 수여구, 연제구, 동재구, 금정구, 북구로 갈수록 반대 의견이 앞섰다. 다음은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하는 시민의 말이다.

“부산 도심에서는 가덕도 신공항까지 많이 멀다. 거제도로 넘어가는 가거대교의 교통체증이 매우 심각하다. 김해공항이 도심에서도 더 가까운데 굳이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부산 남구, 30대 시민)

“자연 훼손이나 소음 피해도 심할 것 같고 단점이 더 많아 보인다” (부산 연제구, 20대 시민)

“바다를 매립해서 공사해야 하는데 지진과 해일 등 자연재해에 취약할 것이다. 이렇게 세금 낭비할 필요가 있나 싶다” (부산 동재구, 50대 시민)

“매립하는 데 소요되는 공사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활주로 확보도 안 되는 지역을 굳이 매립하면서까지 공항을 추진하는 것은 세금 낭비다” (부산 금정구, 50대 시민)

이들은 ▲공항 설립으로 무분별한 개발 및 환경오염 ▲고기잡이 등 생업 위협 ▲상권 변화 ▲주변 소음 ▲거주지 이주 ▲교통 체증 악화 ▲세금 낭비 등을 우려했다. 

정은근 가덕도 주민자치위원장은 지난 26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가덕도 공항 부지 근처 사람이면 이주 및 생계와 직결된 문제가 있어 공항이 들어서는 걸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외에 현장에서 약간이라도 벗어난 지역은 개발 호재가 있고 집값이 오르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사하구를 벗어난 지역에서부터는 세금 낭비나 물리적 거리, 교통편의 불편 등으로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한편, 지역 당사자임에도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찬성과 반대 여론 못잖게 있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검증 결과를 발표한다. 사진은 2013년 9월 23일 촬영된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모습. 2020.11.17. [뉴시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검증 결과를 발표한다. 사진은 2013년 9월 23일 촬영된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모습. 2020.11.17. [뉴시스]

비교적 ‘무관심’한 청년층
“코로나와 취업 타격이 더 문제”

부산 사상구에 거주하는 20대 시민 A씨는 일요서울에 “가족은 물론 친구들과도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다. 지금 인터뷰하면서 처음 얘기를 나눠 보는 주제”라고 말했다. 일요서울은 비교적 20~30대에 해당하는 청년층에서 무관심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은 관련 발언이다.

“주변 지인들과 그런(가덕도 신공항 관련) 얘기는 나눠 본 적 없다” (부산 금정구, 20대 시민)

“길거리에 다니는 일반 젊은 사람들은 이 문제에 별 신경도 안 쓴다” (부산 수영구, 40대 시민)

“대부분 지역 현안이니 관심은 다 갖고 있지만, 젊은 층은 관심 없으신 분도 더러 있다” (부산 강서구, 50대 시민)

청년층에서 현안에 무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일요서울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취업 길이 막힌 것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청년층 외에도 무관심한 경우가 있었다. 이는 정치적 의도로 이용하려는 것이 뻔히 보인다는 이유로 피로감을 호소하며 회피하는 경우였다. 

부산시의회는 28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건설 대상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가덕신공항 결정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부산시의회 제공). 2020.09.28. [뉴시스]
부산시의회는 28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건설 대상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가덕신공항 결정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부산시의회 제공). 2020.09.28. [뉴시스]

15년째 멈춘 국책사업에
손바닥 뒤집듯 변하는 정책
‘피로감 누적’된 부산 시민들

사실 찬성과 반대로 의견을 듣기 이전에 부산의 시민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묻는 데서부터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다수 가덕도 신공항을 진행하든지 안 하든지 빠른 결정과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희망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 얘기가 나오는데 추진은 미뤄지고 하니까 점점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신공항 관련해서 특별법도 제정하고 정부에서 계속 추진한다고만 하는데 경험상 빠르게는 진전될 것 같지 않다” (부산 연제구, 40대 시민)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국가 계획이 잡혀 있으면 가덕도는 자체 개발이 불가능하다. 부산시 차원에서도 도시 계획을 못 세운다는 말이다” (부산 강서구, 50대 시민) 

“국책 사업을 가져다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다는 여론이 많다” (부산 수영구, 40대 시민)

“신공항 특별법도 제정하고 정부 여당도 추진한다고 하는데 그간 겪어온 느낌상 빠른 진전은 없을 것” (부산 수영구, 30대 시민)

“우리(부산 시민들)가 사실 공항 때문에 모두 피로한 상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뭔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고 이러니저러니 하는데 정부가 확실하게 결정해주면 좋겠다” (부산 강서구, 50대 시민)

정은근 주민자치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국가계획이 잡혀 있으면 가덕도가 자체 개발이 안 된다. 국가계획이 걸쳐 있으면 부산시 차원에서도 도시계획을 못 세운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되든지 안 되든지 어느 쪽이든 빨리 결정을 해 달라는 게 주민들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부산 시민들은 가덕도 신공항 이전에 회의감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은 일요서울에 “몇 년 전, 프랑스 공항 건설 전문 엔지니어링까지 섭외해 가덕도가 공항 부지로서 부적합하다는 자문을 구해 놓고 이제와 공항을 지으려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정치적인 의도로만 신공항 안건을 이용한다는 지적이다. 

김해 신공항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 되면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뉴시스]
김해 신공항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 되면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뉴시스]

내년 보궐선거 여론조사서도 드러난 주민 반응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여론조사한 결과, 내년 4·7 보궐선거가 열리는 부산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선 것이 눈에 띈다. 

국민의힘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33%를 기록해 26%를 기록한 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11월 초 만해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조사 결과가 나와 정치권에선 “여권 발(發) 가덕도 신공항 밀어붙이기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말이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울경 지역에서 이 같은 흐름과 상반된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앞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30.2%, 34.2%로 나타났다. 지난주 29.8%, 32.0%에 비해 민주당은 0.4% 포인트, 국민의힘은 2.2% 포인트 올랐다.

11월 리얼미터의 2주차 조사에서 27.1%였던 부울경 국민의힘 지지율은 가덕 신공항 논란이 본격 재점화한 뒤 계속 올라 2주 만에 7.1% 포인트 상승도 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부울경 민주당 지지율은 29.7%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와 관련 부동산 정책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여러 상황이 종합된 결과일 뿐 아직 여론 추세는 조심히 예측해야 한다면서, 야당 부산 의원들 역시 가덕도 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도 영향을 어느 정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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